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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 선명한 복근 드러냈다…57세 경찰 아름다운 기부

중앙일보 2020.11.21 12:00
'2021년 경찰 달력' 제작에 참여한 강금철 경위. [사진 강 경위]

'2021년 경찰 달력' 제작에 참여한 강금철 경위. [사진 강 경위]

“31년 동안 경찰로 살았고, 퇴직은 3년 남았어요. 경찰복을 벗기 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경찰관 달력’을 알게 돼 몸을 만들었습니다.”
 
경찰대 교수로 재직 중인 박근직(57) 경감의 말이다. 중년의 나이지만 박 교수의 배엔 ‘왕(王)자’가 선명하다. 박 교수는 “몇 년 전만 해도 허리둘레가 39인치였는데 이젠 30인치가 됐다”며 “아내가 헬스장 PT를 등록해주고, 학생들도 응원해준 덕분에 달력 모델이 될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피해자 돕고 싶어 기획한 ‘경찰관 달력’

 '2021년 경찰 달력' 제작에 참여한 박근직 경감. [사진 박 경감]

'2021년 경찰 달력' 제작에 참여한 박근직 경감. [사진 박 경감]

박 교수를 비롯한 경찰관 46명이 카메라 앞에 섰다. ‘2021년 경찰관 달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달력은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박성용(40) 경위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박 경위는 “10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였다. 당시 여러 사람의 도움 덕에 공무원까지 될 수 있었다”며 “내가 받았던 걸 돌려주고 싶어 기부 달력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달력 수익금 전액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아동학대 피해자에게 전달된다. 
 
달력 제작을 위한 경찰 모집, 사진 촬영, 택배까지 모두 박 경위 주변 사람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2018년 박 경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_에서 처음 시작된 경찰관 달력은 이제 경찰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해마다 지원자가 늘고 있다.
 

50대 경찰들도 다수 참여

'2021년 경찰 달력' 제작에 참여한 정우갑 경위. [사진 정 경위]

'2021년 경찰 달력' 제작에 참여한 정우갑 경위. [사진 정 경위]

올해 달력엔 젊은 경찰관들뿐 아니라 40~50대 경찰관들도 동참했다. 이 중 일부는 오로지 달력 제작을 위해 근육을 단련했다. 서울 혜화경찰서 명륜파출소 소속 정우갑(50) 경위는 “결혼을 늦게 해 아이들이 6살, 4살, 3살이다. 자녀를 낳으니 아동학대 피해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돼 달력 제작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경북지방경찰청 박건용(55) 경위는 이번 촬영을 준비하면서 20㎏을 감량했다. 박 경위는 “피의자 인권은 많이 이야기하지만, 피해자 인권에 대한 논의는 생각보다 적다”며 “형사과에서 현장을 뛰다 보니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헬스장 문닫아 고충도”

'2021년 경찰 달력' 제작에 참여한 류원천 경위. [사진 류 경위]

'2021년 경찰 달력' 제작에 참여한 류원천 경위. [사진 류 경위]

이들은 “교대근무도 잦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헬스장도 문을 닫아 근육을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연희파출소 소속 류원천(54) 경위는 “4교대를 하면서 운동도 하고 항상 닭가슴살 도시락만 먹으려니 힘들기도 했다”며 “단지 내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다면 금방 포기했겠지만,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위한다는 생각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류 경위는 “몸을 만들고 현장에 나가니 범인을 잡을 때도 더 빨리 뛸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올해는 5000부 ‘완판’ 목표”

지난 2018년 '경찰 달력' 제작을 첫 기획한 박성용 경위. [사진 박 경위]

지난 2018년 '경찰 달력' 제작을 첫 기획한 박성용 경위. [사진 박 경위]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강금철 (50) 경위는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나이가 많아서 근육 만들기 어려울 거다’ ‘50대는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며 “막상 근육을 단련해 보니 선행도 하고 주변 50대들에게도 희망을 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박성용 경위는 “매년 달력수익금 약 2000만원을 기부하고 있는데, 사실 지금까지 ‘완판(매진)’된 적은 없다”며 “올해는 5000부 모두 팔아 더 많은 아이를 돕고 싶다”고 전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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