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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입대” “차라리 반수” 코로나에 한낱꿈 된 새내기 낭만

중앙일보 2020.11.25 05:00 종합 6면 지면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등 비대면 강의를 듣고 있는 20학번 신입생.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등 비대면 강의를 듣고 있는 20학번 신입생. 연합뉴스

"내가 대학생인지 고졸 백수인지 모르겠다." 

올해 연세대에 입학한 20학번 신입생 이진희(19)씨의 한탄이다. 이씨는 "꿈꿨던 '캠퍼스 라이프'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었다"며 "20학번 끼리는 스스로를 '미개봉 중고'라고 자조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대부분의 대학은 1~2학기 수업을 비대면 강의로 진행했다. 올해 새내기들은 그동안 입시 부담에 억눌렸던 만큼 대학 캠퍼스를 고대했지만 코로나19로 물거품이 되자 "허무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획/코로나세대, 잃어버린 1학년⑦

20학번 "우리는 랜선 동기들"

20학번 새내기들은 첫 공식 행사인 '새내기 배움터' 참석부터 계획이 어그러졌다. MT나 OT 같은 신입생을 위한 단체 활동은 지탄의 대상이 됐다. 학내 공식 행사 진행이 엉클어졌고 소규모 모임도 지양하다 보니, 학과·학번을 불문한 '학우'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소통 창구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유일했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 10월 14일부터 11월 5일까지 20학번 대학생 1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SNS 또는 모바일 메신저'로 동기들을 만난다는 답변이 67.8%(82명)로 가장 많았다. '연락을 하지 않는다'(25.6%·31명)는 학생도 많았고, '직접 만난다'(6.6%·8명)는 답변은 적었다. 
 
캠퍼스의 선후배를 만날 기회인 동아리 활동도 답보 상태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면접을 보고 가입 서류를 통해 신입생을 뽑은 동아리도 있긴 하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김민영(19)씨는 "비대면 수업을 해 광주 집에 있었는데 온라인으로 면접을 보고 동아리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동아리 얘기를 들어보면 금방 사그라질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계속돼 제대로 활동한 곳이 없더라"고 했다. 
 
대학 입학 이후 참여하고 있는 학내 활동.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학 입학 이후 참여하고 있는 학내 활동.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 계속돼 입대 최적의 시기 

재학생뿐 아니라 신입생들 사이에서도 '입대 최적의 시기'라는 말도 나온다. 1년을 의미 없이 날리느니 군대를 다녀오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 군 복무 중인 한 새내기는 "재수 후 입영통지서가 나왔는데 2월에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곧바로 휴학계를 내고 입대했다"며 "현재는 일주일에 하루 2시간씩 군 복무 재학생 전용 사이버 강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강의로 개인 시간 활용이 자유롭다 보니 자기계발 등 성장의 기회로 삼는 학생들도 있다. 토익·토플 등 스펙 쌓기에 열중하거나, CPA 같은 전문 자격증 공부를 하는 식이다. 19학번 배종현(21)씨는 "(새내기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순응하고 코로나19 시기를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활용해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또 고등학교 땐 하지 못했던 취미나 운동에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백씨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친구들도 많다"면서 "그런 경우 '상황에서 벗어나 보자'는 생각으로 일주일에 한 권씩 책 읽기, 악기 배우기 등 목표를 만들어 달성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전했다.
 

"올해는 버리는 해…반수에 매진"

코로나19 이전엔 대학의 낭만을 즐기겠다며 '자체 휴강'이나 '대리 출석'을 강행하는 학생들이 있었다면 올해 실시간 '사이버 강의'에서는 조용히 자취를 감추는 새내기들이 늘었다. '반수'로 방향을 트는 경우다. 설문조사에서 입학 이후 반수나 재수를 생각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는 답변은 64명(52.9%), '있다'는 응답은 57명(47.1%)으로 나타났다.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재수나 반수를 고려해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신입생 이모씨는 "꿈꿔온 대학 생활을 이렇게 낭비할 바에야 더 좋은 대학에 가서 새내기 생활을 즐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기·선배들과 유대가 형성되지 않은 만큼 반수 결정도 어렵지 않다고 한다. 신입생 백모 씨는 "학교생활로 바쁘게 시간을 보내면 그런 생각도 들지 않을 텐데, 어차피 동기들 얼굴도 모르는데 '인적 관계'에 대한 미련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도 "얼굴을 맞대며 정을 쌓는 것이 대학 생활인데 첫 OT 때부터 아무것도 참여하지 못했으니 학교에 정붙이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지 반수를 해서 떠날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면·비대면 혼합한 대학 생활 설계해야  

경기도 용인시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자동녹화강의실에서 자유교양대학 박성순 교수가 2학기 개강을 앞둔 지난 8월 말 온라인 강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시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자동녹화강의실에서 자유교양대학 박성순 교수가 2학기 개강을 앞둔 지난 8월 말 온라인 강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캠퍼스를 즐기지 못하는 20학번을 선배나 교수, 교직원들은 안쓰러워한다. 19학번 김나영(20)씨는 "내가 지난해 새내기로 활동하며 느꼈던 즐거움을 20학번에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 과 대표를 맡았는데 너무 아쉽다"며 "대학 생활에서 공부보단 네트워크를 쌓는데 더 중요한데 후배들은 '대학 생활'이 뭔지 조차 모를 것 같아 슬프다"고 말했다.
 
학내 동아리 대표를 맡고 있는 지윤하(21)씨는 "학교나 학생회 차원에서 이들을 도와야 한다"며 "학교에서는 그룹 스터디나 학생·교수간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돕고, 학생회는 선후배 멘토링 제도나 다양한 학년별 온라인 행사를 통해 소속감과 관계 형성에 도움을 주어야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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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모 건국대 융합인재학부 교수는 "30년 교직 생활 중 새내기를 한 명도 못 본 건 올해가 처음"이라며 "계절이 변할 때마다 캠퍼스 풍경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내주곤 하는데 새내기들의 반응이 특히 뜨거웠다"며 씁쓸해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 생활은 교과 수업 외에도 동아리, 교환학생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통해 여러 경험도 쌓고 선후배 간 정도 나누는 것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정말 온라인 강의만 남게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또 "내년쯤 대학 생활이 정상 궤도로 돌아오면 백지상태의 20학번들을 잘 이끌어줘야 할 선배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올해 우리가 익숙해진 비대면 방식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대학생활에서도 대면과 비대면 방식 각각의 장점을 적절히 활용해 최대 효용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위문희·권혜림·정진호·이우림·편광현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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