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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채팅으로 송년모임 할 판" 12월 '블랙아웃 연말' 온다

중앙일보 2020.11.23 00:02 종합 2면 지면보기
휴일인 22일 서울 번화가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이날 점심시간 홍대 거리. [연합뉴스]

휴일인 22일 서울 번화가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이날 점심시간 홍대 거리. [연합뉴스]

“코로나19 때문에 도저히 못 버티고 연말에 가려던 제주도 여행 일정을 며칠 전 취소했어요.”
 

“화상 채팅으로 송년모임 할 판”
‘보신각 타종’도 67년 만에 못 봐

수능 앞둔 수험생 “매일 조마조마”
공무원 회식 등으로 감염 땐 문책

위약금까지 물며 제주 여행을 취소한 대학생 정민영(23)씨의 표정엔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닷새 연속 신규 확진자 수가 300명대를 넘어서는 등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아 집에서 가족과 소소하게 연말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3차 대유행’ 조짐이 커지자 정부와 방역당국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4일 0시부터 현행 1.5단계에서 2단계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말 여행은 물론 동창회·송년회 등 갖가지 송년 모임을 취소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화려함 대신 깜깜하고 어두운 연말이란 뜻에서 ‘블랙아웃(암전·暗轉) 연말’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박모(26)씨는 “이번 주말부터 연말까지 약속이 꽉 차 있었는데 풀(full)로 취소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27)씨도 “올해 코로나19로 약속을 대부분 연말로 미뤘는데 그마저도 취소할 판”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는 구글 미트(Meet) 같은 화상 채팅으로 친구를 만나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콘서트 등 잇단 취소에 “화나고 무력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역조치. 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역조치. 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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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다른 연말 분위기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학원생 박소현(27)씨는 “연말 음악방송에 가려고 사연을 보내놨는데 번호표 뽑기도 전에 취소됐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안 좋았다”며 “코로나19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가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진다”고 털어놨다. 공무원 지모(28)씨도 “자주 못 본 친구들과 1년에 한 번씩 동창회 형식의 연말 모임을 갖는데 올해는 어려울 것 같다”며 “올해 12월은 자취방에서 TV로 영화를 보면서 연말인지, 일상인지 모르게 보낼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규모 연말 공연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19~22일 예정된 ‘내일은 미스터트롯’ TOP6 콘서트는 무기한 연기됐다. 밴드 자우림도 이달 27~29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향되면서 취소했다. 1953년부터 매년 열리던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도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않는다. 서울시는 타종행사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할 계획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지역 현황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지역 현황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의 근심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일요일인 22일 낮 12시30분 경기도 용인의 한 한식당. 100여 석 규모의 식당에는 주말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4명밖에 없었다. 이 식당 사장은 “연말을 앞두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올해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 연말 특수마저 놓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거리두기가 2단계로 올라가면 오후 9시부터 매장 운영을 할 수 없다. 성남시 중원구에서 9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지모(53·여)씨는 지난 9월 ‘2.5단계’ 당시를 “악몽 같았다”고 떠올렸다. 지씨는 “10월 말부터 매출이 조금씩 회복하나 싶었는데 다시 2단계라니 한숨부터 나온다”며 “15년 동안 장사해 왔는데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 달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수험생이나 학부모도 노심초사다. 이날 성남시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 만난 재수생은 “확진자 급증 소식을 접할 때마다 너무 두렵다. 수능 전까지 별 탈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모들의 걱정도 크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는 김모(45·여)씨는 “코로나19 초기 땐 시어머니가 집에 있는 아이들을 봐주셨지만, 원격수업이 이어지면서 부탁드리기도 어려워졌다”며 걱정했다. 인터넷 맘카페에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또 고생하게 생겼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정부는 23일부터 공공부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해당하는 복무 관리 지침(‘공공부문 방역 관리 강화 방안’)을 적용키로 했다. 인사혁신처가 22일 보고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승인한 해당 방안에 따르면 공무원,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 전국 모든 공공부문 인력 중 3분의 1은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출근한 직원도 출근과 점심시간을 분산하고 국민안전 등을 제외한 불요불급한 출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대면 모임·행사·회식 등을 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전파한 공무원은 문책한다.
  
“임용시험 못 본 67명 구제책 필요”
 
지난 21일의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응시생 67명이 시험을 치르지 못한 것과 관련해 교육부는 22일 “사전에 ‘확진자 응시 불가’ 고지를 했기 때문에 추가 시험 등 구제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 67명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임용고시 학원 관련 확진자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헌법상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사례이니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정태원 변호사)이 나왔다.
 
◆이낙연 대표 5번째 코로나 검사=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서 “12월 3일 정오까지 자가격리해야 한다는 통보를 종로구 보건소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저녁 지인 모임에서 만난 다른 참석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본인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이후 다섯 번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른 정식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것은 지난 8월에 이어 두 번째다.
 
박현주·채혜선·편광현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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