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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의 아내 사랑…GPS보니, 中·北거쳐 1000㎞ 날아 돌아왔다

중앙일보 2020.11.25 18:18
날개를 다쳐 날 수 없는 암컷을 두고 지난 6월 떠난 재두루미 부부의 수컷이 중국에서 다시 돌아와 재회했다고 철원군이 25일 밝혔다. 수컷의 등에 부착한 위치추적장치(GPS) 기록을 열어보니 중국에서 북한을 거쳐 다시 철원까지 1000㎞ 넘게 날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철원에서 다시 만난 재두루미 부부. 왼쪽이 돌아온 수컷. 사진 철원군

날개를 다쳐 날 수 없는 암컷을 두고 지난 6월 떠난 재두루미 부부의 수컷이 중국에서 다시 돌아와 재회했다고 철원군이 25일 밝혔다. 수컷의 등에 부착한 위치추적장치(GPS) 기록을 열어보니 중국에서 북한을 거쳐 다시 철원까지 1000㎞ 넘게 날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철원에서 다시 만난 재두루미 부부. 왼쪽이 돌아온 수컷. 사진 철원군

강원 철원에서 재두루미 부부가 5개월여만에 재회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2일 철원 DMZ두루미평화타운 내 두루미쉼터로 수컷 재두루미 한 마리가 날아왔다. 쉼터 관계자는 재두루미의 방문에 깜짝 놀랐다. 올봄 훌쩍 떠나버린 수컷이 암컷을 찾아 다시 돌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제203호이자 멸종위기Ⅱ급 동물인 재두루미는 자신의 짝을 지키며 평생을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날 수 없는 짝 찾아 중국서 돌아온 수컷

쉼터 관계자는 수컷에 부착한 위치추적장치(GPS) 기록을 확인했다. 그 결과 이 수컷 재두루미는 중국에서 북한을 거쳐 다시 철원까지 1000㎞ 넘게 날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서 여름을 보낸 남편 재두루미가 겨울이 되자 부인을 찾아 ‘철원 살림집’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 재두루미 부부는 올해 봄 이름이 지어졌다. 둘의 애틋한 사연이 공개되면서다. 남편 재두루미는 ‘철원이’, 부인은 ‘사랑이’다.  
 
사랑이는 2005년부터, 철원이는 지난 2018년부터 두루미쉼터에서 지내다 2019년 겨울 부부의 연을 맺었다. 사랑이는 날개가 심하게 부러져 구조됐고, 철원이는 다리와 부리에 동상을 입은 채 구조됐다. 이후 사랑이는 오른쪽 날개에 3곳의 복합골절을 입어 수술을 받았지만, 근육과 인대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해 제대로 날개를 펼칠 수 없게 됐다.
 
사랑이는 올해 4월 1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2개의 알을 낳았다. 이들 부부는 번갈아 가며 알을 품으며 부화를 기다렸지만 40일이 지나도 새끼는 나오지 않았다. 이후 군은 올해 3월 이들 부부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하지만 부상이 심했던 사랑이는 날아오르지 못했다. 결국 철원이는 지난 6월 혼자 날아가버렸다.
 
그러다 철원이가 중국에서 여름을 지내고 지난 12일 다시 사랑이에게 돌아온 것이었다. 김수호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사무국장은 “철원지역 재두루미는 보통 3월이면 월동을 마치고 북쪽으로 날아가는데 철원이는 짝을 위해 6월까지 기다린 것 같다”며 “다시 만난 이 부부가 건강한 상태로 내년 3~4월 짝짓기가 되고 산란활동이 시작되면 아름다운 2세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이어 “철원이와 사랑이가 산란해 새끼를 본다면 국내에서 최초로 자연부화에 성공한 재두루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원군 관계자는 “떠나버린 줄만 알았던 수컷두루미 철원이가 돌아오기를 희망하던 중 사랑이를 만나러 돌아오는 기적 같은 일이 실현됐다”며 “이들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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