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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비밀이라는데…불티나게 팔리는 자칭 ‘수능샤프’

중앙일보 2020.11.26 15:10
지난 23일 오후 대전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고3 수험생들이 막바지 수능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3일 오후 대전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고3 수험생들이 막바지 수능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이거 진짜 올해 수능샤프 맞나요?" "A업체 샤프 맞대요" (수험생 온라인커뮤니티 게시글)
 
한 샤프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날 응시자들에게 나눠주는 '수능샤프'로 알려지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시험날까지 어떤 샤프를 배부하는지 공개하지 않지만, 미리 '실전 감각'을 익히려는 수험생들은 앞다퉈 이 제품을 사고 있다. 
 
'수능샤프'는 수능 당일 시험 시작 전 응시자에게 나눠주는 샤프다. 2005학년도 수능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적발되자 다음 해부터 연필을 제외한 필기구의 반입을 막고 샤프를 나눠줬다. 이후 시험날 쓸 샤프에 익숙해지려는 수험생들이 미리 수능샤프를 사서 쓰는 풍조가 생겼다.
 

업체들 "올해 수능샤프 판매"…수험생 "30개 샀어요" 

'수능샤프'라는 이름을 달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중인 제품들. [사진 온라인 쇼핑몰 캡처]

'수능샤프'라는 이름을 달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중인 제품들. [사진 온라인 쇼핑몰 캡처]

 
교육부는 수능샤프를 미리 공개하지 않는다. 시험 전에 알려지면 같은 모양의 제품에 카메라 등을 달아 부정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평가원은 지난 7월 샤프 납품 계약을 맺었지만, 업체나 샤프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낙찰 업체는 계약에 대한 비밀 유지 서약서를 쓴다. 
 
하지만 26일 현재 온라인에서 '수능샤프'를 검색하면 A업체의 한 샤프가 '2021학년도 수능샤프'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수십 곳의 업체가 이 제품을 팔고 있고, 판매량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다. 쇼핑몰에는 '선물을 위해 30개를 샀다' '실전 연습을 위해 샀다'는 등의 구매 후기가 남아있다.
 
판매업체들은 공공연하게 해당 제품이 올해 수능샤프이라고 홍보한다. 교육당국의 감독을 피하기 위해서인 듯 상품 안내엔 명시하지 않지만, 개별 구매자의 문의엔 '수능샤프가 맞다'고 답하는 식이다. 기자가 어느 판매업자에게 전화해 수능샤프가 맞냐고 묻자 해당 업자는 "올해 수능샤프가 맞다"고 답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배부하는 샤프가 어떤 제품인지 묻는 게시물들. [사진 수험생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배부하는 샤프가 어떤 제품인지 묻는 게시물들. [사진 수험생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때문에 상당수 수험생들은 A업체 제품을 올해 수능샤프라고 믿고 있다. 실제로 수험생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올해 수능샤프를 묻는 글이 하루에 여러 건 올라오고, 대부분 A업체의 제품이라는 답변이 달린다. 
 
이에 대해 A업체 측은 중앙일보의 문의에 "해당 제품이 수능샤프가 맞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온라인서 (수능샤프라고 홍보하면서) 파는 건 우리와 관련이 없다. 유통업자들이 그렇게 이름을 붙여 파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너도나도 자칭 '수능샤프'…"차라리 공개해라" 

 
수능샤프로 소문난 제품이 수험생들의 인기를 끄는 현상은 매년 반복된다. 하지만 불확실한 정보가 퍼지면서 일부 업자가 이를 홍보에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A업체 제품 외에 여러 샤프가 '2021학년도 수능샤프'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물론 수능일에 배포하는 샤프는 단 한 가지 제품이다.
 
이런 혼란이 반복되면서 수능샤프 비공개 원칙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수험생 사이에서 동아연필의 제품이 수능샤프로 선정됐다는 소문이 돌았고, 시험날 사실로 드러났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수능 몇달 전부터 소문이 나는데 비밀에 부치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미리 공개해서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수능샤프 납품 업체와 보안서약서를 작성하고 보안유지를 철저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샤프 업체와 제품명이 공개되면 시험 당일에 부정행위가 일어날 수 있고 감독관의 업무도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비공개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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