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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가 ‘사찰’이라 한 공판 참고 자료…9개월 지나 尹 공격 카드

중앙일보 2020.11.26 13:36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친인권적 보안처분제도 및 의무이행소송 도입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11.26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친인권적 보안처분제도 및 의무이행소송 도입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11.26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직무배제를 결정하며 내건 사유 중 하나인 ‘재판부 불법 사찰’을 두고 여권도 나서서 공세를 퍼붓고 있다. 대검찰청 감찰부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등 수사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해당 문건에 대해서 공소유지를 위한 참고자료일 뿐인데 이를 사찰 프레임으로 엮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는 판사 평가받는 乙…“공소유지에 필요”

 
2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검사는 변호사와 같이 법정에서 판사로부터 평가를 받는 을(乙)의 입장이라고 의견을 모은다.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검사는 자유심증주의와 공판중심주의가 지배하는 재판정에서 마치 기업이 소비자를 상대로 마케팅이나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하듯 판사를 설득하고, 판단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취지다.
 
그 때문에 검사는 판사가 어떤 스타일을 가졌고, 어떤 선호(프레퍼런스)를 가졌는지 파악해 공소유지를 해야 한다는 게 검찰 내 다수 의견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사는 마케터고, 판사는 소비자”라며 “무엇을 선호하고, 어떤 스타일을 가졌는지 알아야 공소유지를 잘 이끌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보고서의 작성자인 성상욱 고양지청 부장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2담당관)도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사찰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오픈된 자료를 토대로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참고자료라는 취지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국가공권력을 동원해서 무도하게 개인정보 등을 캐내는 사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오히려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참석,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참석,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 된 보고서엔 판사에 긍정적 내용 담겨

 
추 장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을 들며 주요사건 재판부의 사찰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두 사건의 재판장은 김미리 부장판사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에서는 김 부장판사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우리법연구회지만 성향이 뚜렷하지 않고, 양측 입장을 잘 들어 준다’는 것이다.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 등 사건과는 관련이 없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중 한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 구성원 중 한 명이 전임 대법원장 시절에 작성된 해당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 담겼고, 당시 변호인이 공개된 재판에서 문제를 제기한 부분이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10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10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크게 화냈다”는 당시 반부패부장, 현 검찰국장

 
윤 총장이 지난 2월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작성된 해당 보고서를 반부패강력부로 전달토록 지시해서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추 장관 주장이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심재철 현 법무부 검찰국장이다. 검찰 안팎에서 “왜 이제 와 문제를 제기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심 국장은 “보고받는 순간 크게 화를 냈다”며 “일선 공판 검사에게도 배포하라는 총장의 지시도 있었다는 전달을 받고, 사찰 문건을 배포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입장을 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심 국장의 입장이 거짓된 주장이라는 반박이 제기된다. 애초 공판 참고 자료 등 관련 문건은 일선 청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휘보고 과정에서 정보를 주는 방식이라는 게 대검 근무 경험이 있는 검사들의 설명이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일선에 문건을 통으로 주는 경우가 어디 있나”라며 “각 지휘 부서가 개별적으로 일선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해당 보고서는 공공수사부와 반부패강력부에서 관여하고 있는 주요 사건 담당 판사들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공소유지에 참고하자는 차원에서 작성된다고 한다. 두 부서가 관여하는 사건의 담당 판사가 겹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당시 공공수사부는 자료를 개별 작성했고, 반부패수사부는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자료 작성을 요청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반부패수사부에서 요청한 자료를 받은 뒤 ‘화를 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일각의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서울 검찰청 뒤편 공원에서 산책중인 윤석열 검찰총장.[사진 독자제공] 20201002. 김춘식 기자

지난달 서울 검찰청 뒤편 공원에서 산책중인 윤석열 검찰총장.[사진 독자제공] 20201002. 김춘식 기자

尹 설명도 듣지 않고…사유 추가 배경 의문

 
추 장관이 앞서 감찰을 공개적으로 지시했던 내용 중 재판부 사찰 의혹은 없었다. 지난 24일 윤 총장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명령을 내리면서 알려졌다. 검찰 일각에서는 윤 총장과 성 부장검사 등 대검 측의 설명을 듣지 않은 상황에서 사유가 추가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설명도 듣지 않은 채 사유가 추가된 것은 윤 총장의 소송 등을 염두에 두고 법원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추측했다.
 
반면 추 장관이 ‘총장 주머닛돈’이라며 감찰을 지시한 검찰 특수활동비 의혹은 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활비 논란은 심재철 국장이 검사 면접을 담당한 간부에게 격려금을 지급했다는 등 오히려 법무부로 불똥이 튀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무부는 절차대로 적법하게 예산이 집행됐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 검찰 간부는 “특활비로 법무부가 역풍을 맞자 화살을 돌리기 위해 재판부 사찰 프레임을 씌운 것”이라며 “두 사안 모두 심 국장의 이름이 언급된다”고 짚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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