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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의 시선] 기저질환이 된 습관성 말 바꾸기

중앙일보 2020.11.23 00:47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정민 논설위원

이정민 논설위원

이 정권 사람들의 위선과 거짓말, 습관성 말 바꾸기는 기저질환이 된 지 오래다. 어제 한 말을 오늘 뒤집고,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데는 단연 금메달감이다. 그 사례는 차고 넘쳐서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세상이 두 쪽 나도 굳건히 지켜야 할 원칙, 소중하게 보듬고 가야 할 가치와 대의명분 같은 건 오래 전에 내팽개쳤다.  
 

“선 넘지마” 경고한 ‘대통령 복심’
정권 폭주가 ‘윤석열 현상’ 불러
브레이크 고장난 차에 누가 탈까

심지어 국가 백년대계를 좌우할 중요 국책 사업, 국민 앞에서 손가락 걸고 맹세한 정치적 약속조차 헌신짝 버리듯 뒤집어버린다.
 
헌법과 법률을 짓밟으면서 윤석열 검찰총장 몰아내기에 올인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장관이 펼치는 기행(奇行)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검찰 버전이다. 윤 총장에게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문재인 대통령)고 ‘당부하던’ 그 정권과 같은 정권인가 싶을 정도다.
 
추 장관의 공격은 맹렬하다. ‘윤석열 수사팀’ 공중분해, 사기 전과자의 말을 듣고 발동한 수사지휘권, 홍위병을 연상케 하는 검찰총장 직무배제와 감찰 지시로 윤 총장을 숨가쁘게 몰아세웠다. 그러나 광란의 질주가 낳은 건 아이러니하게 차기 대통령 후보 1위에 오르는 ‘윤석열 현상’이다. 그러니 ‘윤석열을 키운 8할이 추미애’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윤석열 현상은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만 급급한 정권의 위선과 탐욕을 심판하는 민심의 소리없는 저항과 닿아있다. 검찰 개혁은 구호일 뿐, 임기말 정권의 보위와 사후 안전판 마련을 위한 자위적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걸 국민들이 눈치챘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윤건영 의원의 섬뜩한 경고문이 이런 의심을 증폭시킨다. 그는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윤석열 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을 겨냥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월성 1호기 폐쇄)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라고 주장했는데, 방점은 “경고한다. 선을 넘지 마시라”는 데 있는 것 같다. 정권에 대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겁박이자 노골적인 수사 방해를 ‘민주적 통제’ ‘민주주의 원리’로 둔갑시켰다.
 
이 황당한 주장이 ‘참’이 되려면 이명박(MB)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대선 공약인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반대하고, 집권 후 감사원이 감사하게 한 데 대해 먼저 사과했어야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MB의 대선 공약이던 행정중심복합도시 계획을 민주당이 주도해 국회에서 폐기시킨 것도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 되는 건데 여기엔 묵묵부답이다. 전 정부를 대할 때는 정책 검증, 적폐청산이라며 합리화하고, 자신들의 잘못은 공약 이행이라며 수사를 막고 나서는 위선이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사고 있다.
 
4월 총선 때 민주당은 위성비례정당을 “위장 정당”“정치를 장난으로 만든다”(이해찬 전 대표)고 비난하더니 하루 아침에 “비례정당으로 미래통합당을 응징해야 한다”고 뒤집었다. 최근엔 ‘무공천’ 당헌을 바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이낙연 대표)라는 이유를 달았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은 데 대한 반성하거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이것만 해도 현기증 날 지경인데, 새로운 거짓말과 말 바꾸기를 추가하려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결정된 김해신공항 건설 사업을 백지화한 데 이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이려는 태세다. 검증위원회를 들러리 세워 자신들의 입맛대로 결론을 유도하는 수법도 월성 1호기 폐쇄 때와 비슷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처리를 놓고 벌이는 여당의 행태는 조폭을 방불케한다. 민주당은 야당에게 공수처장 비토권을 주는 것을 미끼로 야당을 안심시켜 법을 통과시켜 놓고는, 야당 추천 위원들의 반대로 공수처장 후보를 확정짓지 못하자 다수 의석을 이용해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려 들고 있다.
 
권력자의 입맛대로 그때 그때 법을 바꾸고 원칙을 뒤집는 ‘야바위 정치’가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고 법치를 위협하고 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 같은 권력의 폭주가 도를 넘고 있다.  
 
문제는 브레이크가 망가진 자동차는 멈춰설 수도, 방향을 틀 수도 없다는 데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누가 위험한 차에 타려 하겠는가.
 
이정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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