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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메시

중앙일보 2020.11.26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구단·감독과 갈등으로 입지가 좁아진 메시는 최근 부진까지 겹쳐 사면초가다. [EPA=연합뉴스]

구단·감독과 갈등으로 입지가 좁아진 메시는 최근 부진까지 겹쳐 사면초가다. [EPA=연합뉴스]

리오넬 메시(33·바르셀로나)의 시대는 저무는가.
 

챔스 16강 진출 원정경기서 제외
구단·감독과 갈등, 입지 좁아져
부진 이어지자 팬·여론도 등돌려

바르셀로나(스페인)는 25일(한국시각) 열린 2020~2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4차전 원정경기에서 디나모 키예프(우크라이나)를 4-0으로 크게 이겼다. 승점 12의 바르셀로나는 남은 두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자축하는 선수 가운데 에이스 메시 얼굴은 없었다. 로날드 쿠만 감독이 메시를 이번 원정 명단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쿠만은 “휴식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즌 초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메시가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엔트리에도 들지 못한 건 거의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아니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2003~04시즌 유스팀에 입단해 바르셀로나에서만 20년(우승 34회) 가까이 뛴 메시로서도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메시 입지는 시즌 초 구단과 갈등을 빚으면서 좁아졌다. 주제프 바르토메우(57) 회장과 불화를 참지 못해 8월 구단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메시는 바르토메우가 감독이나 선수 구성을 변경할 때마다 비합리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바르토메우는 이적료로 7억 유로(약 9800억원)라는 비현실적인 액수를 주장하며 사실상 이적을 막았다. 메시와 바르셀로나는 소송 직전까지 갔다. 막판 메시가 이번 시즌까지 잔류하기로 마음을 바꾸고, 바르토메우가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사건이 봉합됐다.
 
메시는 올 시즌 부임한 쿠만 감독과도 궁합이 맞지 않았다. 세대교체를 원하는 쿠만은 메시만 남기고 기존 베테랑은 기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쿠만은 메시의 단짝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33)에게 방출 통보했다. 수아레스는 눈물을 흘리며 라이벌 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료와 불화설도 불거졌다. 바르셀로나 공격수 앙투안 그리에즈만(29)의 전 에이전트는 “바르셀로나에서는 메시가 모든 것을 조종한다. 그는 황제이자 군주다. 그리에즈만의 팀 합류를 곱게 보지 않았다. 메시가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영국 더 선은 “수아레스가 떠난 뒤 메시는 훈련 후 선수들과 섞이지 못하고 혼자 라커룸으로 간다. 모두가 쿠만의 지시에 집중할 때 혼자 고개를 떨구고 다른 생각을 한다”며 메시의 처지를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력이 좋을 리 없다. 메시는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8경기에 출전해 3골에 그쳤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3골을 넣었는데, 전부 페널티킥이다. 지난 시즌 44경기에서 31골을 몰아친 ‘축구의 신’다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메시가 부진하자 바르셀로나(3승2무3패)는 리그 13위로 추락했다.
 
여론도 등을 돌렸다. 스페인 아스는 팀 부진의 원인으로 골잡이 메시의 부진을 꼽았다. 결국 메시는 폭발했다. 스페인 문도 데포르티보에 따르면 메시는 19일 인터뷰에서 “구단의 모든 문제가 내 탓이 되는 게 지겹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팬들도 메시에 대해 싸늘하다. 현지 언론은 메시의 경기력이 좋아지지 않으면 명예 회복을 하지 못하고 팀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더 선은 “우여곡절 끝에 바르셀로나에 남았지만, 메시 위상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쓸쓸한 메시”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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