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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저 푸른 초원에 그림 같은 집 짓기, 말처럼 쉽나?

중앙일보 2020.11.21 15: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83)

요즈음 세상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게 무얼까 하고 인터넷으로 뉴스를 읽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역시 ‘집’이다. 서울과 경기도의 아파트값이 올랐다는 것은 오래된 뉴스이고 최근에는 전셋값이 폭등했다고 한다. 서울이 오르자 지방도 오른다고 한다. TV에서는 집을 알아봐 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넓고 괜찮은데도 저렴한 집이 있다고 연예인과 부동산 전문가가 나와 소개해 준다. 대개는 수도권의 집들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 가는 가정이 많아졌다고 한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인적이 드물고 공기가 좋은 곳으로 이주한단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귀농·귀촌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농지보다는 ‘집’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젊다. 지금 시골에서는 이래저래 집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코로나 사태 속에 도시의 집값이 너무 올라 시골의 인기가 높아졌다.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겠다는 이야기는 거의 모든 사람의 욕구다. 원체 좁은 집에서 살다가 점차 집을 넓혀가는 것이 성공의 표준이다. [사진 pixabay]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겠다는 이야기는 거의 모든 사람의 욕구다. 원체 좁은 집에서 살다가 점차 집을 넓혀가는 것이 성공의 표준이다. [사진 pixabay]

 
정작 시골에서는 시큰둥하다. 도시처럼 부동산 투기로 인해 땅값이 들썩이는 게 싫고 관심도 없다. 땅값이 오른다는 것이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값이 올라도 땅을 팔았을 때나 내게 돈이 오는 것이지 그 전에는 숫자에 불과하다. 농지의 값이 오르면 농사짓기가 어려워진다. 농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매출이 농지 가에 비해 턱없이 낮으면 결국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백만 원짜리 토지가 수억 원이 되었는데, 그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 바보 같다고 핀잔이나 듣게 된다. 귀농·귀촌이 작년부터 주춤해진 것은 높은 토지 가격이 한몫했다.
 
집값 상승이니 전셋값 폭등이 남의 일 같지만 시골로 도시인들이 찾아 드니 반갑다. 하지만 집을 짓고 오순도순 살겠다는 사람을 보면 조금 걱정이 된다. 앞으로 최소 2년은 고민 속에 세월을 보낼 것이니 말이다. 집을 짓는다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가수 남진의 노래를 듣고는 귀농·귀촌했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의 대표작인 ‘님과 함께’의 가사가 귀농·귀촌 이야기라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 백 년 살고 싶어/ 봄이면 씨앗 뿌려 여름이면 꽃이 피네 가을이면 풍년 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
 
시골 생활을 정확하게 그렸다. 맞는 소리다. 다만 과정이 어려울 뿐이다.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겠다는 이야기는 거의 모든 사람의 욕구다. 원체 좁은 집에서 살다가 점차 집을 넓혀가는 것이 성공의 표준이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한 만큼 직급이 높을수록 집의 평수가 넓어야 한다. 아니면 실패한 인생이다. 집의 평수가 넓으면 된 거지 그 집 덕에 늘어난 어마어마한 대출금은 상관없다. 내 월급의 절반을 은행에 가져다 바치더라도 집은 넓어야 한다.
 
기왕이면 그 집은 단독 주택이나 빌라이기보다는 아파트여야만 한다. 환금성이 좋아 그렇다나. 그래서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브랜드가 있다. 우리 집 대문의 명패에 쓰인 이름이 브랜드가 아니라 건설회사 사명이 브랜드이자 우리 집의 얼굴이다. 이 브랜드를 얻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한다. 집값을 지키기 위해 담합한다. 처음 아파트에 입주할 때부터 경쟁이다. 내 돈 주고 샀는데도 분양이란다. 집의 방향과 층과 호수는 처음부터 남이 정해준다. 아무리 풍수리지를 따져본들 정작 집을 사거나 빌릴 때는 소용없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브랜드가 있다. 우리 집 대문의 명패에 쓰인 이름이 브랜드가 아니라 건설회사 사명이 브랜드이자 우리 집의 얼굴이다. [사진 pxhere]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브랜드가 있다. 우리 집 대문의 명패에 쓰인 이름이 브랜드가 아니라 건설회사 사명이 브랜드이자 우리 집의 얼굴이다. [사진 pxhere]

 
이런 사람들이 시골에 와서 집을 지으려니 어색하다. 이미 지어진 집에 들어와 살기도 하지만 땅을 사서 그 위에 집을 짓기도 한다. 남이 지어준 집에만 살다 보니 불편해서 그렇다. 내가 원하는 구조에서 살고 싶어 한다. 집을 새로 지으려면 생각이 많아진다.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집을 지으려니 선택할 것이 많다. 집의 종류가 참 많다. 목조 주택, 한옥, 콘크리트 주택, 타운 하우스, 조립식 주택, 농가 주택 등등. 집을 짓는 소재나 지붕의 종류, 디자인에 따라 집이 달라진다. 늘 사각형의 똑같은 집에서 살다가 고르려니 복잡하다. 그래도 골라야 한다. 집의 형태를 고르는 재미만큼 좋은 게 없다.
 
그리고 집의 내부와 외부 구조를 결정해야 한다. 집 밖에는 당연히 마당이 있어야 하고 장독을 놓을 자리도 있어야 한다. 조그맣게 텃밭도 있어야 한다. 자동차와 잡동사니를 둘 차고와 창고도 있어야 한다. 집 안은 가족들이 오순도순 지내야 하니 거실이 넓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한다. 넓은 TV를 놓고 소파를 놓아야 한다. 막상 들여놔도 각자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니 소용이 없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된다. 음식을 만들어 먹을 생각에 주방을 넓혀 본다. 서재, 옷방, 아이들 방, 어른 방을 생각하니 방이 많아진다. 나중에 손님이 오면 묵을 공간을 마련할 생각에 1층보다는 2층이 나을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건축업자를 만나면 답답해진다. 건축업자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비용 이야기를 하며 설계를 제시한다. 그걸 들여다보면 결국 내가 살던 아파트와 비슷하다. 그래도 나와 가족이 구상했던 설계를 밀어붙여 타협해 본다. 내가 제시한 안은 왜 비용이 더 들어가는지는 모르지만 타협을 한다.
 
건축업자는 시방서와 설계도를 들고 인허가 때문에 군청을 오가며 분주히 움직인다. 자재를 좋은 걸 써야 한다며 견적은 점차 올라간다. 집주인은 싸고 좋은 걸 요구할 뿐 어떤 자재가 좋은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건축업자와 갈등이 시작된다. 건축업자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이다. 어디서 듣고 왔는지 자재가 다른 데보다 비싸다고 하고 공사 기간이 늘어진다고 한다. 내 말은 안 듣고 남의 말만 믿으니 난감하다. 예산에 맞추어 적정한 자재와 공법을 썼음에도 믿어 주지 않는다. 서로 믿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집 건축을 의뢰하면 중요한 업무가 주어진다. 공사에 참여한 인부의 밥을 책임져야 한다. 주택 위치가 시내와 떨어져 있으면 단체급식이 시작된다. 삼시 세끼를 해주어야 한다. 어디 나가서 사 먹으라고 해도 식대가 어마어마하다. 식당이 가까우면 업자가 알아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뢰인이 식사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시골에 집을 짓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 있다. TV에 예쁜 집이라고 탄성을 지으며 소개하는 집을 보다 보면 웃음이 나온다. 주인의 뿌듯한 미소 뒤에 속썩어서 탈이 났을 마음이 보이니 말이다. [사진 pxhere]

시골에 집을 짓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 있다. TV에 예쁜 집이라고 탄성을 지으며 소개하는 집을 보다 보면 웃음이 나온다. 주인의 뿌듯한 미소 뒤에 속썩어서 탈이 났을 마음이 보이니 말이다. [사진 pxhere]

 
어렵사리 공사를 마치면 입주를 한다. 그러나 일이 끝난 것이 아니다. 하자 보수가 남아 있다. 지붕에 물이 새고 벽이 금이 가고 마감재가 떨어져 나간다. 전깃불이 안 들어오고 가스가 나오지 않는다. 집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까지는 시행착오가 있다. 그래서 건축업자에게 연락해 본다. 하자일 수도 있고 단순 오작동일 수 있기 때문에 연락할 때마다 부담스럽다.
 
이만저만해 집을 다 짓고 들어와 살다 보면 후회할 때가 종종 생긴다. 왜 이렇게 집을 넓게 지었을까. 실평수가 30평이 넘어가니 청소할 면적이 너무 넓다. 조망을 위해 통유리창을 거실에 댔는데 겨울에 너무 춥다. 그리고 고칠게 왜 이렇게 많은 건가. 아파트였으면 관리소에 전화하면 될 것을 내가 움직여야 하니 고달프다. 그냥 아파트에 살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와 내 지인들이 집을 지으며 겪었던 일들이다. 시골에 집을 짓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 있다. TV에 예쁜 집이라고 탄성을 지으며 소개하는 집을 보다 보면 웃음이 나온다. 주인의 뿌듯한 미소 뒤에 속썩어서 탈이 났을 마음이 보이니 말이다.
 
어쨌든 귀농·귀촌을 결심한 사람에게는 집이 매우 중요하다. 내 이웃과 울타리를 두고 살 것인지 벽을 두고 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집을 새로 짓는다면 어려운 파도를 넘어야 한다.
 
슬로우 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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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필진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 농촌이나 어촌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기억을 잊지 못해 귀농·귀촌을 지르는 사람이 많다. “나는 원래 농촌 체질인가 봐”라며 땅 사고 집도 지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귀농·귀촌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녹록지 않다. 필자는 현역 때 출장 간 시골 마을 집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리워 귀농·귀촌을 결심한 농촌관광 컨설턴트다. 그러나 준비만 12년째고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준비한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정착한다고 했다. 귀농·귀촌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정착 요령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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