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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받아줬다 억울한 옥살이…호주 韓20대 4800만원 받는다

중앙일보 2020.11.22 18:09
대구지방법원 입구. 뉴스1

대구지방법원 입구. 뉴스1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갔다가 친해진 지인의 부탁으로 택배를 대신 수령했다가 마약사범으로 몰려 억울하게 감옥에 간 여대생이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낯선 타지에서 친해진 지인…"비타민 제품" 받아달라 부탁 

2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7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어학 공부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였다. 타지 생활에 지친 A씨는 또 다른 한국인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지인을 통해 현지에서 B씨를 만나 가깝게 지내게 됐다. 
 
그러던 중 B씨는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후 B씨는 호주에 남아있는 A씨에게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해 "지인이 제약회사를 운영하는데 직접 가지고 가기엔 양이 많아 택배로 보낸다"며 "한국에서 호주로 보내는 택배를 3~4개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B씨에게 합법적인 것인지를 물었고, B씨는 "식약처에서 인정받은 비타민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일반의약품…호주에선 '마약 물질' 함유 약품 

A씨는 선의로 B씨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2018년 1월 아무런 의심 없이 B씨가 보낸 택배를 찾으러 호주 공항에 갔던 A씨를 기다린 건 현지 공항경찰대였다. A씨는 그날 마약 성분이 든 약품을 수입하려 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B씨가 보낸 의약품은 호주 내에서 불법 약품으로 분류돼 수입이 금지된 약품이었다. A씨는 호주 당국에 "전혀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결국 2018년 1월부터 8월까지 애들레이드 여성 교도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됐다.
 
A씨가 수령하려던 6개의 박스 안에는 국내에서 비염 치료제로 흔히 사용되는 일반의약품 10만정이 들어있었다. 해당 의약품은 국내에선 의사 처방전 없이 동네 약국에서도 살 수 있는 약품이었지만 호주에서는 마약 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판단해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A씨는 옥살이를 하게 됐다.

7개월만에 풀려나 귀국…法 "4800여만원 손해배상 지급해야" 

한국에 있던 A씨의 가족은 호주 현지 영사관을 통해 국제변호사를 선임했다. 아울러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이같은 노력 끝에 A씨는 불기소 처분을 받고 7개월 만에 풀려나 귀국할 수 있었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던 중 택배수령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이 B씨 뒤에 있는 김모씨임을 알게 됐다. 대구지법 김성수 판사는 22일 우리나라에서 호주로 보낸 택배를 A씨에게 대신 수령하게 해 감옥살이를 하게 한 김모씨에게 4800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법률구조공단 이기호 변호사는 “의약품과 관련된 법제가 외국과 달라 종종 예기치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내용물이 무엇인지 확인이 안된 것일 때에는 선의라도 대신 수령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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