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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준의 미래를 묻다] 180조원 민간 투자, 1100개 우주 기업에 쏟아지다

중앙일보 2020.11.23 00:42 종합 28면 지면보기

뉴 스페이스 시대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른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다. 민간 우주운송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주일 전에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우주인들을 국제 우주정거장까지 실어 날랐다.
 

우주 인터넷, 인공위성 잔해 청소 등
민간의 뉴 스페이스 산업 본격 시동
달·화성·소행성 자원개발 추진하려
미국·룩셈부르크, 법적 근거 마련 중

그동안 우주산업에서는 1㎏당 수만 달러(수천만원)에 이르는 발사 비용이 높은 진입 장벽이었다. 그러나 로켓을 재활용하고,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품을 3D 프린터로 찍어낸 소형 로켓을 만드는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이제 우주수송 비용은 1㎏당 수천 달러 수준으로 낮아졌다. 민간 우주여행을 넘어 달과 화성에 인간이 영구 거주할 수 있는 식민지를 건설할 날도 머지않았다.
 
인공위성도 부품의 소형화·표준화 덕에 개발 기간과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 군집 편대비행을 하는 초소형 위성군은 지구 위 대부분 지역에 대한 상시 관측이 가능해 대기오염 분석과 정찰·통신 등 활용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지구 저궤도에 수천~수만 대의 초소형 위성을 띄워 구성하는 우주 인터넷은 통신 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IT 억만장자가 이끈 뉴 스페이스 시대
 
지난 여름 버진 갤럭틱이 공개한 우주관광선 내부 디자인. [AFP=연합뉴스]

지난 여름 버진 갤럭틱이 공개한 우주관광선 내부 디자인. [AFP=연합뉴스]

초기 우주 개발은 국가 주도 성격이 강했다.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개발을 주도하고 소수의 대기업이 참여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옛 소련의 붕괴와 함께 냉전 체제의 우주 경쟁이 막을 내리자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1995년 미국의 혁신 기업가 피터 디아만디스는 ‘X프라이즈 재단’을 설립해 우주여행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업에 상금 1000만 달러(110억원)를 내걸었다. ‘사람을 태우고 고도 100㎞를 2주 동안 두 번 같은 기체로 비행하는’ 조건이었다. 2004년 미국의 우주공학자 버트 루탄이 개발한 ‘스페이스십원(SpaceShipOne·아래 사진)’이 이에 성공하며 민간 우주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스페이스십원

스페이스십원

본격적인 민간 우주개발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이나 제프 베저스(아마존), 일론 머스크(페이팔·테슬라) 같은 정보기술(IT) 억만장자들의 역할이 컸다. 우주개발의 꿈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재사용 발사체 개발과 위성의 소형화로 우주 산업으로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그러자 우주개발에 3D 프린팅·빅데이터·AI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나온 미국 실리콘 밸리의 기업가들이 민간의 투자를 끌어들였다. 정부가 정책적 목적에 따라 소수의 전문 대기업과 계약을 통해 우주 개발을 추진했던 ‘올드 스페이스’ 시대와는 다른 양상이다. 새로운 방식의 ‘뉴 스페이스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민간이 우주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 개척과 투자 회수에 대한 기대다. 빠른 투자 회수가 기대되는 영역 중 하나가 우주 관광이다. 버진 갤럭틱은 지난해 미국 서부 모하비 사막에 만든 우주 공항을 공개했다. 이르면 내년에 100㎞ 정도까지 올라가는 우주 관광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앞서 버진 갤럭틱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이 내년 초에 시험 우주 관광을 할 예정이다. 버진 갤럭틱의 우주여행 상품 예약자 명단에는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 팝 스타 저스틴 비버 같은 유명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올라간 우주인들. [AP=연합뉴스]

지난 16일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올라간 우주인들. [AP=연합뉴스]

위성 인터넷도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저궤도에 수천~수만 개의 초소형 위성을 띄워 전 지구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송수신 성능이 좋아, 해저 광케이블과 지상 기지국에 기반을 둔 기존 인터넷 네트워크를 대체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스타 링크’라는 우주 인터넷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스페이스X는 이미 600대가 넘는 위성을 발사했다. 북미 지역을 대상으로 월 사용료 99달러(11만원)에 4세대 이동통신(LTE)급 인터넷을 제공하는 시험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사업 영역도 등장했다. ‘우주 쓰레기 청소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지구 궤도에는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이나 발사 부산물 같은 지름 1cm 이상 우주 쓰레기 90만여 개가 떠돌고 있다. 세계 각국이 ‘우주 교통사고’의 위협이 되는 이들의 처리에 고심하는 동안, 기업들은 다양한 기술적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로봇 팔을 가진 청소 담당 위성 개발, 수명이 다한 위성을 지상에서 레이저로 격추하는 기술, 위성에 작은 역추진 로켓을 달아 스스로 추락하게 하여 생을 마감하게 하는 기술 등이 제안되고 있다.
 
‘우주 자원 채굴’ 사업은 시장 가능성과 국제적 규범을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경우다. 사업 리스크가 큰 영역임에도 많은 뉴 스페이스 기업들이 달·화성·소행성 등지에서 지구에 부족한 희토류 등 자원을 캐오는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인은 우주 자원 사용할 권리”
 
발사했던 스페이스X의 로켓이 재사용을 위해 다시 착륙하는 모습.

발사했던 스페이스X의 로켓이 재사용을 위해 다시 착륙하는 모습.

그러나 아직 지구 밖 우주 자원의 소유나 이용에 대한 국제적 규범이 명확하지 않다. 1967년 유엔(UN)이 제정한 ‘우주조약’에 따르면 어떤 국가도 지구 밖 우주 공간에 대해 주권을 가질 수 없으며, 개발에 따른 이익을 독점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민간’의 소유권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해 룩셈부르크·일본 같은 국가들은 우주 자원을 상업적으로 탐사하고 활용할 권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 초 “미국인은 우주 자원을 상업적으로 탐사하고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글로벌 우주 분야 투자 회사인 ‘스페이스 에인절스’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전 세계에서 1100개가 넘는 기업들에 총 1660억 달러(180조원)에 이르는 민간 투자가 이뤄졌다. 날로 커지는 뉴 스페이스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우주 시대의 개막과 미래 사회에 대한 기대의 반영이다. 우리 정부도 뉴 스페이스라는 변화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주도의 우주 정책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다양한 기업들이 우주 개발에 지속해서 투자하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공공 수요를 창출하고 제도적 걸림돌을 선제적으로 제거해 줘야 할 것이다. 민간 기업들도 국가사업에만 의존하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뉴 스페이스 시대에 걸맞은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등 스스로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
 
“뉴 스페이스 성공 너무 낙관” 우려도
국내에는 뉴 스페이스 기업이 몇 개나 있으며 이들은 민간 투자를 얼마나 받고 있을까. 2005년 이후 국내 우주 기업 가운데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자로부터 투자받은 곳은 10개사 남짓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5년 인공위성 제조업체 쎄트렉아이가 첫 투자를 받은 이래 몇몇 기업에 대한 투자가 간간이 이어지다가, 2017년부터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올해 총 투자액은 11월 현재까지 약 130억원 규모로, 지난 한해 전체(141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산업계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국내의 우주 기업에 대한 투자 관심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뉴 스페이스가 불확실한 우주 산업의 미래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는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국내 우주 관련 기업인 208명을 대상으로 뉴 스페이스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뉴 스페이스의 앞으로의 영향력에 대해 응답자의 54%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뉴 스페이스에 대한 정부 정책의 위험요소로 33%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따른 사업 실패 리스크’를, 30%는 ‘국내 우주 산업 왜곡’을 꼽았다.
 
이러한 기대와 우려를 모두 넘어서기 위해서는, 뉴 스페이스를 우주 개발의 민관협력 체계를 정립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국가 주도로 추진해 왔던 우주 산업은 이제 정부뿐 아니라 산업체와 투자자가 어우러져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고 수행하는 생태계로 변모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 ‘정책 수혜의 대상’에서 ‘혁신 투자의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주 민관협력 지원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
◆안형준 연구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달탐사개발사업 추진위원, 우주개발진흥 실무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 한국 최초 우주인을 선발할 때 최종 30인 후보에 올랐다. 서울대에서 물리교육과 과학철학을 공부하고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한국 우주개발사를 다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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