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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거지' 신조어까지 등장…그들이 입열면 국민은 홧병

중앙일보 2020.11.23 05:00 종합 12면 지면보기
여권의 부동산 설화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회 국토위원장 등 부동산 정책 핵심 인사의 ‘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강동구의 임대주택 서도휴빌을 둘러본 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샀다. 진 의원은 서울 강동구의 신축 아파트에 살고 있다. 연합뉴스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강동구의 임대주택 서도휴빌을 둘러본 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샀다. 진 의원은 서울 강동구의 신축 아파트에 살고 있다. 연합뉴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지난 20일 국회 국토위원장이자 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인 진선미 의원이 동대문구·강동구에 위치한 임대주택을 둘러본 뒤 내뱉은 말이다. 임대주택의 효용성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당장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임대주택이 그렇게 좋다면서 왜 고급 아파트에 사냐”는 게시글이 쏟아졌다. 진 의원이 다녀간 임대 주택과 진 의원 아파트 사진을 함께 올린 뒤 "이게 차이가 없다면 진 의원은 당장 아파트를 팔고 빌라로 이사해라"는 글도 올라왔다. 진 의원은 현재 서울 강동구 신축 아파트 ‘래미안 솔베뉴’(전용면적 84㎡)에 전세로 거주 중이다.
 
이낙연 대표가 전세난 해법으로 제시한 ‘호텔 전·월세’에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여인숙에서 1~2년 사는 분들도 있다. 뜬금없는 정책이 아니다”(방송인 김어준씨) “새로운 주거 형태인 셰어하우스와 비슷하다”(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권이 방어에 나섰지만, 온라인엔 “말만 호텔이지 돈 없는 사람들 그냥 모텔에서 지내라는 것” “본인(이낙연)은 60평 아파트를 사놓고, 국민은 여관방 가서 살라는 거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호텔 거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자충수 된 여권의 부동산 ‘말말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자충수 된 여권의 부동산 ‘말말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10일 국회 예결위에서 5억원 이하 주택 구입자만 이용 가능한 디딤돌대출의 효용성을 거론하며 “수도권에도 5억 이하 아파트가 있다. 우리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한 발언도 논란을 자초했다. 해당 아파트는 최근 11월 6억4500만원, 5억7000만원에 각각 거래가 이뤄졌다. 이 아파트 주민연합회는 즉각 규탄성명서를 내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정확한 시세조차 모르느냐. 수도권에서 가장 저렴한 아파트로 오인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임대차 3법 이후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을 두고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이 “우리 경제가 한번은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고 한 것을 두고도 “당장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 한가하게 '성장통' 운운이냐”, “취업난, 경제난도 고통스러운데 이젠 ‘부동산 성장통’까지 겪으라는 거냐”는 반발이 나왔다.    
 
일각에선 “부동산 설화의 주인공은 누구보다도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지적도 한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호언장담한 건 1년 전이다.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 반드시 잡겠다”고 했다. 하지만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전국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18.4%가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도 63주째 상승 중이다. 
 
이에 유승민 전 의원은 “광 파는 일에만 얼굴을 내밀고 책임져야 할 순간에는 도망쳐 버린다. 참 비겁한 대통령”이라고 문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가슴 아프게 꿈을 접는 사람들에게 이 정권은 염장 지르는 말만 쏟아낸다”며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부동산 악몽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국희·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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