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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고지서' 폭탄 날아왔다…"집 두채 가졌는데 7배 뛰어"

중앙일보 2020.11.23 19:30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박모(66)씨 부부는 23일 올해 종합부동산세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의 7배가 나왔기 때문이다. 박씨는 거주하는 아파트(2001년 매입) 외에 아내 명의로 아파트 한 채를 더 갖고 있다. 임대료를 받아 노후 생활비로 쓸 요량으로 퇴직금 등을 털어서 장만했다. 박씨 부부는 지난해 종부세(10만원)를 처음 냈고 올해는 70만원이 나왔다. 재산세까지 합하면 총 보유세는 400만원이다. 내년엔 종부세만 150만원이 넘을 판이다. 
박씨는 “‘집이 두 채인데 그 정도 금액이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예상 못 한 큰 지출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한 채를 팔고 싶지만, 양도소득세 부담이 큰 데다 다른 노후 생계 수단이 없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확 커졌다. 중앙포토

올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확 커졌다. 중앙포토

 
종부세 ‘폭탄’이 현실이 됐다.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소유자는 물론이고 서울 중위가격 수준의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도 부담이 커졌다. 국세청은 20일부터 올해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했다. 전자고지는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우편고지는 26일께 받아볼 수 있다. 세액은 지난 6월 1일 기준 보유 주택 수와 공시가격 등을 반영해 산정됐다. 
 
새로 종부세를 내는 사람이 확 늘었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70만~80만명 수준이다. 지난해 59만5000여명보다 10만~20만명 더 늘었다. 세수도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3조3471억원)보다 많은 4조 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서울은 대부분 지역이 종부세 과세권이 됐다. 주택 공시가격 합산액이 6억원(1주택자 9억원)을 넘으면 종부세 대상이다. 서울의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아파트(1주택자 기준)는 지난해 20만3174가구에서 올해 28만1033가구로 늘었다. 국토교통부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구 중 금천구 등 6개구만 종부세 대상 아파트가 없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종부세 대상 아파트가 한 가구도 없었던 동작구는 3년 만에 2982가구가 됐고, 강서구도 2017년 0가구에서 올해 510가구로 증가했다. 그만큼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늘었다는 의미다.
 

서울 19개 지역 종부세 과세권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이하 전용면적) 소유자는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 32만원을 내야 한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84㎡)도 종부세 대상이 됐다.
 
고가주택 소유자는 타격이 더 크다. 서울 아크로리버파크 112㎡ 소유자는 올해 내야 할 종부세가 976만원이다. 지난해에는 572만원을 냈다. 시세가 60억원을 넘는 한남더힐 235㎡ 1주택 소유자는 올해 종부세로만 2224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1539만원)보다 685만원 늘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고정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에게는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집주인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부담이 결국 세입자로 전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종부세 급증은 공시가격 상승 때문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 5.98%다.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4.73%이고, 강남권과 이른바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 등지의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은 30% 가까이 올랐다. 세금을 물릴 때 공시가격을 얼마나 반영할지를 정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85%→90%) 인상까지 더해졌다.  
 
종부세 세율. 국세청

종부세 세율. 국세청

내년 종부세 부담 더 커져  

 
내년에는 부담이 더 커진다. 올해 세액에는 세법 개정에 따라 오른 세율이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에는 고가 주택 보유자에 부과하는 종부세 최고 세율이 기존 3.2%에서 6%로 오른다. 1주택자라하더라도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120㎡ 종부세는 지난해 145만원, 올해 273만원에서 내년엔 509만원으로 늘어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119㎡도 올해 222만원인 종부세가 내년엔 441만원보다 많아진다. 
 
여기에 공시가격은 더 오른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에 따르면 5~10년에 걸쳐 아파트 공시가격은 시세의 90%로 높아진다. 현재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은 9억원 이상은 평균 72.2%, 9억원 미만은 68.1%다. 예컨대 시세 15억 원짜리 아파트라면 올해 공시가격은 10억8300만원이지만 2025년에는 13억5000만원까지 오른다. 집값이 내려가도 종부세는 계속 늘어나는 구조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현재 시세 반영률은 집값이 쌀수록 낮은 편이라 반영률이 90%까지 높아지면 중저가 아파트 소유자의 세금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세금을 인상한다고 하는데 가격대별로 차별해서 증세하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보유세를 높이면 거래세를 내려서 탈출구를 마련해줘야 시장에 매물이 돌고 왜곡된 시장이 정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종부세 납부 기간은 다음 달 1~15일까지다. 납기 안에 종부세를 내지 않으면 3%의 가산금이 부과된다. 한꺼번에 세금 낼 돈이 없는 사람은 다음 달과 내년 6월, 2회에 걸쳐 분리 납부하거나 징수유예(최장 9개월) 신청도 가능하다. 납부세액이 250만원이 넘으면 분납할 수 있지만, 250만원 이하는 한꺼번에 내야 한다. 현금이 아닌 신용·체크카드로 낼 수 있지만, 세액의 0.8%(체크카드 0.5%) 수수료를 내야 한다.   
 
최현주·한은화·김도년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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