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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포차나 주점은 발길 뚝…파티룸·유람선 송년회는 북적

중앙일보 2020.11.24 13:07
24일 0시 헌팅포차가 문을 닫으면서 계산을 위해 길게 늘어선 손님들. 채혜선 기자

24일 0시 헌팅포차가 문을 닫으면서 계산을 위해 길게 늘어선 손님들. 채혜선 기자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23일 오후 11시 55분 유흥시설이 밀집한 경기도 성남시 모란역 일대. 가수 ‘딕 패밀리’의 노래 ‘또 만나요’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한 헌팅포차에서 흘러나온 음악이었다. 5분 후면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이곳은 문을 닫아야 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꺾기 위해 수도권에서 24일 0시부터 적용되는 거리 두기 2단계에 따르면 유흥주점·단란주점·감성주점·콜라텍·헌팅포차와 같은 유흥시설 5종은 사실상 영업금지에 해당하는 ‘집합 금지’ 대상이다.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 포장·배달만 허용한다. 지난 9월 ‘2.5단계’에 이어 수도권에선 또 한 번 오후 9시 이후의 삶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2단계 시행 첫날 풍경 살펴보니 

24일 0시 헌팅포차가 문을 닫으면서 계산을 위해 길게 늘어선 손님들. 채혜선 기자

24일 0시 헌팅포차가 문을 닫으면서 계산을 위해 길게 늘어선 손님들. 채혜선 기자

 
영업 종료를 알리는 음악이 나오면서 직원들은 “이제 나가주셔야 한다”고 손님들에게 안내했다. 퇴장 요청에 가게 계산대 앞에는 손님 20~30명이 계산을 위해 다닥다닥 붙어 줄을 길게 섰다. 이중엔 마스크를 턱에 걸친 ‘턱스크’ 손님도 여럿 있었다. 계산을 기다리던 손님들 사이에선 “헌팅포차 입문 좀 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문을 닫네” “우리 이제 2차 어디로 가지”와 같은 볼멘소리가 들렸다.
 
시곗바늘이 자정을 가리키자 모란역 일대 유흥시설에 있던 손님 수십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갈만한 모텔을 찾아보자”며 발걸음을 옮기는 20대 남성들도 있었다. 유흥주점 앞 풍선형 세움 간판을 정리하던 30대 직원은 “음식점에선 코로나19에 안 걸리고 술집에선 걸린다는 소리인지 들쭉날쭉한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은 2단계 격상에 따른 매출 타격을 우려했다. 헌팅포차 맞은편에 자리한 한 편의점의 점주 A씨는 “우리는 술집 상권에 있어 그 손님들만 보고 장사한다”며 “2.5단계 당시 매출이 3분의 2 넘게 떨어졌다. 이번에도 그럴 거 같아서 (걱정에) 밥이 제대로 안 넘어간다”고 말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자구책을 꺼내 든 자영업자도 있다. 경기도 수원시 대학가에 자리한 한 호프집은 24일부터 문을 일찍 닫는 만큼 개장 시간을 앞당기기로 했다. 기존 오후 5시에서 오후 3시로 2시간 이르게 문을 열겠다는 것이다. 이 매장 관계자는 “2.5단계 때 오후 9시면 장사를 접어야 돼 매출 타격이 심각했다”며 “술집 특성상 오후 시간대에는 손님이 없을 것 같지만, 한 테이블이라도 더 받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9시쯤 이 가게는 16개 테이블 가운데 3개 테이블에만 손님이 찼다.  
 

연말 송년회 장소로 ‘파티 룸’ 인기 

24일 0시가 지나자 성남 모란역 일대 유흥주점에 있던 고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채혜선 기자

24일 0시가 지나자 성남 모란역 일대 유흥주점에 있던 고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채혜선 기자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유람선이나 파티룸에서 열리는 ‘호화’ 송년회는 인기다. 24일 한 유람선 업체 홈페이지에 따르면 유람선에서 연말 송년회를 즐길 수 있는 판매 행사가 일부 매진됐다. 1인당 7만원 넘게 내야 하는 행사다. 숙박 애플리케이션 조회 결과 다인실이나 파티룸을 보유한 수원에 있는 한 모텔은 연말 예약이 마감된 상태였다. 수영장·노래방 등이 있는 방 하나를 빌리는 데만 하루 30만원이다. 이 모텔 관계자는 “개인적인 장소에서 연말 송년회를 즐기려는 예약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표현이 국민의 방역 경계심을 느슨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K-방역’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이제는 ‘개인 간 거리 두기’로 바꿔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라고 하니 종교시설이나 결혼식 등 집합 행사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방역망을 벗어나게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거리뿐 아니라 개인적 거리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송년회 등 모임이나 회식이 줄지 않고 있다. 타인을 접촉할 땐 2m 이상 거리 간격을 지키고, 15분 이내로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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