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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학년, 200만명···코로나 신입생은 친구도 학교도 낯설었다

중앙일보 2020.11.24 05:00 종합 1면 지면보기
나에게 코로나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나에게 코로나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4일부터 수도권 등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격 시행된다. 연초부터 지구촌을 덮친 코로나19로 우리는 물론 전 세계인이 1년 가까이 일상을 위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올해 초·중·고·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통째로 '1학년'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있다. 교육부의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학년 학생은 194만 7009명, 전체 학생(830만 2606명)의 23.5%다. 

기획/코로나세대, 잃어버린 1학년①

 
2020년 학년별 학생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20년 학년별 학생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온라인교육 첫세대…무너진 공교육의 희생자 

올해 초·중·고·대학교의 신입생들은 입학식도 없이 예전과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온라인 교육 첫 세대라지만 동시에 공교육이 무너진 원년의 희생자로 기록될 처지다. 중앙일보는 '코로나 신입생'의 학교 생활상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0월 14일~11월 5일 초중고교 1학년생 227명과 대학교 1학년생 12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신입생들은 조사에서 일주일 평균 2.2일 학교에 간다고 답했다. 매일 등교는 옛말이고 이제는 학년별 요일별 또는 격주 등교가 자리 잡은 모습이다. 하지만 등교 횟수가 줄어드니 학교에 가는 것이 낯설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마포구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생 김모(8)군은 “선생님이 무섭고 학교에서 몇 명 빼고는 애들이 말이 없다. 학교보다 학원에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 학교의 재탄생』저자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청소년기에 학교에 덜 나가다보니 소속감 형성이 늦어지고 시기별 발달 과제가 퇴행하는 모습을 보여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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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에 2.2일 등교, 하루 4.3시간 온라인수업  

온라인 수업은 하루 평균 4.3시간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극단으로 갈린다. 온라인 수업이 학습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도움 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40.6%(141명), ‘도움이 안 됐다’는 응답은 39.2%(136명)였다. ‘학교 수업과 차이 없다’는 응답은 20.2%(70명)였다. 개인의 학습 욕구나 가정에서의 학습 환경에 따라 학력 격차가 심화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3년치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성적을 비교한 결과 올해 국어ㆍ수학ㆍ영어 등 주요 영역에서 중위권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90점 이상과 40점 미만 비율은 늘어 학력 양극화가 심화됐다.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비대면 수업으로 저학력 학생들의 학습 격차 문제가 드러났다”며 “교육 당국이 지금부터 데이터를 축적해서, 미국의 아동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NCLB)같은 학업 결손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구들과 주로 소통하는 방법.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친구들과 주로 소통하는 방법.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친구들과 못 만나…소통은 SNS로 

친구들과의 유대감도 점점 옅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반 친구와는 주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모바일 메신저’(204명, 58.8%)로 소통했다. 친구와 연락을 안 한다는 응답도 많았다(25.9%·90명). 실제로 학생들이 온라인 등교로 인해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은 것도 ‘친구들을 못 만나는 것’(133명, 38.7%)이었다. 수도권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이모군(14)은 “중학교 가서 친구들이 완전히 바뀐 상태라 수학여행으로 친해져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수학여행 얘기는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요일별 또는 격주 등교에 따른 불규칙한 생활로 학생들은 무기력해졌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접수된 7만 7670건의 학생 상담 사례 가운데 친구 관계(1만 4222건, 18.3%)에 이어 긴장·불안·우울감(1만 3879건, 17.9%) , 온라인게임 등 인터넷 사용 과다(1만 1721건, 15.1%) 순으로 문제를 호소했다. 
 
이렇듯 코로나 신입생은 학교 가는 것을 낯설어하고 어려워하고 있다. 불규칙한 등교로 인해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떨어질 경우 고립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송해덕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아무래도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는 경향이 강해지고 사회적 관심은 줄어드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자기 관점을 형성해나갈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 공동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수업이 학습 내용 이해에 도움 됐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온라인수업이 학습 내용 이해에 도움 됐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온·오프 혼합한 미래 교육 모델 개발해야 

문제는 올해 안에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또다른 코로나 신입생 수백만 명이 내년에도 양산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선 학교의 한 교사는 “초등학교 2학년이 돼서 앉아있는데도 한글을 못 써서‘가갸거겨’를 다시 배우는 일들이 있더라”며 “올해 1학년도 결손이 누적돼서 2학년 학습 과정을 따라가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도 내년까지는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 병행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상수 교육부 학교혁신지원 실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내년에도 1년 내내 갈 수도 있다고 보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쌍방향 원격 수업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모듬끼리 토론도 하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년에는 크게 확대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사회적인 대응책 마련 필요성도 거론된다. 김경애 연구위원은 “이제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습 진도도 다르고 역량도 달라졌다”며 “필요한 지식은 온라인 중심으로 학습하고, 학교에 와서는 동료들과 프로젝트, 토론, 실험 등 협업 활동을 하고 교사에게 일대일 멘토링을 받는 미래 교육의 모습을 그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엄문영 교수는 “당장은 코로나 신입생들한테 큰일 났다는 인식은 주지 않아야 한다"며 "다만 학교의 돌봄, 사회화, 코칭 등 역할을 재설정하고 미래 교육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위문희ㆍ권혜림ㆍ정진호ㆍ이우림ㆍ편광현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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