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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쿠팡 ‘로켓설치’에 속도전 불붙어

중앙일보 2020.11.22 00:02
가구업계 너도나도 익일 배송… 제조업체 단가 후려치기 논란 ‘현재진행형’
 사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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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로켓배송’이 가구로 발을 넓혔다. 쿠팡은 지난 9월 18일 대형가전 로켓배송 서비스인 ‘전문설치’를 ‘로켓설치’로 명칭을 바꾸고 가구까지 서비스 대상을 확대했다. 그동안에도 간단한 테이블·서랍장·간이침대·소파 등을 익일 배송해왔다. 그러나 전문 설치 기사가 방문해 직접 설치가 필요한 정식 가구를 직매입해 판매하는 건 이번이 최초다.

쿠팡發 가구업계 ‘익일 배송’의 명암

 
대형가전이나 가구 상품은 제품 수급이나 배송일 조율 등의 문제로 주문 후 수일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쿠팡에서는 오후 2시 이전에 주문하면 TV·냉장고·세탁기 등 대형가전은 물론 침대·소파·식탁 등 가구까지 다른 로켓상품처럼 구매 후 다음날 바로 받아 볼 수 있다. 고객의 스케줄에 따라 주문 후 2주간 배송과 설치 일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도 있다. 로켓설치가 가능한 제품은 200여 종에 해당한다.
 
배송은 쿠팡맨이 아닌 가구 풀필먼트 전문업체 ‘하우저’가 담당한다. 여기에 도서 산간 지역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 무료로 배송하고, 상품 설치에 필요한 사다리차나 계단 이동비도 무상 지원한다. 가구 배송비가 적게는 2만~3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 이상 드는 걸 고려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쿠팡 측은 “가구 상품의 경우 배송·설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됐지만 로켓설치 서비스를 통해 이를 획기적으로 단축했다”며 “로켓설치 서비스로 가구 구매에 있어서도 차별화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이 가구 로켓배송을 선보인지 한 달 만에 현대리바트도 익일 배송 서비스를 내놓았다. 현대리바트는 10월 12일 소파를 익일 배송하는 ‘내일 배송’을 론칭했다.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하며, 주말 또는 공휴일 구매 시 주문일로부터 2일 뒤에 배송된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최근 언택트 트렌드 확산으로 식품·의류 뿐 아니라 가구 제품에 대해서도 빠른 배송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내일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리바트는 소파 ‘내일 배송’ 서비스 운영을 위해 지난 5월부터 경기도 용인에 있는 ‘리바트 스마트워크센터’ 안에 별도의 소파 전용 창고를 마련했다. 창고 면적은 약 1만7000㎡ 규모로 국네 최대다. 이곳에선 5000개 이상의 4인용 소파를 동시에 보관할 수 있다. 특히 배송 차량 20대에 제품을 동시에 실을 수 있는 소파 전용 도크(창고와 차량 간 수평으로 상·하차가 가능하도록 만든 시설)를 창고 내에 마련해 하루 평균 10시간 걸리던 전체 소파 출고 소요 시간을 5시간가량으로 단축시켰다.
 

현대리바트·한샘, 물류센터 확대하고 전담 인력 늘려

소파 배송 전담 인력도 60% 가량 늘렸다. 회사 측은 소파 저장 공간 확대와 배송 전담 인력 증대로 배송 가능한 소파 물량이 기존 월 4000개에서 7000개로 75% 가량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내년 초 서비스 대상 제품군을 침대·거실장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11월(???) 중에는 미국 프리미엄 홈퍼니싱 기업 윌리엄스 소노마의 웨스트 엘름·포터리반 키즈 브랜드 가구도 ‘내일 배송’ 서비스에 포함할 예정이다.
 
한샘은 이보다 앞선 7월부터 배송일 선택제 서비스인 ‘내맘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자사몰 ‘한샘몰’에서 가구를 구매한 고객은 배송 및 시공 날짜를 최소 1일에서 최대 30일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서비스 론칭 초기 30여 종의 품목을 대상으로 실시했지만 가구업계의 속도전에 가세하기 위해 품목을 700여 종으로 확대했다. 이케아는 최근 ‘근거리 배송 서비스’를 도입을 통해 배송 시간을 단축했다. 국내 전 지점의 오프라인 매장 기준 20㎞ 내외의 배송지는 최소 당일에서 익일까지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오후 2시 전에 주문하면 그날 제품을 받을 수 있다.
 
가구업계가 ‘쿠팡발 속도전’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가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기준 온라인 가구 쇼핑 거래액은 1538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6.1%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으로 실내 인테리어와 가구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며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가구 소비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벽배송 시장의 선례를 봤을 때 후발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수요에 비해 업체가 더욱 발 빠르게 대응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최저가 이면엔 과도한 가격 인하 요구

소비자 반응도 양분된다. ‘빠를수록 편리하다’는 한편 ‘과하다’는 반응도 있다. 쿠팡 회원제 서비스인 로켓와우를 이용하는 지수현(31)씨는 “급하게 써야하는 생필품이나 신선식품의 경우 로켓배송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면서도 “특정 가구가 하루 이틀 없다고 해서 크게 불편함을 주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총알배송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최근 쿠팡은 과도한 가격 인하와 불공정 거래를 요구하는 ‘갑질’ 논란으로 일부 기업과 마찰을 빚었다. 쿠팡은 그동안 최저가 상품과 로켓배송이라는 고객 서비스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 왔다. 이 과정에서 업체에게 단가 후려치기 등을 일삼아왔다는 게 일부 제조업체 측의 주장이다. 주방생활용품 기업 크린랲과 완구·콘텐트기업 영실업 등이 쿠팡의 갑질에 반기를 들고 거래를 끊은 대표적인 기업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판로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인 중소업체로선 일단 쿠팡에 들어가고 싶지만 막상 들어가면 무리한 단가 낮추기에 내몰린다”면서 “단가를 너무 낮게 가져가기 때문에 아무리 팔아도 큰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중소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6월 쿠팡이 상품 반품 금지,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등 ‘대규모유통업법’과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하고 거래를 종결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으로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와 관련한 공정위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LG생활건강은 이후 쿠팡에 제품을 납품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고객에게 최저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진행되는 협상 과정일 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제조업계의 한숨이 가구업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자체 유통 플랫폼을 가진 대형 가구업체와 달리 중소 가구업체는 당장은 쿠팡의 로켓설치 서비스 실시가 반갑다”면서도 “무료배송, 설치와 같은 서비스가 확대되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업체의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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