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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 중단하는데…내년 쿠폰 예산은 추경의 3배로 커져

중앙일보 2020.11.23 17:00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리면서 소비쿠폰 사업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지만, 국회는 지난 추가경정예산(추경)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쿠폰 예산을 심의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세를 키울 때마다 정부의 소비 진작책이 발목을 잡히면서 내년 쿠폰 예산 증액 여부도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2021년 예산안에 소비촉진 관련 예산으로 4906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8대 할인소비쿠폰’ 사업 예산으로 편성한 1684억원의 2.9배 수준이다. 
 
정부가 24일부터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외식 쿠폰 사업을 잠정 중단한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중구 명동의 외식업소 밀집지역 모습. 뉴스1

정부가 24일부터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외식 쿠폰 사업을 잠정 중단한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중구 명동의 외식업소 밀집지역 모습. 뉴스1

 
 문제는 코로나19가 ‘n차 유행’을 거듭할 때마다 소비쿠폰 정책에도 빨간불이 켜지는데도 내년에 관련 예산을 증액한다는 점이다. 가장 규모가 큰 농수산물 할인쿠폰은 3차 추경 사업비의 2배인 1220억원으로 증액했다. 23일 농식품부는 “할인 쿠폰 사업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며 일상생활 필수품인 농산물 구매에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므로 당초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사업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0시부터 실적 집계를 중단하는 외식 쿠폰도 내년에는 2배로 늘린다. 3차 추경에서는 330만명을 대상으로 348억원을 편성했는데, 내년 예산에는 660만명을 대상으로 670억원을 쓸 계획이다. 올해 남은 외식 쿠폰 310만여장이 내년으로 이월되면 시중에 풀릴 물량은 970만장에 이를 전망이다.
 
 앞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농수산물 쿠폰의 효과를 지적하며 관련 예산 삭감을 주장했다. 정부가 농수산물 쿠폰을 국가 지원이 없어도 할인행사를 열 수 있는 대형마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서 전통시장 매출에 타격 준다는 지적이다. 농수산물 쿠폰은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전통시장, 중소형 마트 등 유통업체에서 사용 가능하고 신선 농수산물을 살 때 20%를 할인(최대 1만원)받을 수 있다.
 
 할인쿠폰이 먹거리 물가 자체를 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앞서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농축산물 가격은 정찰제가 아니기 때문에 할인쿠폰의 발급으로 소비자가격의 상승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가격에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특히 “아직 2020년 추경 사업의 성과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수요를 검토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런 국고 지원이 원래 존재했던 소비에 대해 할인을 해주는 것인지, 추가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것인지 사업의 성과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8대분야 소비쿠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8대분야 소비쿠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 밖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통합 문화이용권, 스포츠강좌이용권, 근로자 휴가지원, 숙박·체육 쿠폰 등 소비촉진 사업에 2315억원을 써냈다. 여행공연·영화·전시 등 4개 분야 쿠폰이 빠졌지만, 올해 본예산에 편성했던 소비촉진 비용(1807억원)보다는 508억원 늘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관련 산업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 지원을 통해 불씨를 살려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추경 사업으로 긴급 도입된 소비쿠폰이 중단을 거듭하면서 경제적 효과 역시 불분명한 만큼, 국회가 예산 증액의 효과도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처음 지급했던 긴급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가 일시적으로 잠잠했을 때 효과를 본 만큼, 소비쿠폰 예산도 코로나19 백신 개발 상황 등을 고려해 실제 집행 가능성을 예측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근 일부 전망대로 코로나19 상황이 내년 3분기 이후부터 나아진다면 정부의 소비촉진 정책도 내년 3분기 이후에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소비쿠폰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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