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디섐보가 늘이면 따라가야...재연되는 골프 군비경쟁

중앙일보 2020.11.23 11:53
브라이슨 디섐보. [AP=연합뉴스]

브라이슨 디섐보. [AP=연합뉴스]

마스터스 우승자인 더스틴 존슨이 47인치 샤프트의 드라이버 사용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테일러메이드의 용품 담당 부사장인 키스 스바바로가 팟캐스트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가뜩이나 무시무시한 거리를 내는 브라이슨 디섐보가 더 거리를 늘린다면 누가 맞설 수 있겠는가”라고 걱정했다고 한다. 디섐보의 화력에 경쟁자들은 공포를 느꼈다는 얘기다.

 
360야드의 드라이브샷을 무기로 US오픈 코스를 무력화시키고 우승한 디섐보는 마스터스를 앞두고 48인치 샤프트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놀란 건 존슨만이 아니다. 필 미켈슨은 마스터스는 물론, 이를 대비해 이전 2개 대회에서 47.5인치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아담 스콧과 딜란 프리텔리는 46인치를 썼다. 디테일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빅토르 호블랜드와 비제이 싱도 길이를 늘였다고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존슨은 47인치 샤프트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디섐보도 대회 전날까지 고민하다가 48인치 샤프트의 드라이버를 쓰지 않았고 성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마스터스에서 47.5인치 드라이버를 쓴 필 미켈슨. [AP=연합뉴스]

마스터스에서 47.5인치 드라이버를 쓴 필 미켈슨. [AP=연합뉴스]

 
그러나 디섐보의 48인치 발언이 허풍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치밀하게 연구하는 디섐보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21년 마스터스까지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골프계는 본다. 
 
디섐보가 늘리면 다른 선수들도 좌시할 수만은 없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은 러프가 짧아 정확성보다 거리가 유리한 코스로 꼽힌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처럼 이전에도 골프업계에는 헤드 크기를 놓고 군비 경쟁이 있었다. 캘러웨이가 1991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쓰인 독일의 슈퍼 헤비급 곡사포인 빅 버사(big bertha·사진)로 이름 붙인 신무기를 내놨다. 
 
이전까지 일반적인 드라이버(1번 우드)의 헤드 크기는 130cc 정도였는데 빅 버사는 190cc였다.  
 
1991년 나온 190CC의 빅 버스 드라이버와 460CC 드라이버. [사진 골프매직닷컴]

1991년 나온 190CC의 빅 버스 드라이버와 460CC 드라이버. [사진 골프매직닷컴]

캘러웨이는 95년 250cc의 그레이트 빅 버사(GBB), 97년에 290cc BBB(Biggest Big Bertha)를 출시했다. 라이벌인 테일러메이드는 캘러웨이를 치열하게 뒤쫓았다. 
 
군비경쟁은 용품 규제 기관인 R&A가 460cc로 헤드 크기를 제한하면서 2007년 끝났다. 그러나 일부 비공인 모델은 500cc를 넘기도 한다.
  
샤프트 길이 경쟁도 있었다. 1999년 라이더컵에서 야모 산들린(스웨덴)은 무려 52인치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그러나 길면 정확도가 떨어지고, 2004년 48인치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 나와 오래가지는 못했다. 
 
2010년 즈음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46인치 정도의 드라이버가 유행했다. 그러나 신제품을 팔기 위한 업계의 마케팅 성격이 강해 금방 사라졌다.
 
최근엔 트랙맨 등 탄도를 연구하는 기술 및 샤프트 기술이 좋아졌다. 디섐보가 예고대로 샤프트 길이를 늘인다면 길이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