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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생각날때면 온다" 베트남·태국 대사 극찬한 서울 맛집

중앙일보 2020.11.26 05:00
서울 충정로에 자리한 '하노이맛집'은 주한 베트남 대사관의 단골 회식 장소다. 하노이를 연상시키는 노란색 페인트와 벽화 덕분에 하노이로 순간 이동한 것 같다. 찐뚜란 주한 베트남 대사 부인(왼쪽)이 대사관 직원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 우상조 기자

서울 충정로에 자리한 '하노이맛집'은 주한 베트남 대사관의 단골 회식 장소다. 하노이를 연상시키는 노란색 페인트와 벽화 덕분에 하노이로 순간 이동한 것 같다. 찐뚜란 주한 베트남 대사 부인(왼쪽)이 대사관 직원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 우상조 기자

1005만 명. 2019년 한 해 아세안 10개국을 방문한 한국인 숫자다. 코로나19 탓에 해외여행을 못 가는 지금, 그만큼 ‘동남아 앓이’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을 테다. 겨울에 접어드니 따뜻한 남쪽 나라가 더 그립다. 아쉬운 대로 서울 속 동남아 맛집을 순례해 보면 어떨까. 중앙일보가 한아세안센터와 공동으로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주한 대사관에 의뢰해 ‘가장 고향 맛이 나는 식당’을 추천받았다. 하나같이 한국에 사는 동남아 사람이 고향이 그리울 때 찾아가는 식당이다.
 

차원이 다른 국물 – 하노이맛집

찐뚜란 주한 베트남 대사 부인은 고향 하노이가 생각날 때마다 충정로 '하노이맛집'을 찾는다. 무엇보다 정통 하노이 스타일 쌀국수를 맛볼 수 있어서다. 우상조 기자

찐뚜란 주한 베트남 대사 부인은 고향 하노이가 생각날 때마다 충정로 '하노이맛집'을 찾는다. 무엇보다 정통 하노이 스타일 쌀국수를 맛볼 수 있어서다. 우상조 기자

베트남을 여행해봤으면 안다. 서울에 허다한 프랜차이즈 쌀국수집의 음식이 진짜 베트남 맛과 다르다는 사실을. 이제 한국인도 서울에서 베트남 주방장이 음식을 만들고 반쎄오, 반미, 분짜 같은 별미가 있는 식당을 찾아간다. 이를테면 충정로 ‘하노이맛집’ 같은 곳이다.
 
하노이맛집은 주한 베트남 대사관의 단골 회식장소다. 노란색으로 장식한 식당 내·외관이 딱 하노이 분위기다. 식당 주인부터 주방장, 직원까지 모두 베트남 사람이다. 찐뚜란 주한 베트남 대사 부인은 “고향 하노이가 생각날 때마다 이 집을 찾는다”며 “다른 음식도 좋지만, 무엇보다 쌀국수가 정통 하노이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하노이맛집은 10~12시간 끓인 육수를 쓴다. 국물 맛이 깔끔하면서도 진하다. 우상조 기자

하노이맛집은 10~12시간 끓인 육수를 쓴다. 국물 맛이 깔끔하면서도 진하다. 우상조 기자

그가 극찬한 하노이맛집의 ‘퍼(Pho)’ 쌀국수는 국물이 맑다. 한데 한 숟갈 뜨면 진한 맛에 놀라게 된다. 하노이맛집은 하루 전 10~12시간 약 달이듯 끓인 육수를 쓴다. 보드랍고 넓적한 면발에 채 썬 쪽파를 듬뿍 얹은 것도 하노이 길거리 쌀국수와 똑 닮았다. 직화로 구운 돼지고기와 얇은 쌀국수 ‘분’을 따뜻한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는 분짜도 맛이 좋다. 베트남식 빈대떡 ‘반쎄오’와 바게트 샌드위치 ‘반미’ 같은 남부 음식은 서울의 여느 베트남 식당보다 가성비가 뛰어나다. 하노이맛집의 주요 메뉴를 섭렵하면 북부 하노이부터 남부 호찌민까지 맛 투어를 즐긴 셈이 된다.
 

방콕으로 순간 이동 - 부다스 벨리

부다스 벨리 이태원점에서 맛본 대표적인 태국 음식. 왼쪽부터 팟타이, 똠얌꿍, 얌운센. 최승표 기자

부다스 벨리 이태원점에서 맛본 대표적인 태국 음식. 왼쪽부터 팟타이, 똠얌꿍, 얌운센. 최승표 기자

주한 태국 대사관에 따르면, 국내의 태국 식당은 230여 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태국 정부가 인증한 ‘타이 셀렉트’ 식당은 24곳이다. 대사관과 태국관광청 서울사무소에서 자주 행사를 여는 ‘부다스벨리’ 이태원점도 그곳 중 하나다.
 
부다스벨리는 방콕의 고급 레스토랑 같다. 녹사평대로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전망도 빼어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음식 맛이 출중하다. 먼저 세계 3대 수프 중 하나인 ‘똠얌꿍’. 태국 특유의 향을 좋아하는 이라면 감탄할 수밖에 없는 맛이다. 레몬그라스, 갈랑가, 카피리 라임 잎 같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었기 때문이다. 주한 태국 대사관이 태국의 대표 요리로 꼽은 ‘얌운센’은 무척 푸짐하다. 녹두 당면과 신선한 해산물, 매콤 새콤한 소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주한 태국 대사관이 대표적인 태국 요리로 꼽은 얌운센. 녹두 당면과 채소, 해산물을 매콤 새콤한 소스에 버무린 음식이다. 최승표 기자

주한 태국 대사관이 대표적인 태국 요리로 꼽은 얌운센. 녹두 당면과 채소, 해산물을 매콤 새콤한 소스에 버무린 음식이다. 최승표 기자

부다스벨리는 2005년 경리단길에서 처음 시작해 2011년 지금 자리로 옮겼다. 강남, 서초에도 분점이 있지만, 이태원점의 메뉴가 가장 많다. 무려 47가지나 된다. 김태응 부다스벨리 사장은 “신선한 재료가 태국 현지에 버금가는 맛의 비결”이라며 “태국인 셰프와 함께 자주 태국을 오가며 맛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외로 친숙한 맛 - 아각아각 

2019년 연남동에 들어선 말레이시아 식당 아각아각. 쿠알라룸푸르 가정식을 표방한다. 최승표 기자

2019년 연남동에 들어선 말레이시아 식당 아각아각. 쿠알라룸푸르 가정식을 표방한다. 최승표 기자

아세안의 미식 국가로 말레이시아를 빼면 섭섭하다. 한국에 말레이시아 식당이 많지 않아 진가를 모르는 사람이 많을 뿐이다.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이 신흥 맛집으로 꼽은 곳은 연남동 ‘아각아각’이다. 세련된 인테리어부터 중독성 강한 맛까지, 당장 쿠알라룸푸르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아각아각은 말레이시아인 셰프 바시라가 음식을 책임진다. 스위스에서 프랑스 요리를 공부한 그는 공유 오피스 기업 ‘로컬스티치’의 제안을 받아 2019년 연남동에 식당을 열었다. 바시라는 “프랑스 요리를 공부했지만 한국에 말레이시아 식당이 많지 않아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쿠알라룸푸르 집밥 같은 음식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짬뽕과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맛이 훨씬 강한 락사(왼쪽)와 한국의 옛날 도시락 같은 나시르막(오른쪽). 달큰한 밀크티를 함께 곁들이면 좋다. 최승표 기자

짬뽕과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맛이 훨씬 강한 락사(왼쪽)와 한국의 옛날 도시락 같은 나시르막(오른쪽). 달큰한 밀크티를 함께 곁들이면 좋다. 최승표 기자

대표 메뉴는 매콤한 국수 ‘락사’다. 생김새는 짬뽕과 비슷한데 맛이 훨씬 세다. 닭고기와 생선, 꼬막으로 육수를 내 감칠맛이 풍부하고 레몬그라스, 갈랑가 같은 향신료와 코코넛밀크 맛도 도드라진다. 맛과 향이 모두 강한 식재료가 누가 더 센지 대결이라도 하는 것 같다. 국수를 입안으로 훔치면 그 센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말레이시아인의 또 다른 소울푸드 ‘나시르막’은 우리네 옛날 도시락 같다. 코코넛밀크를 넣고 찐 밥에 멸치·땅콩 볶음, 달걀 프라이, 삼발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닭고기 요리 ‘아얌 고랭’과 찰떡궁합이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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