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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7만 보건의료 응시생, 확진·자가격리땐 시험 못본다

중앙일보 2020.11.25 16:57
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모습. 뉴스1

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모습. 뉴스1

 
37만명에 달하는 보건의료인 자격(면허 포함) 시험 응시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나 자가격리자가 될 경우 시험을 볼 길이 막혀 길게는 꼬박 1년 기다려야 할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별도 응시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시험을 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28일 예정된 치과기공사 필기시험부터 이런 난관에 부닥쳤다. 확진자 1명, 자가격리자 15명이 시험을 못 본다. 이렇게 되면 응시생들이 진단검사를 회피하게 돼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진다.  
 

논란된 국시원의 시험 유의사항 

정부의 위임을 받아 보건의료 관련 자격(면허 포함) 시험을 관리하는 데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이다. 국시원은 지난 19일 ‘2020년도 하반기~2021년도 상반기 보건의료인국가시험 코로나19 관련 응시자 유의사항’을 공지했다. 확진자·자가격리자 등은 응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해서라는 취지다. 국시원은 한해 26개 직종의 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의사·한의사·간호사를 비롯해 치과기공사·물리치료사·영양사·응급구조사·장애인재활상담사 등 다양하다.
 
한해 응시생은 37만명 가량 된다. 요양보호사·간호조무사(28만명)가 가장 많다. 요양보호사는 연 4회, 간호조무사는 2회 시험을 본다. 나머지 24개 직종 9만여명은 1년에 단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 코로나19에 걸리거나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라도 들어가면 시험을 아예 볼 수 없다. 관련 자격증·면허증이 발급되지 않다 보니 취업 기회까지 잃게 된다.
의료인력 자료사진. 뉴스1

의료인력 자료사진. 뉴스1

 

28일 치과기공사 자가격리자 어쩌나 

우선 28일로 예정된 치과기공사 필기시험이 비상이다. 1200명 응시생 중 16명가량이 시험을 볼 수 없게 될 처지에 놓였다. 모 대학 치기공 관련과 소속 학생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접촉자로 분류된 5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또 타 대학 응시생이 다른 확진자의 접촉자로 통보받으면서 10명의 자가격리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28일 시험에 응시할 예정이었다.
 
다음달 13일에는 물리치료사·임상병리사, 19일 방사선사·영양사 등의 시험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올해 코로나19 와중 실시된 요양보호사 시험에서도 확진·자가격리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시험이 1년에 4회 실시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응시생들의 불만이 외부로 표출되지 않았다. 
예비간호사 국민청원.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예비간호사 국민청원.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간호사 시험과 관련한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간호학과 졸업예정자로 소개한 글쓴이는 “왜 간호사 국가고시는 자가격리자도 시험이 취소되는지 의문이 든다”며 간호사 국시도 1년에 한 번 치르는 중요한 시험”이라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25일 오후 4시 현재 8939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간호사 국시는 내년 1월 22일 예정돼 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의 경우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도 입원·치료 중인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수능을 치를 수 있다. 자가격리자는 일반 시험장과 분리된 별도 시험장에서 보면 된다. 교육부와 일선 시도 교육지원청은 교사를 뽑는 임용고시의 경우도 자가격리자에 한해서는 응시기회를 주고 있다. 예비간호사들이 형평성을 제기하는 이유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4일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여부조차 불분명한 자가격리자들까지 시험 볼 자격을 박탈하는 건 행정 편의주의”라며 “내년 시험일까지는 아직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비판했다.  
 

"인프라 갖춰지지 못해" 

복지부 관계자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어떡하더라도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야 하고, 우선 자가격리자부터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시원 관계자는 “(인력부족 등으로) 환자나 자가격리자를 구분해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돼 있지 않다. 보완 방안을 마련해보려 한다”며 “다만 현재 자가격리된 치과기공사 응시생들을 어떻게 구제할지는 보건복지부와 아직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권혜림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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