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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XX가 뒤에서 칼 꽂아" 경찰에 분개한 김봉현 녹취록

중앙일보 2020.11.26 05:00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경찰에 붙잡히기 한 달 전쯤인 올해 3월 해외 도피를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5월 경찰의 수사를 받을 당시에는 변호사를 통해 수사 무마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나왔다. 본지는 25일 라임 사태와 관련해 방정현 변호사를 통해 김 전 회장이 경찰 수사를 받던 지난해 5월과 도주 중이던 올해 3월 측근과 전화 통화하며 나눈 대화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먼저 녹취록에는 김 전 회장이 수원 여객 횡령 사건으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를 받던 지난해 5월 12일 측근과 나눈 대화가 들어있다. 경기남부청은 당시 김 전 회장의 수원 여객 회사 자금 241억 횡령 혐의를 수사 중이었고, 김 전 회장은 측근과 통화하기 3~4일 전에 경찰로부터 소환통보를 받은 상황이었다. 경기남부청은 그해 5월 20일 김 전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김 전 회장 “수사부장에게 전화도 하고”

김 전 회장은 이 측근에게 “내 일에 많이 도움을 주신 분이 … 수사부장에게 전화도 하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호로새끼가 앞에선 웃고 뒤에서 칼 꽂을 준비를 싹 하고 있는 거여”라며 “형(김봉현 본인을 지칭) 진행했던 거 돈 길을 다 팠더라고”라고 분개한다. 경찰을 향해 로비를 진행했으나,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데 화가 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로비를 암시한 대화 내용과 당시 경기남부청 수사팀의 증언에는 많은 차이가 난다. 
 

당시 경찰 수사부장 “외압 받은 적 없어” 

당시 김 전 회장은 경찰청 차장 출신의 K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K 변호사를 통해 경찰 로비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K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봉현 전 회장에게 변호사 수임료를 받긴 했지만, 의뢰인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쓸데없는 걸 묻지 말라”고 말했다. 
 
당시 경기남부청의 수사부장 B씨는 “경찰의 명예를 걸고 수사해서 당시 관계자를 일망타진했고 경찰의 수사력에 검찰도 깜짝 놀란 사건”이라며 “김봉현 수사와 관련해서 그 어떤 인물에게도 압력 전화를 받은 적도 없고 압력을 넣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경기남부청 수사팀에 있던 경찰관도 “압력 비슷한 얘기도 못 들었다”고 말했다.  
 

“돈 들고 나가 10년 후 돌아오자” 

김 전 회장이 검거되기 직전인 올해 3월 5일 측근과 나눈 대화에는 해외 도피를 언급하는 대목도 있다. 그는 라임자산운용에서 유치한 자금(195억원)으로 향군상조회를 인수한 과정을 수사 중이던 검찰을 피해 도주해 있었다. 김 전 회장은 측근에게 “계산해보니까 (내가 진) 빚이 1025억원 정도 되더라”고 털어놓는다. 그는 “빚이 많은 것도 능력”이라거나, 매각대금을 받은 것을 “돈맥 경화를 뚫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이 돈 들고 나가면 돼. 나랑 종필(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랑 가족도 또 못 모여 살겄냐”라며 “그리고 10년 후 한국 들어오면 돼. 싫으면 징역 살던가 XX놈아”라고 말한다. 
 
그는 3월 17일 측근과의 통화에서는 “조지 마이클 처럼 살아야지”라고 말하고, 측근이 ‘조지 소로스(미국의 투자자)’라고 정정하자, “소로스처럼 뭐 이런 것처럼 펀드 만들어 갖고 (먹고 살자)”고 한다. 김 전 회장은 다른 대화에서는 중국 청도를 통해 태국으로 도피하자는 구체적인 경로를 언급하기도 했다. 
 

경찰, 김봉현이 해외도피 언급한 지 한달 후 검거   

하지만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김 전 회장이 이렇게 해외 도피 계획을 언급한 지 한 달쯤 후인 4월 23일 김 전 회장과 이종필 전 부사장, 그리고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본부 팀장을 모두 검거했다. 김 전 회장은 이후 검찰에 송치돼 5월 19일 구속기소 됐고, 현재 1차 구속 기간을 넘겨 6개월째 구속돼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6일 김 전 회장에게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오는 27일 보석 심문을 진행한다.
 
문희철·김민중·이우림·이가람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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