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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장관 내정 블링컨, 김정은엔 “최악폭군 도둑질” 혹평

중앙일보 2020.11.23 21:04
2013년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토니 블링컨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2013년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토니 블링컨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 진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 언론 블링컨 국무장관 유력 일제히 보도
20년 동고동락한 바이든 '복심' 외교전문가
트럼프-김정은 회담에 대해 "최악 독재자를
미국 대통령 반열에 올려놓은 것" 혹평
24일 바이든, 첫 내각 인선 공식 발표 예정

 
외교사령탑인 국무장관에는 토니 블링컨(58) 전 국무부 부장관을 지명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주요 언론이 22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은 바이든 당선인이 20년 가까이 함께 일한 최측근으로 대선 캠프에서도 외교·안보 분야 좌장을 맡았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대선 캠프에서 자문한 외교·안보 전문가 제이크 설리번(43)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유력하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지낸 흑인 여성 린다 토머스-그린필드가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국무장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유엔대사 내정자의 공식 발표는 24일 나올 것으로 보인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자는 22일 ABC뉴스 일요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바이든 당선인이 24일 첫 내각 인선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블링컨은 바이든 당선인이 주창한 '다자주의와 동맹 외교로 회귀'를 이끌 적임자라는 게 현지의 평가다. 바이든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년간 추진한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고 동맹을 우선시하며 세계에 미국의 존재감을 다시 각인시키는 정책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NYT는 "국무장관 블링컨의 최우선 업무는 미국이 신뢰할만한 동맹이라는 것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하자마자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고,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철회하며, 이란 핵 합의에 다시 참여하며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모두 뒤집겠다고 밝혔다. 

 
블링컨은 바이든의 '복심',을 넘어 '또 다른 자아(Alter ego)'라는 평가까지 받는 인물이다. 미국이 세계 리더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이른바 '원칙에 입각한 미국 리더십'의 신봉자다.    
 
이와 관련 블링컨은 지난달 악시오스에 "우리가 스위치를 끄고 켜듯이 전 세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미국은 여전히 다른 나라를 긍정적으로 함께 행동하도록 움직일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고 언급했다. 
  
전문성과 경험을 모두 갖춘 블링컨을 국무장관에 임명하는 것은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가져온 외교정책 결정 권한을 다시 국무부에 돌려주는 의미도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대북 정책 역시 국무부의 입김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상 간 외교를 우선시하는 '톱다운' 방식의 '깜짝 쇼' 대신 국무부 관료들을 중심으로 한 '바텀업' 방식이 주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블링컨은 트럼프식 북핵 외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난 9월 CBS뉴스 마이클 모렐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대행과 대담 프로그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세 차례 회동한 데 대해 "세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One of the world's worst tyrants)을 미국 대통령과 동등한 반열에 올렸을 뿐 아니라 그들을 달래려고 동맹과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경제적 압박의 페달에서 발을 뗐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그 사이 북한은 핵 무기고와 미사일 능력을 증대했고, 트럼프의 '거래 기술'은 실상 김정은에게 유리한 '도둑질의 기술'로 바뀌었다"고 혹평했다. 
 
2016년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토니 블링컨 국무부 부장관. [AP=연합뉴스]

2016년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토니 블링컨 국무부 부장관. [AP=연합뉴스]

  

◇블링컨, 중국 더욱 강하게 때릴 듯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이어가되 동맹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는 정책을 펴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블링컨은 인도와 관계를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들에 대한 관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과 중국 간 전략적 경쟁 구도에서 다른 나라들에 어느 편인지 선택하라고 종용했다면, 바이든의 대중 정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동맹과 함께 공동전선을 펴길 원한다는 것이다.
 
중국 기술 기업들에 대한 적절한 제한과 통제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은 선거 전 한 자리에서 "바이든 후보는 중국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시민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게 아니라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쓰는 데 대해 우려한다"면서 "기술 민주주의와 기술 독재로 나뉘어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블링컨은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과의 협력도 대놓고 말한다. 최근 트위터에 "대만과 경제 관계를 보다 강력히 하는 것은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와 지역 내 평화와 안정에 대한 헌신을 뒷받침한다"고 적었다.
 
바이든 당선 이후 주미 대사 역할을 하는 샤오메이친(蕭美琴) 주미 대만 대표가 블링컨과 15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캠프는 외국 정부와 접촉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으며, 설사 만났더라도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실정인데, 대만은 예외였다.
 
 2013년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토니 블링컨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존 케리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2013년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토니 블링컨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존 케리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준비된 외교사령탑…"외교관의 외교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링컨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외교관의 외교관"이라고 표현한다. 신중하고, 심사숙고하며, 조용한 어조로 말하지만, 외교의 기본부터 핵심까지 꿰고 있는 정통파라는 평가다. 폴리티코는 블링컨을 묘사할 때 "세련된(polished)" "부드러운(smooth)" "친절한(kind)" 같은 단어가 등장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마치 국무장관을 위해 키워진 듯한 '스펙'의 소유자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프랑스 파리에서 나와 불어에 능통하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나와 뉴욕과 파리에서 잠시 변호사 생활도 했다.
 
부친과 삼촌이 대사를 역임한 외교관 집안 출신이다. 유명 투자은행가였던 아버지 도널드 블링컨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 헝가리 주재 미국 대사를 지냈다. 삼촌은 벨기에 대사를 지냈다고 WSJ은 전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 아버지는 세계적인 사모펀드 워버그 핀커스 설립에 관여했다.
 
블링컨은 1980년대 후반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마이클 듀카키스 민주당 대선 후보의 정치자금 모금을 도운 게 계기였다. 90년대 클린턴의 백악관에 연설문 작성자로 들어갔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블링컨은 정치와 아트 평론 잡지인 더 뉴 리퍼블릭에서 잠시 기자 생활을 했고 글솜씨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안에서 국가안보회의(NSC)로 옮겨 외교·안보 업무를 맡게 됐고, 의회에서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국장(2002~2008년)으로 일하면서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과 인연을 맺게 됐다.
 
두 사람 사이 신뢰가 굳어진 배경에는 바이든의 실패도 함께 겪었기 때문이다. 2008년 바이든이 대선에 도전하고 실패했을 때 블링컨은 캠프 외교 자문을 맡았다.
 
두 사람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과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러다가 오바마 대통령의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바이든은 WP 인터뷰에서 "블링컨은 슈퍼스타다. 과장이 아니다"라면서 "대통령이 4년 만에 그것을 인지하고 내게서 그를 훔쳐갔다"고 표현했다.
   
블링컨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2013~2015년)을 지낸 뒤 국무부 부장관(2015~2017년)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야인이 된 그는 2018년 워싱턴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담하는 컨설팅 회사 '웨스트 이그젝 어드바이저스'를 미셸 플로노이 전 국방부 차관과 공동 설립했다. 플로노이는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공화당 거부감 덜해, 민주당 진보 진영도 "환영"

 
블링컨은 상원 인준을 둘러싼 골치 아픈 문제를 피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11월 3일 대선 전까지만 해도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국무장관에 유력했다. 의회 선거에서 민주당 바람이 불어 상원에서 다수당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였다.
 
현재까지 상원 선거 결과는 공화당 50석, 민주당과 무소속 48석, 미정 2석으로 '여소야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라이스는 2012년 리비아 벵가지 대사관 폭발 사건이 테러가 아닌 시위대에 의한 우발적 사건이라는 의견 전개 등으로 공화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공화당 주도 상원에서 인준안이 통과되기 어려울 수 있다. 
 
블링컨 낙점은 공화당에서도 민주당 내 진보 진영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진보 진영 리더격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외교·안보 참모인 매트 더스는 트위터에 "좋은 선택이다. 토니는 당선인의 신뢰가 깊고, 미국 외교 재건이라는 중대 업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다. 또 진보 진영과 정기적으로 교류해 온 국무장관이 있다는 것은 새로우면서 위대한 일이다"라고 적었다.
 
블링컨은 외교 분야에 대한 진보 진영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바이든과 진보 진영 간 다리 역할을 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다만, 블링컨이 공직을 떠난 뒤 기업과 정치권을 이어주는 '사업'을 했다는 점을 일각에서 비판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과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외교안보라인을 통해 드러난 바이든의 인선 기준은 전문성과 경험, 그리고 예측 가능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설리번은 외교·안보 분야 경험을 쌓았고, 토머스-그린필드는 대사를 포함해 35년 경력의 외교관 출신이다.
 
블링컨이 주로 바이든 당선인과 가깝게 일했다면, 설리번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참모로 더 알려져 있다. 클린턴 국무장관 시절 국무부에서 핵심 측근으로 근무했고, 2016년 클린턴 대선 캠프로 들어가 외교·안보를 자문했다.
 
블링컨 후임으로 바이든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2013~2014년)을 맡게 되면서 바이든과 본격적으로 일할 기회를 갖게 됐다. 클린턴의 대선 패배 이후 모교인 예일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했다. 외교정책을 국내 이슈, 특히 경제 문제와 연결하는 연구에 관심을 뒀다. 
 
바이든 선거 캠프에서도 공공 보건과 코로나19에 대한 경제 대응 등 국내 이슈까지 폭넓게 자문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WP는 설리번이 바이든의 경제 공약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구상을 돕는 등 국내 정책에 더 큰 족적을 남겼다고 전했다. 
 
바이든의 펜실베이니아부터 오하이오까지 기차 유세에 동행하는 등 국내 유세에도 밀접 수행했다. 이 때문에 백악관에 들어가서도 국내문제와 관련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토머스-그린필드가 임명되면 유엔에 '다자외교' 미국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는 라이베리아 대사(2008~2012년)를 지낸 뒤 본부에서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2013~2017년)를 역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소위 '기득권 세력' 퇴출 바람이 불었을 때 퇴직했다. '미국처럼 보이는 내각'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흑인이자 여성을 안배한 측면도 있다는 평가다.  
 
바이든의 이런 선택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출신 정치인 니키 헤일리와 공화당 고액 기부자 출신인 켈리 크래프트를 유엔대사에 임명한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고 CNN은 논평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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