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 1학년 박모(16)양은 올해 1학기 수업 중 절반만 학교 교실에서 들었다. 그마저도 4월에 시작한 늦은 1학기였다. 2학기가 시작된 9월 초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돼 2주 연속으로 학교에 가지 않았다. 박양은 평일 오후 5시 30분~10시, 주말에는 오전 10시~오후 10시에 학원을 찾았다. 박양은 “학교 진도도 강사 선생님들과 학원에서 나간다"고 말했다.
#2. 강원도 동해시의 한 고등학교 1학년 이정현(16)군은 학교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이군은 "온라인 수업은 대면 수업보다 집중도가 60%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군은 월·수요일 이틀만 학원에 간다. 그는 "학원비가 비싸기도 하지만 동해시에는 학원이 적어 많이 다니지 못한다"며 "집에 있는 시간엔 주로 중학교 친구들과 보낸다"고 했다.
기획/코로나세대, 잃어버린 1학년⑤
"올해는 공교육이 무너진 해"
1년 가까이 진행한 온라인 수업에 대한 고1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전라남도 영광군의 김은채(16)양은 "온라인 수업은 다시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집에서 듣다 보니 집중이 잘 안 되고 잠이 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남모(51)씨 역시 "급하게 준비된 온라인 수업의 질이 좋지 않다"면서 "올해는 공교육의 역할이 사실상 무너진 해"라고 단언했다.

온라인 수업 시 하루 일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3~4학년의 등교 개학이 시작된 3일 오전 울산 중구 중앙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선생님의 유의사항을 듣고 있다. 뉴스1
'학력 스노우볼' 우려 커져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고등학교 1학년 시기는 수능 성적을 좌우할 학습 습관이 만들어지는 때"라며 “대치동에서 비싼 교육을 받는 학생과 집에서 EBS나 교과서에만 의존하는 학생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기 주도적인 학생은 성적이 더 오르고, 주도성 없는 학생은 성적이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력 양극화를 우려한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학원에 더 매달리고 있다. 일례로 겨울방학을 대비해 학원 입학설명회를 찾는 학부모 수가 전년 대비 30% 늘었다. 임성호 종로하늘교육 대표는 "비대면 수업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결과"라며 "이미 두 학기 격차가 심해진 상황에서 겨울방학마저 놓치면 안 된다는 심리"라고 설명했다.
수시 '스펙' 쌓을 기회도 사라져

고등학생, 온라인 수업의 좋은 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등학생, 온라인 수업의 불편한 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학습격차 대책은 여전히 연구 중
한국학원총연합회는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초학력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수강 사업을 기획 중이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사교육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일정 기간 무료로 수업을 해주는 방안을 국회와 논의 중"이라며 "공교육의 공백이 더 심해지는 상황이 온다면 곧바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초학력을 꼭 잡아야 하는 고1 학생들이 우선적인 혜택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별취재팀=위문희·권혜림·정진호·이우림·편광현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