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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몰래 녹음했다면?…처벌 당연 vs 유포만 처벌해야

중앙일보 2020.11.24 17:07
상대방 동의 없이 성관계 상황을 녹음하면 영상을 촬영했을 때 처럼 성범죄로 간주해 처벌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4일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에 달린 2만 5000여개의 댓글은 찬성이 우세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찬반이 팽팽하게 엇갈린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성관계를 음성 녹음하는 행위도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하는 사례와 마찬가지로 성범죄로 규정해 처벌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강 의원은 “최근 성관계 음성을 상대방 동의 없이 휴대전화나 소형 녹음기로 녹음·유포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녹음된 음성 파일 등은 불법 영상물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협박하거나 리벤지(복수) 포르노로 악용될 수 있어 성폭력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지난 18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현행법선 영상 촬영시에만 ‘처벌’

개정안에는 녹음기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음성을 상대방 의사에 반해 녹음하거나 반포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리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음성물을 배포한 자 역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성적 음성물을 이용해 사람을 협박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도록 했다. 
 
현행 성폭력범죄처벌법에서는 동의 없이 성관계 장면을 촬영할 시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단순 녹음의 경우 처벌 규정이 없다.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인권자문)는 “형법은 음란한 물건의 제작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반포·판매 등 목적을 가지고 음란한 물건을 제작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형법 제243조)”며 “현행법으로 성행위 음향을 파일 형태로 녹음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개정안 발의 두고 의견 분분 

성폭력범죄 처벌법 개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19일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개정안이 회부돼 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에 공개되자 ‘찬성합니다’와 ‘반대합니다’ 의견이 줄줄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는 2만5832건의 의견이 달린 상태다.
 
24일 오후 강선우 의원이 발의한 성폭력범죄처벌법 개정안에 달린 댓글. [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 캡쳐]

24일 오후 강선우 의원이 발의한 성폭력범죄처벌법 개정안에 달린 댓글. [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 캡쳐]

 
전문가 의견도 분분하다. 일각에선 피해가 존재하는 만큼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혜진 변호사(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는 “현행법상 제3자가 몰래 녹취하면 처벌받지만 당사자가 대화 참여자면 녹취는 불법이 아니다”라며 “성관계 음성 녹음은 일반 대화와 결이 다르고 피해자가 받는 피해가 적지 않아 규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법을 시행하면 무고죄 증거 수집 방안이 사라진다는 말도 있지만 성범죄는 앞뒤 맥락이 중요해 녹음물만으로 성범죄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는 어렵다”며 “음성물에 따른 피해가 분명 존재하는 만큼 논의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개정안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법률사무소)는 이 법안을 “자기 보호를 위해 녹음한 피해자까지 처벌받게 할 단편적 법안”이라고 평가하며 “무조건 처벌하기보다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거나 녹음한 파일을 유포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철민 변호사(법률사무소 보담)는 “음성 녹음은 무고죄 성립에 증거가 될 수 있어 남성을 방어할 최후 수단이 되기도 한다”며 “다만 악의적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음성물 유출 시 강력히 처벌하는 방안으로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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