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안전교육·탈북학생 멘토링…
저출산과 관련 적은 사업에 21조
아동수당도 선진국 3분의 1 수준
“젊은 부부 체감할 곳에 예산 써야”

합계출산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부가 2006년 저출산 대책을 시행하면서 수백조원을 썼다는데 왜 선씨 같은 젊은 부부에게 지원이 가지 않은 걸까. 올해 저출산 대책에 40조1906억원이 들어간다. 이 돈이 다 어디가고 선씨에게 가는 지원금이 최소 희망선의 절반에도 못 미칠까.
중앙일보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연도별 시행계획 등을 분석해 따져봤다.
“저출산 대책, 민원 들어주는 정책 변질”
우선 지난해 저출산 대책(예산은 40조1906억원)의 상당수가 ‘엉뚱한’ 것들이다. 가령 자살 유가족 원스톱서비스이다. 사실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이 사업이 절실하지만 이게 저출산 대책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비슷한 것들이 채용 성차별 및 유리천장 해소, 경력단절 예방, 다문화·탈북학생 멘토링 지원, 다문화 교육지원, 청년 주거지원, 신혼부부 주거지원, 남성 육아 참여 확대 관련 대중매체 모니터링, 아동안전교육 강화, 임금격차 개선, 생활시간조사 등 무수히 많다.
지난해 저출산 예산의 절반이 넘는 21조원이 이런 것들이다. 약간이라도 관련 있을 것 같은 예산을 긁어 모아서 부풀렸다는 의심을 살만하다.

출산율과 공공가족지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 대책이 청년을 도와주려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좋은 사회정책으로 변했다. 눈앞의 민원을 들어주는 정책으로 간다”고 말했다.
양육·아동 수당, 출산휴가·육아휴직급여, 보육료 지원, 어린이집 확충, 임신·출산 지원 등이 제대로 된 저출산 대책이다. 이런 직접 지원 사업에 쓰인 돈이 전체 예산 40조원 중 19조원에 불과하다.
OECD는 이 같은 가족 지원 지출을 저출산 예산으로 본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48%(결산 예산 기준)이다. OECD 회원국 평균(2.4%)에 비해 크게 낮다. 프랑스(3.7%), 영국(3.8%)은 훨씬 높다.
저출산 직접지원 예산 71%는 보육

공공가족지출 국가 비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회사원 윤일우(35·서울 광진구)씨는 세 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 아이한테 나오는 지원금은 아동수당 10만원이다. 둘째를 낳으려 했지만 생각을 바꿨다. 전세 살던 집을 매입하면서 돈이 많이 들어가서다. 공무원인 아내도 육아휴직을 1년만 하고 복직했다. 공무원은 2년 더 무급으로 쓸 수 있다.
윤씨는 “아이가 클수록 돈이 더 들어가는데 반대로 줄어드는 느낌”이라며 “최소 아이 1명당 40만원 정도 수당이 있다면 체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 육아휴직 보장, 육아휴직 수당 보장, 국공립 어린이집 보장 등이 충족되면 둘째를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경기도 부천시 이현희(32)씨는 임신 3개월이다. 육아휴직을 3~6개월 쓰기로 했다. 남편은 안 쓴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이씨는 “월급이 300만원 정도인데, 육아휴직을 하면 150만원 준다고 하니 아파트 중도금 대기가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육아휴직 초기 석달만 150만원까지 나오고, 이후에는 120만원까지만 나온다. 게다가 25%는 직장 복귀 6개월 후 주기 때문에 휴직기간 수령액은 더 적다.
한국의 육아휴직 소득대체율(남성)은 13.4%에 불과해 육아휴직 이용률이 극히 저조하다. 노르웨이는 97.9%, 오스트리아 80%, 스웨덴 77.6%에 달한다. 이삼식 교수는 보여주기식 정책을 비판한다.
이 교수는 “아동수당만 해도 외국에서는 16세까지 주는데 우리는 7세 미만에 준다. 아이가 클수록 돈이 더 들어간다”며 “수당액도 외국은 20만~30만원인데 우리는 10만원이라 체감도가 낮을 수 밖에 없어 제대로 도움이 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태윤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