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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까지 겹친 중1, 낮밤 바뀐 채 폰에 의존하며 ‘방콕’

중앙일보 2020.11.24 00:02 종합 5면 지면보기

코로나 세대, 잃어버린 1학년 〈상〉 

올해 입학식도 없이 중학생이 된 A양(14).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이 깊어졌다. 수능·취업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점점 학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사춘기가 찾아온 중1 B양(14)은 온종일 방문을 잠그고 틀어박혀 지낸다. 웹소설과 웹툰을 보느라 휴대전화를 하루 12~14시간씩 켜놓는다. 40대 부모는 딸이 잘못될까봐 잔소리도 못한다.
  

부모 “잘못될까 봐 잔소리도 못해”
전문가 “4~5명씩 자주 대면교육을”

고1, 고액학원파·EBS파 격차 우려
학원 입학설명회 학부모들 몰려

“친구 자주 못 보는 게 가장 불편”  
 
코로나19가 질풍노도의 시기에 접어든 중학교 1학년을 뒤흔들고 있다. 중1은 초등학교와 달리 과목마다 선생님이 바뀌고 학업 난이도가 높아지는 시기다. 몸이 커지고 성징이 나타나며 심적·정서적 변화도 심하다. 특히 또래 집단의 영향력이 큰 나이지만 올해 중1은 친구나 선생님과의 교류가 끊기다시피 했다.
 
코로나 때문에 생활 패턴 깨졌나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 때문에 생활 패턴 깨졌나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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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반송여중 1학년 류새봄(14)양은 “학교에서 대면으로 수업하다 보면 친구들 성격도 알 수 있고, 어떻게 공부하는지도 서로 배울 수 있는데 친구들을 자주 못 만나는 게 가장 불편하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C군(14)은 담임 선생님과의 관계가 ‘단절 수준’이다. “싫어서가 아니라 기회가 별로 없어서”라고 한다.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를 운영하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올해 1~9월까지 접수된 상담 사례 7만7670건 중 중1의 상담 건수가 1만1079건(14.3%)으로 가장 많았다. 유형별로는 온라인게임 등 인터넷 사용 과다(2918건, 26.3%), 친구 관계(1824건, 16.5%), 긴장·불안·우울감(1813건, 16.4%), 학업·진로 문제(1420건, 12.8%), 가족 갈등(1140건, 10.3%) 순이다. 정재우 청소년안전망지원부장은 “중1은 다른 어떤 시기보다도 교육 시스템이나 가정에서의 기대 수준이 확 달라지는 시기로, 다양한 문제를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1 자녀를 둔 학부모도 힘들다. 인터넷 맘카페에는 자녀의 휴대전화나 인터넷 사용시간이 늘어나면서 무너진 생활습관을 우려하는 학부모가 많았다. 학부모들은 “낮밤이 바뀐 무기력한 사춘기로 바뀌었다” “집에서 휴대전화만 갖고 있는데 정말 스트레스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중앙일보가 10월 14일~11월 5일까지 중학교 1학년생 59명에게 ‘불안이나 걱정거리를 나누는 상대가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친구’(23명, 39.0%), ‘없다’(19명, 32.2%), ‘부모’(15명, 25.4%) 순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1학년, 상담 주요 내용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학교 1학년, 상담 주요 내용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선생님이나 친구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자녀의 자존감과 자아정체성 형성을 도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학교 차원에서 등교 수업 때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수업에선 교사와 학생이 ‘라포(rapport·친밀감)’를 충분히 형성하기 어려우니 오프라인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집합형태 수업을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된다”며 “4~5명의 소수 인원이 한 시간씩이라도 자주 대면하는 교육 방식을 짜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고1 역시 입학식 없이 예년보다 한 달 늦은 4월 9일부터 신학기를 시작했다. 비대면 수업을 하느라 반 친구의 얼굴은 6월 초에야 처음 봤다.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은 주로 전화로 했다.
  
“올해는 공교육 역할 무너진 해”
 
서울 강서구의 고교 1학년 박모(16)양은 올해 1학기 수업 중 절반만 학교 교실에서 들었다. 2학기 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돼 2주 연속 등교하지 않았다. 평일 오후 5시30분~10시, 주말 오전 10시~오후 10시 학원에 갔다. 박양은 “학원에서 강사 선생님들과 학교 진도를 나갔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고1 자녀를 둔 서울 강남구의 학부모 남모(51)씨는 “올해는 공교육의 역할이 사실상 무너진 해”라고 단언했다.
 
교육 전문가들도 학력 양극화를 우려한다. 대치동 입시컨설턴트 이모(43)씨는 “공교육이 흔들리는 만큼 학생 간 성적 격차가 점점 커지는 ‘스노볼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눈사람을 만들 때처럼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더 잘하고 아닌 학생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고교 1학년 시기는 수능 성적을 좌우할 학습 습관이 만들어지는 때”라며 “대치동에서 비싼 교육을 받는 학생과 집에서 EBS나 교과서에만 의존하는 학생 사이에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학력 격차를 우려한 학생이나 학부모는 학원으로 몰린다. 실제로 겨울방학을 대비한 학원 입학설명회를 찾는 학부모가 전년 대비 30% 늘었다. 최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학습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비대면 수업의 질을 높이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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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위문희·권혜림·정진호·이우림·편광현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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