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다이노스 한국시리즈 응원을 위해 고척돔을 찾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민규 기자
김 대표의 꿈이 이뤄지기까지 딱 10년이 걸렸다. 김 대표는 2010년 12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경남 통합창원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제9구단을 창단할 뜻을 담은 의향서를 제출했다. 야구단을 창단하는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돈 먹는 하마'로 여겨졌던 야구단을 만들겠다는 소식에 엔씨소프트 주가가 뚝 떨어졌다. 기존의 야구단도 반발했다. 특히 부산을 비롯한 경남 지역에 두꺼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던 롯데 자이언츠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야구단 창단 의지를 꺾지 않았다. "내 재산만 갖고도 프로야구단을 100년은 운영할 수 있다"며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당시 김 대표는 대한민국에 15명 밖에 없는 '1조 클럽' 회원 중 한 명이었다. 오직 김 대표의 의지만으로 NC 다이노스는 2011년에 탄생했다.
김 대표가 야구단 창단에 열성을 다한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야구를 사랑해서. 그는 창단 기자회견에서 "초등학교 시절 만화 '거인의 꿈'을 보며 꿈을 키웠다. 중학교 시절엔 빠른 볼을 잘 던지려고 팔과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커브볼 책을 구해 본 뒤 몇 달간 밤새 담벼락에서 혼자 피칭 연습을 하곤 했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건 '야구'라는 단어다. 나한테 야구는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자 삶의 지혜서다"라고 했다.
그래서 야구팬들은 김 대표를 '성공한 야구 덕후'라고 한다.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이다.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을 뿐만 아니라 직접 야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거기다 우승까지 했으니, 성공한 야구 덕후라 할 만하다.
김 대표가 꿈꾸던 프로야구단은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이었다. 그는 "야구에 미치고, 승리에 미치고, 프로로서 숙명을 다할 수 있는 구단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미쳤던 NC는 창단 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이루면서 프로야구단으로서 제일의 가치를 완성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