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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확진=재수, 자가격리=실기 불가” 가족들 “우리도 가택연금”

중앙일보 2020.11.25 16:12
지난 23일 오후 대전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고3 수험생들이 막바지 수능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3일 오후 대전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고3 수험생들이 막바지 수능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달 초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는 고3 학생들에게 '오는 26일까지 등교수업을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학생들의 수능(12월 3일) 대비를 위해 학교 수업으로 돕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작 공지가 나간 뒤 학생들의 체험학습 신청이 몰려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걱정한 고3과 학부모들이 하루라도 학교에 가는 날을 줄이려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학교는 예정했던 26일보다 앞서 등교를 중단하고 원격 수업으로 전환했다.
 
수능을 8일 앞둔 대입 수험생들이 코로나19 공포에 떨고 있다. 확진은 물론 자가격리만 해도 입시 준비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응시 대학에 따라 확진자는 대학별고사에 응시하지 못하고, 자가격리자는 실기고사 기회를 박탈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자가격리자, 실기고사 응시 불가"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학생부종합전형 면접을 찾은 고3 수험생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서 고사장으로 입실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학생부종합전형 면접을 찾은 고3 수험생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서 고사장으로 입실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월 교육부가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2021학년도 대입 관리방향'에 따르면 확진자는 원칙적으로 대학별고사에 응시할 수 없다. 병원 밖으로 이동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부는 비대면 평가에는 가급적 확진자도 응시하게 하라고 당부했지만, 대부분 대학은 확진자의 대학별고사 응시를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자가격리자가 겪는 불이익도 크다. 서울대의 경우 자가격리자는 예체능 계열 실기고사에 응시할 수 없다. 서울대 관계자는 "따로 고사장을 제공하거나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모든 응시자에게 같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자가격리자 응시를 제한했다"고 밝혔다. 다만 비대면 면접 등은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자가격리자에게 실기고사 기회를 주려 한 서울의 한 사립대도 최근 계획을 바꿨다. 이 대학 관계자는 "교수들이 건강도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응시 기회를 주는 게 의미가 없다며 별도 고사장 운영을 반대했다"며 "결국 자가격리자는 응시하지 못하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가격리자에게 실기고사 기회를 주는 학교는 적은 편이다. 예체능 계열 학생 비율이 높은 국민대는 별도의 실기시험장을 마련했다. 국민대 관계자는 "확진자도 아니고 자가격리자의 응시 기회를 뺏는 건 말도 안 된다"면서 "방역당국에서자가격리자를 이송해주면 별도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 가족이 가택연금…수능 포기할까 고민도"

지난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원격수업이 진행되는 3학년 교실이 비어있다. 뉴스1

지난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원격수업이 진행되는 3학년 교실이 비어있다. 뉴스1

수험생 사이에서는  '코로나19 확진은 재수 확정'이라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대학별고사가 제한되면 수능 중심의 정시밖에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1학년도 서울 주요 대학 신입생 모집 인원 중 수시 선발 비율은 67.9%다. 수시에 비해 정시의 문은 좁다.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중엔 수능을 포기할지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고3 학생 최모(18)양은 "여러 사람이 모이는 시험장에 갔다가 혹시 감염되거나 자가격리 될까 봐 걱정된다"면서 "수시 논술과 적성고사가 여러 개 남아있어 아예 수능을 포기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험생의 가족들도 비상이다. 온 가족이 모임이나 외출을 피하고 있다. 고3 자녀를 둔 주부 이모(48)씨는 "요즘은 주변에 가택연금 상태라고 말한다"면서 "자녀와 나는 물론이고, 남편도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온다"고 말했다.

교육부 "개별 대학 전형에 개입 못해" 

 
일각에서는 응시 기회를 보장하는 교육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대학관계자는 "교육부가 '립 서비스'만 하고 각 대학이 사실상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걸 손 놓고 있다"면서 "평소에는 전형별 반영 비율까지 개입하면서 코로나19 대처는 '대학 자율'이라며 면피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나 자가격리자에게 최대한 응시 기회를 보장하라는 게 교육부의 일관된 입장이지만, 국가기관이 아닌 개별 대학이 시험을 운영하는 사항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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