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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정권 떠오른다" "김정은도 안 이런다" 전직 총장들 반발

중앙일보 2020.11.25 11:42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추 장관은 하루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 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김상선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추 장관은 하루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 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김상선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꺼내든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카드에 전직 검찰총장들 과 검찰 내부에서는 “독재 정권이 떠오른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전직 총장 입 모았다

‘국정 농단 수사’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입건되던 때 총장으로 재임했던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유신 때 야당 총재에 대해 직무를 정지한 것을 연상케한다”고 평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 막바지였던 1979년, 야당(신민당) 당사에서 농성히던 YH무역 여공들이 강제 진압당한 사건으로 김영삼 신민당 총재(전 대통령)가 직무집행 정지당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이 사건은 유신 정권 몰락의 도화선이 됐다.
 
이어 김 전 총장은 “징계 청구 사유로 제시된 것이 합리적이고 상당한지 의문이 든다”며 “형사 범죄로 기소된 정진웅 차장검사에 대해서도 직무배제를 하지 않았는데 총장에 대해 직무집행을 정지한 것은 너무 과도한 처사”라고 밝혔다. 한동훈 검사장과의 ‘육탄전’ 논란을 빚은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됐지만 직무를 수행 중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또 다른 전직 검찰총장은 “김정은과 히틀러도 나라 법은 따른다”며 “불법이냐 적법이냐를 떠나 말 그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총장의 거취는 장관이 아닌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해야할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검찰총장을 지낸 법조계 인사는 “‘윤석열 나가라’는 것이 검찰개혁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적폐 수사로 출범한 정권이 검찰을 적대시하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한동훈 검사장이 핸드폰 비밀번호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헌법에 보장된 진술보장권을 침해하는 ‘비밀번호 해제법’을 만들자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냐”고도 비판했다. 
 

“집권 세력 수사하면 직무정지” 비판

대검찰청의 응원 화환과 법무부의 응원 꽃다발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인스타그램]

대검찰청의 응원 화환과 법무부의 응원 꽃다발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인스타그램]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도 반발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김경목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는 “집권 세력이 비난하는 수사를 하면 언제든지 해당 세력 정치인 출신 장관이 ‘민주적 통제,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총장을 내칠수 있다’는 뼈 아픈 선례가 대한민국 역사에 남았다”고 한탄했다.  
 
김 검사는 이어 “진정한 검찰개혁은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해도 영향 받지 않고 절제된 검찰권을 공정하게 행사, 권한에 부합하는 책임을 부담하는 제도를 구성하는 것으로 이해해왔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등을 비판했다가 되레 ‘커밍아웃 검사’라고 저격당했던 이환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가 전날 저녁 올린  ‘법무장관이 행한 폭거에 대해 분명한 항의의 뜻을 표합니다’ 글에도 다수의 검사들이 공감하는 댓글을 달았다.  
 
한 검사는 유신 정권의 폭정에 빗대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 10년2개월 동안 대법원장으로 재직했던 민복기 전 대법원장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이니 사법부의 독립을 내세우지 않을 순 없지만, 제사에 대추‧밤 놓듯 구색을 맞춘 정도”(한홍구,『사법부, 법을 지배한자들의 역사』)라는 내용이다. 또 다른 검사는 “검찰개혁의 핵심인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與 의원도 “이게 검찰개혁이냐”

조응천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조응천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도 거센 비판이 나왔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을 (직무) 배제하면 형사사법 정의가 바로 서냐”고 쓴소리를 했다.  
 
조 의원은 “추미애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윤석열 총장에 대해 몹시 거친 언사와 더불어 초유의 수사지휘권, 감찰권, 인사권을 행사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라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고야 말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연 이 모든 것이 검찰개혁에 부합되는 것입니까? 그러면 그 검찰개혁은 과연 어떤 것입니까? 공수처를 출범시키고 윤석열을 배제하면 형사사법의 정의가 바로 섭니까?”라고 비판했다.  
 
김수민·강광우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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