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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도도 디지털 시대…‘동해 명칭 알리기’ 멈추지 말아야

중앙일보 2020.11.24 00:23 종합 29면 지면보기
주성재 동해연구회 회장,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

주성재 동해연구회 회장,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

동해 등 전 세계 바다 이름을 코드로 표기하기로 한 국제수로기구(IHO)의 결정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충분히 예상했다. 이번 결정에 포함된 ‘S-23(해양과 바다의 경계)을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하도록 보관한다’는 문구를 일본은 “일본해(Japan Sea)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해석했다.
 

모든 해역을 ‘고유 식별자’로 표시
회원국과 지도제작사 설득 필요

그러나 일본은 그 뒤에 이어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가는 진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출판물로서’라는 문구를 애써 무시했다. 역사 자료로 서고에 꽂힐 문서가 현재에도 적용된다고 억지를 부리는 셈이다.
 
일본 내각의 핵심 장관 두 사람이 나서서 “일본 주장이 제대로 통했다”고 확대 해석한 것은 예상 밖이었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동해 표기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한·일 관계를 풀어가는 마중물이 됐으면 하는 기대를 저버리는 행태다.
 
IHO 총회에서 한국 대표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S-130(새로 만들어질 디지털 해도집)의 가치를 언급하고, 미국과 일본이 지지했을 때만 해도 그런 기대가 있었다.
 
일본의 주장은 세계 각처에 존재하는 지도와 지명의 수요자인 시장이 판별할 것이다. 일본이 내세우는 S-23 1953년 판은 식민시대의 유산과 수많은 경계 오류로 인해 시장에서 이미 무시되고 있다.
 
IHO의 개정판 발간 시도는 1980년대 초에 시작됐다. 이번에 도입하기로 한 ‘숫자로 된 고유 식별자 체계’는 일본해 단독 표기 문제를 인식한 IHO가 오래 고민한 결과다.
 
한국 측은 새로운 표기 체계의 의미를 각국 정부와 지도 제작사를 설득하는 근거로 삼아야 한다. 이번 결정으로 일본해 명칭이 효력을 잃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동해 명칭 확산은 더욱 시장 맞춤형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선은 지명에 담긴 정체성과 의미, 공정한 표기의 방법을 시장에 적절히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경로로 전달해온 동해 명칭의 역사성과 문화유산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두 이름을 함께 쓰자는 병기 또는 병용 제안은 관련 국가 간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 가장 합리적인 해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두 개의 정체성을 동시에 존중하는 이 방법에 대해 해외 전문가들은 평화와 사회 정의를 달성하는 길이라고 본다.
 
디지털 시장은 동해 명칭 확산의 중요한 대상이다. 구글맵은 접속 국가에 따라 표기가 달리 나타나는 정책에 따라 한국에서는 ‘동해’ 또는 ‘East Sea’가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각국 언어로 된 일본해를 첫 화면에 보여준다. 괄호에 담긴 동해를 만나기까지 필요한 줌인 횟수가 그나마 줄긴 했지만, 불균형의 상황이 여전하다.
 
이번 IHO 결정이 병기의 논지와 함께 전달돼 두 이름을 동등하게 표시하기 위한 구글의 기술적 고민과 해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교사는 지명과 지리정보의 최종 소비자인 학생을 안내하는 영향력 있는 사용자다. 현재 동해 표기 문제는 미국 지리 교과 심화 과정에서 분쟁 해결의 합리적 노력이 진행되는 사례로 언급된다. 여기에는 동북아역사재단이 10년 이상 진행한 북미 교사 초청사업이 기여했는데, 지금까지 참여한 약 200명은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유럽으로 확대된 이 사업은 계속 추진해야 할 것이다.
 
동해 명칭 확산을 위한 지난 30년간 활동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이 이슈에 관심 없던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지도 제작사가 동해를 인정해 실질적인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이번 IHO의 결정은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변함없이 추진해야 할 일은 동해 명칭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다. 그 근거는 동해라는 바다와 이름에 대한 사랑과 애정, 인류 보편적 가치에서 수용할 수 있는 명칭 사용의 정당성과 합리성이다.
 
주성재 동해연구회 회장,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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