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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신데렐라' 스웨덴 왕비, 치매 어머니가 그녀를 바꿨다

중앙일보 2020.11.25 18:39
 
실비아 스웨덴 왕비. [사진 스웨덴 왕실]

실비아 스웨덴 왕비. [사진 스웨덴 왕실]

“치매는 어려운 질병이다. 하지만 언제나 희망은 있다”

 

26일 서울서 열리는 국제 치매 포럼 앞두고 메시지

스웨덴의 실비아 왕비가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 치매 포럼을 앞두고 보낸 희망의 메시지다. 스웨덴은 세계 최고의 치매 관리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기반을 닦은 인물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 실비아 왕비다. 그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건 한 사람의 힘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지원만 있다면 치매 환자와 가족들도 충분히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며 사회적 시스템이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비아 왕비는 독일 평민 출신으로 1976년 스웨덴 칼 구스타브 16세 국왕과 결혼, 현실판 ‘신데렐라’의 주인공으로 많은 유럽인의 사랑을 받았다. 치매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머니가 병을 앓으면서다.  
 
젊은 시절 실비아 왕비와 구스타프 왕의 모습. [사진 스웨덴 왕실]

젊은 시절 실비아 왕비와 구스타프 왕의 모습. [사진 스웨덴 왕실]

스웨덴과 독일을 오가며 어머니를 간호하던 실비아 왕비는 전문시설의 필요성을 느꼈다. 1996년 스웨덴 왕립 치매 센터인 ‘실비아헴메트’를 설립했고, 이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개념의 ‘국가치매책임제’의 효시가 됐다.
 
이후 2006년 스웨덴 왕실은 실비아헴메트에서 축적된 지식과 노하우를 국제 사회에 전하기 위해 ‘SCI’를 설립했다. SCI는 2015년 치매에 관한 정보와 경험을 나누는 국제포럼인 ‘디멘시아포럼엑스(DFx)’를 출범시켜, 2년마다 열고 있다. 오는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DFx 코리아에선 정책∙진단∙예방∙치료∙케어 5개 분야에 걸쳐 치매 극복을 위한 새로운 성과가 소개될 예정이다.
 
스웨덴 구스타프 16세 왕과 실비아 왕비 [사진 스웨덴 왕실]

스웨덴 구스타프 16세 왕과 실비아 왕비 [사진 스웨덴 왕실]

 
다음은 실비아 왕비와의 서면 인터뷰. 
 
어머니가 치매를 앓으셨다고 들었다. 
A. 어느 날 어머니가 나에게 “내 인생의 모든 것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담은 사진첩을 만들었다. 사진첩에 사람의 이름과 그 순간들이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를 적었다. 이 사진첩이 어머니의 기억력에 도움을 줬고, 간병인들이 그를 치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던 당시에 나는 치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치매는 단지 나이 들면서 찾아오는 일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치매가 질병으로 간주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실비아헴메트’를 설립하고 전문 간호인력 육성을 시작했다.
 
한국에도 75만 명 이상의 치매 환자가 있다. 그들과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A. 치매는 어려운 병이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희망은 있다. 지원만 있다면 (환자와 가족들도) 충분히 좋은 삶을 살 수 있다. 많은 연구가 육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활동하면서 환자의 육체적 건강을 돌보는 게 치매 환자에게나 그 가족에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장 좋은 것은 치매 전문 인력과 대화하고 조언과 지원을 받는 것이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실비아 스웨덴 왕비. 치매 환자였던 그의 어머니를 간호하며, 치매 정책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이후 '실비아헴메트'를 설립했고, 스웨덴 치매 정책의 기초를 다졌다. [사진 스웨덴 왕실]

실비아 스웨덴 왕비. 치매 환자였던 그의 어머니를 간호하며, 치매 정책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이후 '실비아헴메트'를 설립했고, 스웨덴 치매 정책의 기초를 다졌다. [사진 스웨덴 왕실]

치매 환자가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맞춤형 주택 ‘실비아보’ 프로젝트도 주목을 받았다. 
A. 치매 환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과 집의 제공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예를 들어 여러 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알림 장치 등을 설치해야 한다.
‘실비아보’ 프로젝트는 이케아 설립자와 차를 마시며 나눈 생각을 발전시킨 것이다. 환자들과 환자와 같이 사는 가족을 돕고 싶었다. 치매 환자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을 개조하되 평범한 집처럼 보여야 했다. ‘실비아보’ 프로젝트로 만든 집에는 100개 이상의 치매 환자 맞춤형 장치가 있다.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는데.  
A. 국제 사회는 치매 환자가 겪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그 가족이 겪는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서로 찾아가서 의논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치매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연구와 모범 사례를 나누며 협력해야 한다.
(스웨덴 왕실 후원의) DFx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국제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돌봄과 연구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기업까지 포함해 더 넓은 시야를 갖는 게 그 목적이다. 
 
정주희·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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