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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의 검찰총장 직무배제…전후 과정서 제기되는 위법 소지

중앙일보 2020.11.25 14:3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에 나선 가운데 검찰 안팎에서는 감찰 절차 전후 과정과 그 사유의 위법 소지를 제기한다. 감찰의 목적과 경위, 의도와 방법 등에 대해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적용 및 규정 위반 등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추 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법무부 감찰규정 개정…“경위·의도 확인해야”

 
앞서 법무부는 지난 3일 검찰을 비롯한 중요사항에 대해 감찰할 때 감찰위원회 자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받을 수 있다’로 개정했다. 의무 규정을 임의 규정으로 고친 것이다, 법무부 측은 상위 법령과 하위 법령이 배치돼 있고, 절차가 중복된다는 점을 개정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 관련 감찰에 대한 포석이라며 감찰의 문턱을 낮추려 한다는 추측이 나왔다.
 
이후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윤 총장에 대한 대면 조사 등을 시도했고, 무산된 지 6일 만에 추 장관은 윤 총장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를 명령했다. 이에 검찰 일각에서는 규정 개정이 이뤄지게 된 경위와 그 의도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총장 ‘표적 감찰’ 의도가 인정될 경우 직권을 남용한 개정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감찰이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직전 감찰규정을 개정한 경위가 확인돼야 한다”며 “만약 총장에 대한 감찰을 염두에 뒀다는 등 의도가 무엇인지 확인되면 그 자체로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도 “윤 총장 보고 ‘나가라’는 게 감찰의 목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개정이 이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면 직권남용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종배 법치주의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대첨찰청 로비에서 열린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발장 접수를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이종배 법치주의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대첨찰청 로비에서 열린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발장 접수를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절차 규정 위반 가능성…“일방을 방해로 둔갑”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진행 과정에 관해서도 규정 위반 등의 소지가 있다는 검찰 내 일부 분석이 있다. 먼저 대검찰청 측은 감찰을 개시하려면 징계 또는 형사처벌을 받을 만한 상당한 구체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이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한다. 감찰 개시 요건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는 취지다.
 
대검 측은 감찰이라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것을, 진상 확인 단계라면 서면으로 충실히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법무부에 전했다. 그러나 법무부 측은 윤 총장 대면 조사를 시도했고, 대검 측이 반발하자 ‘대상자가 감찰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감찰을 ‘방해’했다고 둔갑한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조사 방식 등을 얘기한 뒤 소명조차 듣지 않았으면서 이를 비협조라고 한다”고 말했다.
 
감찰담당관실로 파견 온 검사 2명을 대면 조사에 보낸 것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이들은 법무부가 아닌 검찰 소속 공무원”이라며 “자격도 없는 자를 통해 감찰 절차를 진행하려 했다”는 게 대검 측 지적이다. 총책임자인 법무부 감찰관이 아닌 감찰담당관이 독자적으로 시설 협조 및 자료 제출 요구 등에 대한 공문을 보낸 것도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 얼굴이 그려진 배너가 세워져 있다. [뉴스1]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 얼굴이 그려진 배너가 세워져 있다. [뉴스1]

사실관계 특정 안 돼…“의혹만으로 직무배제”

 
법조계 일각에서는 기소 또는 재판 등으로 사실관계가 확정되거나 특정된 사안이 아닌 의혹만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를 단행한 것 또한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본다. 추 장관이 언급한 6가지 이유 모두 윤 총장의 해명 없는 감찰관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예로 윤 총장이 채널A 의혹 감찰 정보를 유출했다는 사유는 “성명불상자를 통해 유출했다”고만 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징계 혐의로 거론된 사유들을 보면 하나같이 특정되지 않은 의혹들로, 총장의 소명 기회조차 없이 정해진 결론에 따라 감찰을 진행된 것”이라며 “감찰권을 남용한 것이고, 이를 발표까지 해 직권남용과 명예훼손의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현직 검사들은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검사도 직무배제 되지 않았는데, 감찰 조사로 총장을 직무 배제한 것은 특정 기준에 따라 감찰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22 오종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22 오종택 기자

정치적 중립 손상?…“장관의 정치적 생각”

 
윤 총장이 대권 후보로 거론되며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린 것을 묵인·방조했다는 게 추 장관 주장이다. 그러나 윤 총장은 앞서 수차례 여론조사 기관에 본인의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했었다. 특히 추 장관은 윤 총장이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정치참여 선언’이라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치인 출신 추 장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불과한 데 이를 징계·감찰 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한 감찰권 행사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국민 선호도를 반박하라거나 여론조사를 하지 말라는 게 총장이 해야 할 의무인가”라며 “감찰권이 장관의 정치적 생각에 따라 이용됐다”고 강조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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