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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준 전쟁' 피해야 한다…공화당과 진보 사이 낀 바이든 고심

중앙일보 2020.11.22 17:34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토니 블링컨은 조 바이든 행정부 첫 국무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토니 블링컨은 조 바이든 행정부 첫 국무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르면 이번 주 새 행정부의 외교 사령탑인 국무장관과 경제 수장인 재무장관 인선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 AP통신 등이 21일(현지시가) 보도했다.

바이든, 이번주 국무·재무 장관 발표 가능성
공화당 상원 장악 대비, '라이스보다 블링컨'
진보파 의식, 옐런 전 Fed 의장 재무장관 급부상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주 재무장관을 결정했다고 직접 밝힌 데 이어 국무장관도 선택을 마쳤다고 악시오스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 장관을 선택한 기준은 상원에서 공화당과 '인준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민주당 내 진보 진영과 '내전'을 피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을 수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으로 정권 인수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내각 인준을 놓고 공화당과 충돌해 추가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상원에서 신속하게 인준받을 만한 '무난한' 첫 내각을 꾸리려 한다는 것이다.
 
악시오스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외교 사령탑은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는 바이든이 임기를 상원 공화당과 대치 국면으로 시작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이던 2012년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 피습 사건이 테러가 아니라 시위대의 우발적 행동이라고 말해 공화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공화당 인사들은 언론 기고를 통해 공개적으로 라이스의 입각에 반대하고 있다.
 
악시오스는 바이든과 가까운 일부 민주당 인사들을 인용해 바이든이 오랜 외교·안보 참모인 토니 블링컨을 첫 국무장관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블링컨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내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이나 국가안보보좌관 물망에 올랐다.
 
국무장관 후보가 라이스에서 블링컨으로 기운 배경은 상원 지배구조와 관련 있다.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 선거 결과는 현재 공화당 50석, 무소속 포함 민주당 48석이다. 조지아주 2석은 어느 후보도 득표율 50%를 넘지 못해 내년 1월 5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결선 투표 결과에 따라 공화당의 다수당 유지가 결정되는데, 공화당은 1석만 확보해도 전체 100석의 절반을 넘기게 된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권 이양 방해로 출발이 늦은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공화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큰 라이스 전 보좌관보다 인준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블링컨이 안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AP통신은 국무장관 최종 후보로 블링컨과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상원 외교위원장·델라웨어주) 두 명을 꼽았다. 다만, 쿤스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 신임 장관들의 인준 청문회를 상원에서 도울 수 있는 '원군'이라는 점에서 상원에 남는 것이 나을 수 있어 블링컨이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미 의회는 의원 입각으로 공석이 되면 주지사가 후임을 임명한다. 쿤스 의원이 국무장관에 내정되더라도 민주당 소속 델라웨어 주지사가 민주당 의원을 임명하겠지만, 상원에서 쿤스 의원의 영향력을 잃어버리는 게 바이든으로서는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블링컨 전 부장관과 쿤스 상원의원 외에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 윌리엄 번스 전 국무부 부장관도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블링컨이 국무장관으로 발탁될 경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자리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지낸 에이브릴 헤인즈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인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재무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재무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인의 또 다른 고민은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인선을 하는 것이다.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이 바이든 내각에 진보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재무장관을 이미 결정했다"면서 "진보 진영도, 중도파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인사"라고 말해 당내 진보 진영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 발언을 두고 월가에서는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지명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옐런은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이 Fed 의장에 임명해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 탄소세 부과 등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책을 주문해 민주당 내 진보 진영도 반길만한 인사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재무장관 후보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진보 진영도 옐런이 임명될 경우 자신들의 '승리'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폭스비즈니스가 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뛴 워런 의원은 재무장관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급진적인 성향이 공화당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당초 재무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라엘 브레이너드 Fed 이사가 경쟁 상위권에서 멀어졌다고 전했지만, 폭스비즈니스는 브레이너드 이사와 옐런 전 의장을 비롯해 로저 퍼거슨 전 Fed 부의장,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다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도 후보군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은 바이든이 약속한 대로 진보적 개혁을 추진할 적임자가 장관에 임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샌더스 의원은 노동부 장관을 맡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낸 바 있다. 바이든은 진보주의자들을 달래면서 다양성에 기반을 둔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 언론은 바이든 당선인이 "재무장관 후보를 추수감사절(26일) 전이나 후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데 비추어 이번 주에 국무·재무·보건복지 장관 등 국가안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나설 장관 인선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새 행정부 구성에 속도를 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임기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AP통신은 해석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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