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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홍 끝까지 잡겠다" 45억 쓰며 라임 '몸통' 뒤쫒는 변호사

중앙일보 2020.11.22 08:00
백왕기 대표변호사는 인터폴에 적색수배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을 뒤쫓고 있다. 문희철 기자

백왕기 대표변호사는 인터폴에 적색수배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을 뒤쫓고 있다. 문희철 기자

 
인터폴에 적색수배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을 뒤쫓는 변호사가 있다. 김영홍 회장은 1조60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불러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의 행적을 캐는 백왕기(55) 글로벌오션베스트리더 대표변호사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피해자도 아니고, 김영홍 회장과 일면식도 없다. 그런데도 “김영홍을 체포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건 의뢰인이 백변호사에게 수백억원대 채권 추심을 의뢰했기 때문이다.
 

백왕기 글로벌오션베스트리더 대표변호사 인터뷰

 
그에게 사건을 의뢰한 복수의 의뢰인은 필리핀의 한 리조트에서 발생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던 인물이 의뢰인들에게 빌린 돈으로 리조트를 설립했다. 당시 채권가액은 130억원 규모다.
 
그런데 채권을 발행해 리조트를 설립한 채무자는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원리금 상환을 이행하지 않았다. 채권 회수가 불투명해지자 지난 2011년 7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이들은 백왕기 변호사와 각각 채권 회수 추심 계약을 체결했다.  
 
백 변호사는 필리핀 법정에서 이들을 대리해 리조트 소유주를 상대로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필리핀 정부는 2014년 3월 리조트 설립자와 리조트 경영에 관여한 6명을 대상으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백 변호사는 필리핀에서 별도의 민사소송을 진행하면서 리조트 토지(3필지)·건물(27개) 전체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이끌어냈다. 또 이들이 불법적으로 자금을 세탁했다는 법원 판결도 받았다.
 
이제 공매를 통해 리조트 자산을 매각해 채권자에게 돌려주기만 하면 사건이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리조트를 이미 원소유자에게 매입했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등장했다. 이들은 리조트 주식을 이미 사들였기 때문에, 백 변호사의 의뢰인들이 추진하던 강제집행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현금 500만달러(57억원)와 리조트 매각 시 차액, 그리고 리조트 독점 운영권을 주겠다’고 제안하며 의뢰인 중 일부를 설득했다. 설득에 넘어간 일부 의뢰인은 민사상 강제집행절차 중단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필리핀 자금세탁방지국도 리조트 재산 몰수 절차를 중단했다.
 
김봉현 전 회장이 본 라임 사태 핵심 관계자. 그래픽 신재민 기자

김봉현 전 회장이 본 라임 사태 핵심 관계자. 그래픽 신재민 기자

 
이 과정에 개입한 게 김영홍 회장이라는 것이 백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소유권을 두고 갈등이 불거진 리조트를 김영홍 회장이 2018년 10월 차명으로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리조트 매각 대금(295억원)을 지불한 인물은 채모 메트로폴리탄 대표이사다. 당시 채씨는 메트로폴리탄의 계열사로부터 300억원을 대여받아서, 개인 자격으로 리조트를 인수했다.
 
리조트 매각이 이뤄졌지만, 백 변호사의 채권자들은 여전히 매각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한때 분열했던 채권자들은 다시 백 변호사를 찾아와 채권 추심을 의뢰했다. 그가 김영홍 회장의 뒤를 쫓고 있는 배경이다.
 
백왕기 변호사는 “중간에 김영홍 회장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채권 추심이 끝났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의뢰인들의 채권을 회수하려면 이제 현재 리조트 실소유주인 김영홍 회장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채권 추심 전문 변호사

채권 추심을 의뢰받은 백왕기 대표변호사가 필리핀에서 진행했던 각종 소송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문희철 기자

채권 추심을 의뢰받은 백왕기 대표변호사가 필리핀에서 진행했던 각종 소송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문희철 기자

 
김영홍 회장을 찾기 위해서 그는 필리핀 검찰청(NBI)·형사국(CIDG)과 공조하고 있다. 김영홍 회장에 대한 사건·사고 자료를 취합해 필리핀 사법당국에 제공하고, 체포를 의뢰하는 방식이다. 또 NBI의 추천을 받아 필리핀 정부 허가를 받은 사설경비업체를 고용했다. 사설경비업체 인건비는 하루에 수백만원이 빠져나간다. 만약 수색 과정에서 비행기 등 이동수단을 이용하거나 숙박하면, 실비를 추가로 지급한다.

 
백 변호사는 “채권 회수를 위한 14개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션베스트리더 법률사무소가 법무법인 끼썸빙 또레스 등 13개 필리핀 현지 로펌과 사설경비업체 선임에 지금까지 45억원의 비용을 선지출했다”며 “의뢰인이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 법률사무소도 선지출한 비용이 전액 손실로 잡힌다”고 설명했다. 채권추심에 성공하면, 추심액의 절반을 성공 보수로 받는 방식으로 의뢰인과 계약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130억원이던 채권 규모는 확정판결문상 법정이자가 붙어 약 477억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필리핀 세부 법원에서 재판에 참석한 백왕기 대표변호사. 백왕기 대표변호사 제공

필리핀 세부 법원에서 재판에 참석한 백왕기 대표변호사. 백왕기 대표변호사 제공

 
이렇게 추적이 가능한 건 백 변호사가 경찰서에서 근무했던 경찰 출신 경험이 자산이 됐다. 그는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1989년부터 일선 경찰서를 거쳐 중앙경찰학교 교수로 근무했다. 경찰로 10년 동안 활동하다가 지난 2000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사시 42회). 사법연수원(32회)을 거쳐 2003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그가 해외 은닉재산 추적·환수·국제소송 전문 변호사로 나선 계기는 지난 2007년이다. 당시 한국의 여러 대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필리핀에서 인수합병(M&A)을 추진했는데, 그에게 법률자문을 맡겼다. 이 자문계약을 계기로 그는 한국인이 필리핀에서 소송할 때 단골로 찾는 변호사가 됐다. 이후 연중 330일 정도 필리핀에서 체류하고, 한국에는 한 달 정도 머무른다.  
 
백왕기 변호사는 “리조트 채권을 추심하기 위해서 10년 동안 기다린 의뢰인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라임 사태에서 김영홍 회장이 어떤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 밝히기 위해서 김영홍 회장을 끝까지 뒤쫓겠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다수의 채권 추심 소송을 진행 중인 백 변호사는 “채무자가 해외로 재산을 은닉하면 채권 회수가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외국인의 재산은 내국인보다 철저히 관리하기 때문에 오히려 추적하기 쉬운 측면도 있다”며 이번 채권 회수에 자신감을 보였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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