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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려운 질병이지만 희망은 있죠, 국제 협력합시다”

중앙일보 2020.11.26 00:02 종합 16면 지면보기
실비아 스웨덴 왕비. 치매 환자였던 친정어머니를 간호하며 치매정책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이후 ‘실비아헴메트’를 설립하는 등 스웨덴 국가 치매정책의 기초를 다졌다. [AFP=연합뉴스]

실비아 스웨덴 왕비. 치매 환자였던 친정어머니를 간호하며 치매정책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이후 ‘실비아헴메트’를 설립하는 등 스웨덴 국가 치매정책의 기초를 다졌다. [AFP=연합뉴스]

“치매는 어려운 질병이다. 하지만 언제나 희망은 있다.”
 

스웨덴 실비아 왕비 인터뷰
모친 간병 통해 국가책임제 도입
“지원만 있으면 좋은 삶 살 수 있어”
오늘 코엑스서 국제치매포럼 개막

스웨덴의 실비아 왕비가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 치매 포럼을 앞두고 보낸 메시지다. 스웨덴은 세계 최고의 치매 관리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기반을 닦은 인물로 꼽히는 이가 실비아 왕비다. 그는 “지원만 있다면 치매 환자와 가족들도 충분히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며 사회적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웨덴의 칼 구스타브 16세 국왕은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때 현지 통역이었던 실비아를 만나 76년 결혼했다. 6개 국어에 능통한 평민 출신의 실비아는 현실판 ‘신데렐라’로 불리며 유럽인의 사랑을 받았다.
 
그가 치매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친정어머니가 병을 앓으면서다. 스웨덴과 독일을 오가며 어머니를 간호하던 실비아 왕비는 전문시설의 필요성을 느꼈다. 1996년 스웨덴 왕립 치매 센터인 ‘실비아헴메트’를 설립했고, 이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개념의 ‘국가치매책임제’의 효시가 됐다.
 
이후 2006년 스웨덴 왕실은 실비아헴메트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나누기 위해 국제 연대를 위한 스웨덴 국제 치매기구(SCI)를 설립했다. SCI는 2015년 국제포럼인 ‘디멘시아포럼엑스(DFx)’를 출범시켜 2년마다 열고 있다.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DFx 코리아에선 정책·진단·예방·치료·케어 5개 분야에 걸쳐 치매 극복을 위한 새로운 성과가 소개될 예정이다. 포럼을 하루 앞둔 25일 실비아 왕비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어머니가 치매를 앓았다고 들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내 인생의 모든 것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어머니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담은 사진첩을 만들었다. 사진 속 인물, 그와 연관된 설명을 사진첩에 적었다. 어머니의 기억력은 물론 간병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나이 들면서 찾아오는 일상으로 간주하던 치매를 질병으로 보게 되면서 ‘실비아헴메트’를 설립하고 전문 간호인력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한국에도 75만 명 이상의 치매 환자가 있다. 그들과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치매는 어려운 병이다. 하지만 언제나 희망은 있다. 지원만 있다면 (환자와 가족들도) 충분히 좋은 삶을 살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치매 전문 인력과 대화하고 조언과 지원을 받는 것이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치매 환자가 가족들과 함께 사는 맞춤형 주택 ‘실비아보’ 프로젝트도 주목을 받았다.
“치매 환자가 안전하게 생활할 다양한 시설과 집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상황에 즉각 대처할 알림 장치 등을 갖춰야 한다. ‘실비아보’ 프로젝트는 이케아 설립자와 차를 마시며 나눈 생각을 발전시킨 것이다. 환자들과 가족을 돕고 싶었다. 치매 환자의 어려움을 최소화하도록 개조하되 평범한 집처럼 보여야 했다. ‘실비아보’ 프로젝트로 만든 집에는 100개 이상의 치매 환자 맞춤형 장치가 있다.”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국제 사회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연구와 모범 사례를 나누며 협력해야 한다. (스웨덴 왕실 후원의) DFx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국제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기업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시야를 갖는 게 목적이다.” 
 
정주희·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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