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악 시기에 최고 뚫은 코스피…"아직 더 간다" 세가지 이유

중앙일보 2020.11.23 17:33
최악의 시기에 최고의 기록을 썼다. 미국 대선이 끝난 후부터 질주하던 코스피가 마침내 2600선에 등정했다. 2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92% 오른 2602.59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 1월 29일(2598.19) 지수를 넘어섰다.
코스피가 23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썼다. 셔터스톡

코스피가 23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썼다. 셔터스톡

 
올해 코스피 변동성은 그야말로 기록적이다. 지난 3월 첫날을 2000대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3월 19일 1457.64포인트까지 하락하며 연중 저점을 찍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우려에 따른 단기 급락이었다. 이내 기술적 반등이 시작됐다. 약 두 달 만에 2000선을 회복한 코스피는 8월 2400선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정체됐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진 데다 미 대선이 불확실성을 키웠다. 그러다 급등을 시작한 건 11월부터다. 이달 들어 장이 열린 16일 중 지수가 하락한 건 단 이틀뿐, 300포인트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시장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한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보단 내년까지의 기대감이 앞선 모습이다. 내년 전망 보고서를 낸 증권사 13곳의 2021년 코스피 예상 범위 상단은 ‘2630~3000’이다. 흥국증권이 가장 높은 3000을 제시했다. 코로나19의 진정에 따른 경기 회복과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 상승이 근거다. 다른 증권사도 대체로 ‘올해보다 나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역대 최고치 경신한 코스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역대 최고치 경신한 코스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①여전히 풍부한 유동성

올해 주식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유동성이었다. 코로나19 탓에 곳곳에서 경제활동이 멈추자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부양책을 내놨다. 규모도 방식도 이전엔 없던 것이었다. 특히 미국은 국채 매입, 회사채 매입, 제로 금리 등 재정·통화정책을 총동원했다. 한국의 대응도 유사했다. 실물경제의 충격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었고, 나름 효과를 거뒀다. 이렇게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당장 거두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자은 초저금리 환경에서 딱히 돈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공모주 열풍과 맞물려 이런 자금이 증시로 대거 몰렸다. 지난 3월부터 11월 20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순매수 규모는 45조1294억원에 달했다. 일명 ‘동학개미’의 등장은 각각 24조8599억원, 20조2695억원 순매도한 기관과 외국인의 공백을 메웠다.  
 
최근엔 원화 강세가 외국인 유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3.9원 오른(환율은 하락) 달러당 1110.4원에 장을 마쳤다. 한 달 전보다 약 40원가량 상승했다.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강도 높은 부양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커진 게 영향을 미쳤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 가치는 백신 개발 등의 영향으로 1100원대 초반에서 횡보하는 모습이지만 추가 부양책 편성과 경기 반등이 나타날 내년 1분기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록 주역은 동학개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신기록 주역은 동학개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②두려움 덜해진 코로나

2020년 세계 경제의 시작과 끝은 코로나19였다. 다만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그 충격의 강도가 시기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양상이다. 국내만 보면 3월엔 증시가 큰 충격을 받았지만 8월 재확산 땐 낙폭이 작았다. 지금은 또 다르다. 3차 재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24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지만, 시장 영향은 반대로 나타냈다. 이종우 증시 칼럼니스트는 “충격이 반복되면서 투자자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 것”이라며 “경기 반등이 가까워졌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이은 백신 개발 소식도 낙관론에 힘을 보탠다. 일단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가 예방 효과 95% 수준의 백신 임상 3상을 끝냈다. 긴급 사용 승인을 받으면 연내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백신도 조만간 나온다.
 

③선방한 실적, 내년에도?

11월 이후 코스피 급등을 이끄는 건 대형주다. 23일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4.33% 오른 6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6일 세웠던 신고가 6만6300원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 40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시총 상위 20개 종목 중 19개가 상승했다. 특히 이날까지 연속 13일째 순매수하고 있는 외국인은 정보기술(IT)과 소재 업종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한 해 동안 최악의 구간을 지났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형주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에 따른 신흥국 자금 유입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은 IT·2차전지 등 수출주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내년엔 실적이 더 좋을 수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역대 최고 수준이던 2018년엔 못 미치겠지만 최근 2년 영업이익보다는 증가할 것”이라며 “2018년과 달리 반도체 비중이 줄고, 자동차·IT하드웨어·화학 등의 비중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9.09포인트(1.92%) 오른 2602.59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가 종가기준 2600선을 돌파한 건 처음이다. 뉴스1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9.09포인트(1.92%) 오른 2602.59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가 종가기준 2600선을 돌파한 건 처음이다. 뉴스1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큰 상황이지만 축포를 터뜨리긴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종우 칼럼니스트는 “내년에 대한 기대감이 올해 지수에 미리 반영된 거로 볼 수 있다“며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회수 시기가 다가온다는 점도 우려할 만하다. 조익재 연구원은 “각국의 완화정책이 쉽게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악재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각국 중앙은행이 먼저 발을 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1995년 이후 5번의 지수 급락을 경험했는데 위기 이후 추가 상승은 결국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수출 증가율이 기저효과를 바탕으로 뚜렷하게 개선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일부 종목은 단기 급등에 따른 매도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업종별 선별도 필요하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초 이후 코스피가 15% 이상 상승했지만 조선·보험·은행·유통 등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며 “내년 실적 개선에 따른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