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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친구 이름 줄줄 읊던 초1 "반 친구 이름은 5명도 몰라요"

중앙일보 2020.11.24 10:28
새로 사귄‘친한’친구가 몇명쯤 되나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새로 사귄‘친한’친구가 몇명쯤 되나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 올해 초 입학한 이모(8)군. 이 군에세 학교 친구 이름을 몇명이나 아느냐고 묻자 손가락으로 다섯명을 셌다. 영어 학원에 다니는 친구 이름을 묻는 질문에는 환한 얼굴로 10명의 이름을 줄줄 읊었다. 이군은 “학교에 가도 친구들과 대화를 할 시간이 없다. 옆에 붙어 앉는 짝꿍(짝)도 없다. 그래서 친구들과도 엄청 친한 느낌이 안든다"고 말했다.   

기획/코로나 세대, 잃어버린 1학년③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가는 날이 줄어들면서 1학년들은 친구 관계도 확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지난 10월 14일~11월 5일 초·중·고 신입생 227명에게 친구 관계 현황을 물었다. 반 평균 학생 수는 27.5명, 이름을 아는 친구는 18.3명(66.6%)이라고 답했다. 이름을 아는 친구는 학급의 명단을 보고 왼 것인뿐, 실제 대화나 놀이를 통해 기억에 남을 관계를 맺은 친구는 거의 없었다. 
코로나 신입생, 친구 몇 명이나 만들었나 그래픽 이미지.

코로나 신입생, 친구 몇 명이나 만들었나 그래픽 이미지.

  

"마스크 벗고 짝꿍과 얘기하고 싶어요" 

특히 이름을 아는 친구 비율은 초1에서 가장 적었다. 초등학생은 한 반 평균 24명 가운데 친구 7.2명(30%)의 이름을 안다고 답했다. 설문에 응한 83명 중에서 절반이 넘는(57.8%) 48명은 이름을 아는 친구가 5명 이하라고 답했다. 초1 응답자는 그래서인지 학교에 가면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마스크 없이 친구들과 이야기하기’(39명, 47.0%), ‘운동장에서 뛰어놀기’(36명, 43.4%) 등을 차례로 꼽았다.
 

중1은 반 평균 29.1명 가운데 23.4명(80.4%), 고1은 29.8명 가운데 25.7명(86.2%)의 이름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한 중학생 응답자는 “다른 친구가 다가오지 않으면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며 “교실에 들어가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아무도 다가와 주지 않아 옆반의 초등학교 친구와 등하교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중1은 친구 관계에 더해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영역을 물었더니 ‘성적’(22명, 37.3%), ‘달라진 일상’(19명, 32.2%), ‘‘친구 관계 소홀’(5명, 8.5%) 순으로 답했다. 초등학교에 비해 공부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 신입생 "캠퍼스에 나 혼자 서있는 느낌" 

대학교 1학년생은 초·중·고의 1학년보다 이름을 아는 학과 동기 숫자가 더 적었다. 설문에 응한 121명의 대학 신입생은 학과 동기가 평균 147.4명, 이름을 아는 동기는 14.1명(9.6%)라고 답했다. 신입생 10명 중 동기 1명의 이름만 알고 있는 셈이다. 이름을 아는 동기가 5명 이하라는 응답도 121명 가운데 43명(35.5%)이었다.
 

대학 입학 이후 얼굴을 익힌 선배는 평균 5.1명이라고 답했다. 동아리나 학생회 등 대학 입학 이후 참여하고 있는 학내 활동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없다’는 응답이 절반(60명)에 달했다. 그 뒤를 이어 1곳(43명, 35.5%), 2곳(10명, 8.3%) 순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조모임이나 동아리 등 오프라인 활동에 기반한 인맥 쌓기가 실종된 캠퍼스 생활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 대학의 신입생은 “수업이나 학업과 관련해 물어보고 싶은 내용이 생겨도 물어볼 동기도 선배가 없어 혼자 해결하다보니 대학 캠퍼스에 나 혼자 서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위문희·권혜림·정진호·이우림·편광현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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