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정·관·재계 결탁해 활개
두 검사,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
707명 기소 476명 유죄 받아내
유기징역 2165년에 19명 종신형
단죄 당한 마피아, 보복 폭탄공격
팔코네·보르셀리노 검사 암살 당해
시칠리아, 공항에 검사 이름 붙여
마피아 수사 직후 반부패 수사 시작
‘마니 풀리테’ 수사로 5000명 기소
정계 흔들고 집권당 해체 불러와
검사의 피땀으로 정의 바로 세워

조반니 팔코네 검사(왼쪽)와 파올로 보르셀리노 검사. 사진=위키피디아
마피아, 이탈리아에서 ‘살아있는 권력’으로
하지만 이탈리아인의 정의감은 식지 않았다. 독버섯이 자라는 것은 언제까지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 검사들이 1980년대에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마피아의 본고장인 시칠리아 섬의 팔레르모에서다. 이 지역 검사인 조반니 팔코네(1939~1992년)과 파올로 보르셀리노(1940~1992년)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친구로 나란히 검사가 됐으며, 서로 의기투합해 마피아를 뿌리 뽑기 위해 나섰다. 이들은 그 전까지 아무도 할 수 없었던, 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일을 과감하게 시작했다.
![1992년 7월 마피아의 폭탄 공격으로 부숴진 파올로 보르셀리노 검사의 차량. [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26/9ac122ac-9887-4b3c-a079-ebd6f470bcce.jpg)
1992년 7월 마피아의 폭탄 공격으로 부숴진 파올로 보르셀리노 검사의 차량. [AP=연합뉴스]
80년대 팔코네와 보르셀리노, 마피아 수사 시작
두 검사는 끈질긴 수사를 통해 마피아 조직 내 불만과 균열이라는 빈틈을 파악했다. 이를 이용해 일부 보스를 정보원으로 삼는 데 성공했다. 이들을 통해 확보한 증거와 증인를 통해 마피아 보스와 조직원들을 대거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아바테 조반니 외 706명’이라는 제목의 기소장과 관련 서류의 분량은 모두 8000쪽이나 됐다. 기소장 제목에서 보듯 기소된 마피아 보스와 조직원은 모두 707명에 이르렀다. 몇 년에 걸쳐 끈질기게 수사한 결과였다.
역사적인 수사에 이어 1986년 2월 10일 팔레르모 지방법원에서 마피아를 단죄하는 세기의 재판이 시작됐다. 이 재판은 수많은 피고인들에 대해 장기간 진행하다는 뜻의 ‘막시 재판(Maxiprocesso)’으로 불렸다.

1992년 7월 마피아의 폭탄 공격으로 부숴진 수사 검사 파올로 보르셀리노의 경호원 차량. 로이터=연합뉴스
세기의 수사와 재판으로 마피아 단죄
재판은 1992년 1월 30일 이탈리아 대법원에서 종결됐다. 법정은 마피아가 벌인 120건의 살인과 마약밀매, 폭력과 협박에 의한 강요 혐의를 인정했다. 앞서 이탈리아는 마피아를 척결하기 위해 범죄조직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입법했는데, 체포된 조직원들에겐 이 조항도 처음으로 적용됐다.
재판 결과 기소된 마피아 보스와 조직원 707명 중 476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이 가운데 1명은 재판 도중 암으로 사망했다. 유기 징역형을 선고 받은 338명이 받은 형량을 합치면 2665년이나 됐다. 이와는 별도로 죄가 무거운 마피아 두목 19명에겐 종신형이 선고됐다. 시칠리아 섬을 무대로 활개 치던 마피아를 가리키는 ‘코사 노스트라’는 마침내 법의 심판을 받았다.

조반니 팔코네 검사. 사진=위키피디아
마피아 보복 암살로 검사 희생

파올로 보르셀리노 검사. 사진=위키피디아

조반니 팔코네 검사와 파올로 보르셀리노 검사의 이름을 딴 팔레르모 공항 사이트. 사진=팔레르모 공항 웹사이트 캡처
시칠리아 팔레르모 공항에 검사들 이름 붙여
팔코네와 보르셀리노 검사가 불을 당긴 정의의 전쟁은 1992년 부패한 정치권에 대한 반부패 수사로 이어졌다. 시칠리아 마피아에 대한 재판이 끝난 직후인 1992년 2월 17일 밀라노 검찰의 젊은 검사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가 당시 연정에 참여하고 있던 사회당 소속 관리를 700만 리라(약 425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했다. ‘깨끗한 손’이라는 뜻의 반부패 수사인 ‘마니 풀리테'(Mani Pulite)’의 시작이다. 마니 풀리테 수사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약 5000명의 정계·관계·재계 인사의 부패 혐의를 들춰냈다. 고위 정치인의 부패 혐의가 속속 드러나면서 전통의 거대 정당인 민주기독당(DC)과 이탈리아 사회당(PSI)이 1994년 해산됐다. 상하원 의원의 거의 절반이 기소되면서 더 이상 기존 정당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피아를 재판한 팔레르모의 막시 재판정. 사진=위키피디아
마피아 수사, 반부패 수사 불 붙여

마피아 보스 토토가 체포되는 모습. 그는 2017년 11월 17일 감옥에서 숨졌다. AP=연합뉴스
권력·폭력이 영원하지 않음을 보여줘

마피아 보스 토토의 스냅샷. 2017년 11월 17일 감옥에서 숨졌다. AP=연합뉴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