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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칼럼] 대통령의 생각이 안 바뀌면 부동산 안정도 없다

중앙일보 2020.11.25 00:38 종합 35면 지면보기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24번째 부동산 대책이자 전세대책은 진선미 의원·김어준 씨 등의 막말 물타기로 끝나는 조짐이다. 진보 언론들도 이미 실패를 예감하는 눈치다. 경향신문은 공공임대 주택에 “대부분 인기 없는 중·소형 주택…아파트 전세 수요 분산 미지수”라는 부제를 달았고, 한겨레신문도 “입지 좋은 아파트가 적어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리얼미터 조사에도 효과 없을 것이란 응답 비율이 54.1%나 됐다.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전문가·시장 무시한 부동산 재앙
뜬금없는 김현미·김상조 발언도
실제론 문 대통령 인식과 똑같아
“내년 서울시장 선거가 분수령”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정부에서 미친 전·월세는 없다”고 자랑했으나 역대 최악의 전세 대란을 맞았다. 지난 4년간 다주택자를 때려잡겠다고 설쳤지만 다주택자는 2017년 211만명에서 2019년 228만명으로 늘어났다. 민심도 사나워졌다. “무주택자를 거지로 만들었다”“왜 전·월세입자만 희생양으로 삼느냐”는 아우성이 가득하다. 평소 점잖고 품격있는 언어를 구사해온 유승민 전 의원조차 “부동산에 문 대통령은 무능하고 비겁하다”는 날 선 비판을 내놓았다.
 
부동산 대책만큼 진영논리가 판치는 데는 없다. 시장 친화적 전문가들은 2017년부터 공급 확대를 주문하고 부동 자금의 유입을 경계했다. 대규모 개발에 부정적인 박원순 시장이 10년간 재건축·재개발을 꽁꽁 묶고 뉴타운 지역을 절반 이상 해제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기대 이익은 불로소득”이라며 적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 시내 신규 공급 물량은 급감했다.
 
진보진영은 이런 경고를 “토건족 앞잡이의 논리”라 선을 그었다. 대신 ①이미 아파트 공급은 충분하고 ②투기꾼과 다주택자들이 원흉이며 ③보유세를 중과하고 공시지가를 올리는 게 근본적 처방이라고 했다. 그렇게 나온 23번 대책은 모두 헛발질이었다.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시장을 외면한 재앙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는 “포퓰리즘 정부는 정책 결정 때 전문가를 기득권층이라 배제하는 독선적 태도를 보인다. 경제 문제도 복잡한 현실이나 복합적 처방보다 정치적 계산에 따른 단순하고 쉬운 해법에 집착한다”고 했다. 남미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이 남의 일이 아닌듯싶다. 우리 귀에 익숙하게 들린다.
 
지난 19일 경실련은 “오늘은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 반드시 잡겠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발언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현재 강남 평균 아파트값은 21억, 전셋값은 7.3억으로 지난 1년간 계속 상승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고 한 뒤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부동산 실패를 인정하는 데도 인색하다. 대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전세 대란에 "가슴이 아프고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패착의 원인을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느는 등 가구 분리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돌려 다시 한번 염장을 질렀다.
 
지금 부동산은 백약이 무효다. 문 대통령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이낙연 대표가 “오래되지 않은 시기, 대통령을 뵙고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었으며 거기에는 여러분이 상상하는 문제도 포함됐다”며 김현미 장관의 교체설을 시사했으나 청와대는 곧바로 이를 부인했다. 오히려 김 장관 유임설을 흘렸다. 문 대통령은 집값 폭등이나 전세대란에 동의하지 않으며 김 장관을 여전히 신뢰한다는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부동산 정책은 대체로 성공하고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한다. 김 장관의 이야기가 뜬금없는 게 아니라 실제 문 대통령의 생각이란 것이다. 주택값이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통계를 신뢰하며 내년 종합부동산세가 위력을 발휘하면 시장도 안정되리라 믿는다고 한다. 김 장관의 “전세 어려움은 임대차 3법 때문만은 아니다. 조금만 참아달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김 장관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벌써 교체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상조 정책실장 역시 “부동산 매매시장은 안정을 찾고 있으며 전세 불안은 불편해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반복한다. 이 또한 문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한다. 하지만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탈원전 개입을 묻는 신문 기자에게 “만약에 제가 구속되면 부동산으로 구속되지 월성원전으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뒤집어 보면 언젠가 부동산 실패에 따른 후폭풍을 각오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박 시장 10년과 문 대통령 집권 4년 동안 진보진영은 집값만 올려놓아 사회적 약자들을 희생시켰다”고 했다. 진보의 실패라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를 부동산의 분수령으로 눈여겨본다고 했다. “차라리 야당 후보가 당선되면 집값이 잡힐지 모른다. 대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도 정권 재창출을 의식해 부동산 정책의 전면 전환을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의 말에 안타까움이 묻어 났다.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부동산 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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