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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는 여전히 혁신적일까…‘몸값 거품’ 논란 속 의문들

중앙일보 2020.11.26 07:00
공인인증서 없는 로그인, 무서류 5분 대출, 모임 통장, 26주 적금…
 
카카오뱅크는 시작부터 화려했다. 지난 2017년 스크래핑 방식의 무서류 대출을 시장에 선보이며 데뷔한 카카오뱅크는 출범 1년 반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3년 차를 맞은 올해는 3분기 누적 40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앱의 수익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월 1회 이상 접속 이용자 수(MAU)는 2020년 6월 기준 1173만명으로 은행 중 1위다.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에서 실행한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에서 실행한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 연합뉴스

 
카카오뱅크를 보는 눈은 두 개로 나뉜다. 카카오뱅크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은 장외 시장에서의 몸값이 업계 1등인 KB금융을 추월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단순한 은행이 아닌 테크 기업이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카카오뱅크가 고평가됐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이들은 소매 금융에 치우친 카카오뱅크의 포트폴리오와 ‘혁신의 평균화’에 초점을 맞춘다. 이제 다른 은행에서도 비슷한 상품을 팔고 비슷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놨기 때문에 더는 차별화가 어렵다는 의견이다.
 
모든 은행 앱에서 비대면 ‘3분 대출’을 판매하는 시대에도 카카오뱅크가 혁신기업으로 남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카카오뱅크 몸값은 40조?

지난 24일 카카오뱅크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이 마감된 가운데 카카오뱅크의 장외 몸값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5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장외 시가총액은 29조7554억원에 달한다. 국내 금융업계 시총 1위인 KB금융(20조835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 9월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자 장외 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몸값은 46조원까지 뛰었다.

카카오뱅크 26주 적금은 돈을 납입할 때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도장이 찍히는 방식으로 재미를 더했다. 카카오뱅크 화면 캡처

카카오뱅크 26주 적금은 돈을 납입할 때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도장이 찍히는 방식으로 재미를 더했다. 카카오뱅크 화면 캡처

 
전문가들은 카카오뱅크의 성장세에 대한 기대가 이런 숫자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정확히는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과는 다른 수익구조로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시중은행의 핵심 수익원은 예대마진이다. 대출 이자를 비싸게 받고 예금 이자를 적게 내주면서 그 차익으로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가 예대마진에 타격을 줬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비이자(수수료)이익이다. 대출로 돈 벌기가 어려워지니 수수료 장사에 나섰다. 바로 이 비이자이익 경쟁에서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파워를 발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금융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김윤주 파트너는 “카카오뱅크는 여전히 폭발적으로 성장할 여력이 있다”며 “저금리 기조로 예금이 줄며 투자 액수가 늘고 투자를 시작하는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다. 새롭게 투자 시장에 진입한 고객들이 카카오뱅크 앱 안에서 증권 계좌를 만들고 펀드·보험에 가입하면 수수료 수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수수료 수익은 대출 수익과 달리 자본 비율 규제도 받지 않는다. 대출을 많이 일으켜 수익을 늘리려면 그만큼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수수료 수익은 플랫폼 파워만 있다면 무한정 늘릴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 국민은행을 꺾고 소비자가 가장 많이 이용한 은행 앱 1위 자리에 올랐다. 코리안클릭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 국민은행을 꺾고 소비자가 가장 많이 이용한 은행 앱 1위 자리에 올랐다. 코리안클릭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전 국민이 카카오톡을 이용한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며 “젊은 고객들이 카카오에 락인(lock-in·이용자 묶어두기)되고 있다. 곧 시중은행을 한 번도 이용해본 적 없고 이용할 필요도 못 느끼는 젊은 고객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금융 진출 어려울 것”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포트폴리오 확장성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나왔다. 카카오뱅크가 취급하는 대출의 약 80%가 개인 신용대출, 나머지 20%가 전세대출이다. 시중은행 포트폴리오의 평균 46%를 차지하는 기업 대출은 취급하지 않는다. 가계 대출 중 가장 액수가 큰 주택담보대출도 진출하지 못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은 “서류만으로 해결되는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금융은 설비 존재 여부, 실제 매출 발생 여부 등을 따져야 하므로 대부분 대면으로 대출이 이뤄진다”며 “모바일 채널만 운영하는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미니는 신분증이 없는 청소년 고객들이 휴대폰 본인인증만으로 이체와 결제 등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카카오미니캡처

카카오미니는 신분증이 없는 청소년 고객들이 휴대폰 본인인증만으로 이체와 결제 등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카카오미니캡처

 
카카오뱅크의 지배 구조상 기업 금융을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선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서지용 교수는 “대기업이 은행을 통한 간접 금융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 금융은 사실상 중소기업 대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위험 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내주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더 확충해야 하는데 카카오뱅크는 4대 금융 지주에 비해 지분 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증자가 비교적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카카오뱅크 당기순이익 및 고객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카카오뱅크 당기순이익 및 고객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엇갈린 ‘포용 금융’ 성적표 

인터넷은행에 기대했던 중금리 대출 실적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당초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허가를 내주며 신파일러(금융거래 실적이 없는 사람)와 서민들을 위한 포용적 혁신을 당부했다. 하지만 KB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총액에서 1~2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84.2%였다. 5~6등급의 중신용자에게는 시중은행보다 비싼 이자를 받았다는 점도 금융정보통계시스템을 통해 확인됐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부터 2년간 누적 2조원의 중금리대출을 실행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서울보증보험이 손실을 보전해 직접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사잇돌대출 중심이다. 
 
서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의 사업 계획서를 보면 자영업과 중소기업 같은 리스크가 있는 쪽에도 자금을 지원해서 중금리대출을 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반면 카카오는 우량 차주 위주의 소매금융에 치우쳤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포용성을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정유신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중금리대출 시장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기에 아직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며 “시장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업은행이 국책은행처럼 정책금융에 주력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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