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日 텃밭 공략” 현대차·LG화학, 인니에 배터리 합작사

중앙일보 2020.11.26 05:00 경제 1면 지면보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2일 충북 오창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찾아 구광모 (주)LG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2일 충북 오창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찾아 구광모 (주)LG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와 LG화학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 카라왕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는다. 세계적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세워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가 인도네시아를 전초기지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카라왕에 10만평 배터리 합작공장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동쪽의 카라왕 군(Regency). 자료 : 구글맵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동쪽의 카라왕 군(Regency). 자료 : 구글맵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LG화학은 최근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에 배터리 합작법인(JV) 공장을 지을 부지를 확보했다. 카라왕은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54㎞ 떨어진 지역으로 찌카랑 산업단지 등이 있어 공업 도시로 통한다. 합작사 공장 부지는 약 33만㎡(약 10만평)로 전기차용 배터리 셀은 물론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팩과 시스템 등도 생산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는 외국 법인의 토지 소유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두 회사 합작법인은 임차 개념의 장기간 토지 사용권을 얻었다. 계약 가격은 ㎡당 120달러(약 13만원)로 인근 토지가격인 ㎡당 170~200달러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카라왕에 메인 공장을 짓고 바탕시에도 소규모 공장을 한 곳 더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탕시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고향으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총 4000ha(40㎢) 규모의 바탕 산업단지에 배터리 공장 등을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자카르타 인근 카라왕에 부지 확보
인니, 니켈 등 배터리용 자원 풍부
현대차 내년부터 완성차 공장 가동
아세안 전기차 시장 선점 승부수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바탕 산업단지를 시찰하면서 “LG(화학)가 내일 당장 들어오고 싶다면 바로 들어오라.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투자조정청장과 주지사, 군수가 다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니켈 수출 세계 1위 

아세안 지역 주요 10개국.

아세안 지역 주요 10개국.

현대차와 LG화학이 인도네시아를 배터리 생산거점으로 낙점한 가장 큰 이유는 동남아 전기차 시장에서 일찌감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니켈·코발트·망간 생산국으로 니켈의 경우 지난 2017년 40만t을 수출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풍부한 자원을 앞세워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업체 투자를 유치해 2030년 ‘전기차 산업허브’가 되겠다고 지난 4월 선언했다. 이를 위해 2022년부터 전기차 생산을 시작해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 비중을 자국 자동차 생산의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직 전기차 보급은 미미하지만, 아세안의 자동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아세안 주요국의 자동차 시장은 2017년 약 316만대에서 2026년 449만대로 커질 전망이다. 아세안 중에서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네시아의 경우 연간 자동차 판매 대수 110만~120만대에 경제성장률도 5% 안팎으로 높다.
 
아세안 지역은 완성차에 대해 국가별로 5~80%에 이르는 관세 장벽이 높아 현지 생산 거점 없이는 공략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대신 아세안 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 비중이 40%일 경우 아세안 지역 안에서는 완성차의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전기차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동남아 전기차 전초기지 노린다  

〈ASEAN 주요 국가 전기차 산업 육성 계획〉

자료 : 프로스트앤설리반

자료 : 프로스트앤설리반

실제 아세안 국가들은 최근 적극적으로 전기차 시장 육성에 나섰다. 인도네시아는 2025년까지 201만대, 싱가포르는 2050년까지 53만대, 태국은 2036년까지 전기차 120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금까지 아세안 시장은 일본차의 텃밭이었다. 인도네시아만 해도 도요타·다이하쓰·혼다·미쓰비시·스즈키 등 5개 일본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신차 판매 기준으로 90% 이상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얘기가 다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기차는 도요타 정도를 제외하곤 일본이 세계 선두를 못 따라가고 있는 데다가 세컨드 티어(2위 업체군)는 아예 (전기차를)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각종 규제와 제도 변화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자동차 시장이 바뀌는 순간, 현대차가 아세안 시장에서 점유율을 굉장히 높이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브카시의델타마스 공단에 완성차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현재 공사는 60% 정도 진행돼 내년 하반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간 생산 규모는 15만대로, 절반은 수출용이다. 생산 차종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세단으로 정해졌지만 향후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추가로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상황에 따라 이 공장의 생산량을 25만대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화학의 경우에도 현대차를 비롯해 아세안 지역에 들어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통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처를 확보하는 한편 각종 소재·부품 자급력을 크게 끌어 올릴 수 있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서울을 방문한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 국영기업부 장관과 바흐릴라하달리아 투자청장은 LG화학과 리튬 채굴 사업 패키지 투자 등을 논의한 것으로 배터리 시장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