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피살, 연락사무소 폭발 감정 남아
대북 지원 골몰하면 여론 용납지 않을 것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이 장관의 언행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18일에는 “(코로나 백신이) 좀 부족하더라도 북한과 나누자”고 제안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세계 각국이 치열한 백신 확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공식 확보한 물량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파장이 더 컸다. “우리도 백신이 없는데 뭘 나누나”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게 당연했다. 게다가 바로 다음 날 북한은 “외부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해 백신 나누기는 공염불이 됐다.
이어 이틀 뒤인 지난 20일, 이 장관은 “접경 지역에 남북 감염병 공동대응센터를 세우자”고 또다시 제의했다. 남측과의 접촉을 거부해 온 북한이 과연 쉽게 호응할지도 의문이지만 지금의 국민 정서가 대북 지원을 선뜻 받아들일 상황인가. 서해에서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지난 6월에는 김정은 정권이 보란 듯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이런 판에 강력히 대응하기는커녕 퍼주지 못해 안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 국민이 수긍할 수 있겠는가.
남북 문제와 관련,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나온 “이달 초 치러진 미국 대선이 큰 정세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이 장관의 평가는 올바른 지적이다. 문제는 변곡점을 맞은 거대한 정세 변화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현명하게 수용하느냐의 여부다. 내년에 들어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톱다운(top-down)’식 담판 외교를 원하지 않는다. 북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과거의 대북 압박정책을 구사할 공산이 크다. 그러니 이 장관도 전폭적인 대북 지원에 기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다. 국민 정서를 도외시한 채 오로지 대북 지원에만 골몰하는 것으로 비치면 여론이 이 장관의 발목을 잡는 사태가 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