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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해외 코로나 백신 확보와 함께 자체 개발 서둘러야

중앙일보 2020.11.23 00:26 종합 33면 지면보기
성백린 연세대 의대 교수·백신실용화사업단장

성백린 연세대 의대 교수·백신실용화사업단장

화이자·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임상 결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도 지난 4월 중순부터 범정부 지원위원회를 만들어 6개월여간 백신 대책을 강구해왔다. 백신은 효능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사람에게 접종하므로 안전성이 더욱 중요하다. 효능과 안전성을 모두 꼼꼼히 따져서 백신을 공급하려면 장기 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에서는 빠른 개발이 요구된다. 10~15년 걸리는 백신 개발을 1년 내로 단축하려니 적잖은 어려움이 따른다.
 

2개 이상 해외 백신 확보하는 한편
감염병 대응 위한 백신 기술 절실

많은 사람이 전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백신 확보가 가능할지 의문을 표한다. 전문가들은 한 가지 방법만으로 바이러스를 잡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전쟁의 대상이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인 데다 신속하게 대응 가능한 생산 방식으로 상용화된 백신도 없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정책적으로 최소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먼저, 해외 개발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 백신 확보 전쟁이 치열한 만큼 특정 국가가 공공재인 백신을 독점하는 걸 막아야 한다.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한 코백스(COVAX) 협의체를 통해 우리를 포함한 각국이 공평하게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
 
누가 승자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선 2개 이상의 백신 개발 방식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문제는 코백스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백신 분량은 한국민의 20% 분량에 불과하다. 따라서 두 번째 방안으로 정부가 해외 개발사로부터 직접 구매해 추가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40%가 맞을 수 있는 백신이 확보되면 총 60%가 접종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미접종자들에게까지 감염이 억제되는 집단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직 임상이 진행되지 않은 소아·청소년을 제외한 인구(70% 정도)에 접종할 물량 확보를 고려할 수 있다.
 
도입 가능한 백신 중 우선순위 평가가 중요하다. 안전성·유효성 외에 가격, 공급 시기, 구매 조건을 살펴야 한다. 세계가 백신 확보 경쟁을 벌이므로 백신 확보 협상 과정에서 극도의 보안 유지가 필요하다.
 
해외 백신은 이르면 연말께 출시된다는 데 이보다 1년가량 늦은 국내 백신 개발이 필요한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한국 개발 백신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에 맞는 한국의 백신 생산 시설은 세계적 호평을 받으며, 외국으로부터 위탁생산 또는 공동 개발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접근하는 해외 제약사들과의 전략적 연계를 통해 해외 백신의 국내 확보가 전개되고 있다. 단순 위탁생산을 넘어 공동 개발을 통한 국내 확보 방안도 추진된다. 성공할 경우 먼저 확보한 해외 백신을 소진한 뒤 국내 개발 백신으로 후속 대처가 가능할 수 있다. 코로나가 독감처럼 상시화하면 중장기적으로 국내 개발 백신으로 지속해서 접종할 수 있다.
 
향후 다른 감염병 유행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 가능성이 있는 10종가량의 바이러스성 질환을 제시하고 전 세계에 백신 플랫폼 구축을 독려한다. 현재 진행되는 국내 개발 백신은 코로나19 예방이라는 목적과 함께 감염병 대응태세를 갖추는 데도 필요하다. 이 기회에 우리의 백신 개발 역량을 강화해 미래에 신속히 대응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백신 기술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영국은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백신을 개발한 때부터 200여년 연구 성과를 쌓았고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가 됐다.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투자는 200년의 축적을 20년으로 압축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성백린 연세대 의대 교수·백신실용화사업단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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