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 여성들, 중국서 코로나장비 생산 노예노동…한국도 수입”

중앙일보 2020.11.23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북한 근로자들이 단둥에서 코로나19 보호장구를 생산하고 있다고 전한 가디언 21일자 지면.

북한 근로자들이 단둥에서 코로나19 보호장구를 생산하고 있다고 전한 가디언 21일자 지면.

중국 단둥에 있는 공장에서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개인보호장비(PPE)가 한국, 미국, 일본, 영국 등 세계 각국에 수출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 “월급 70% 북한 송금
단둥서 수백명 하루 18시간씩 일”
북 근로자 고용은 유엔제재 위반
북 주민이 만든 제품 수입도 금지
외교부 “유엔, 사실 관계 조사할 것”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보건부(DHSC)는 코로나19 창궐 이후 ‘유니스페이스 글로벌’이라는 영국 업체를 통해 ‘단둥화양방직’으로부터 보호복을 납품받았다. 이 과정을 중국 무역회사가 중개했다.
 
화양방직은 분공장 한 곳과 물량을 나눠 제작했는데, 두 곳 모두 북한 노동자를 고용했다. 가디언은 ‘북한 여성 노동자 수백 명’이라며 ‘노예노동’으로 표현했다. 영국 보건부나 유니스페이스 글로벌이 이를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관련 질문에도 답을 주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호복이 얼마나 수출됐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가디언은 입수한 선적 서류 등을 근거로 4월에만 이탈리아에 20만 벌이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호복 공급업체는 해당 회사로부터 200만 벌을 확보했다고 광고했다. 이 밖에 한국, 미국, 독일, 일본에서 그보다 적은 물량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디언은 또 단둥 내 다른 공장 두 곳도 북한 노동자를 고용했고, 이들이 생산한 보호복은 미국과 필리핀에 공급된 것 같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하루에 18시간 동안 일하고, 월급은 2200~2800위안(약 37만4000~47만6000원)이었다. 그나마도 월급의 70%는 북한으로 송금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애초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해외 노동자 파견을 금지한 배경도 이들이 강제노동에 해당하는 인권 유린을 당하고, 벌어들이는 돈을 북한 노동당이 가져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쓴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이에 안보리 결의 2397호(2017년 채택)는 2019년 12월 22일까지 ‘모든 회원국은 의무적으로 관할권 내에서 소득을 얻는 북한 주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라’고 결정했는데, 중국과 보호복 수입국들은 이를 직간접적으로 어겼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 주민이 공급하는 의류의 수입을 금지한 결의 2375호(2017년 채택) 위반 소지도 있다.
 
제재 위반 여부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서 판단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선 대북제재위가 해당국을 상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의도성, 즉 알고도 북한 노동자들이 만든 제품을 구매했는지 여부다.
 
하지만 미국 독자 제재는 결과를 더 중시한다. 미국은 2018년 7월 대북제재 주의보를 발령하고 ‘북한 국적자를 고용한 회사로부터 의도치 않게 직간접적으로 물품이나 서비스를 조달할 경우’에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어기지 않게 노력할 책임은 각국의 기업에 있으니 알아서 조심하라는 게 핵심이다.
 
이런 법 규정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적용할지는 전적으로 미국 정부 소관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북한 해외 노동자 송출 금지와 관련한 국내·국제적 제재의 틀을 만든 건 오바마 행정부였고, 그 뼈대를 세운 핵심이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거론되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다.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는 블링컨을 비롯, 북한의 불법적 자금 조달 수법에 대한 ‘선행학습’이 잘돼 있는 인물들이 포진할 테고, 전보다 원칙에 근거한 법 집행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