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 하원, 한·미 동맹 강화엔 만장일치…‘종전 결의안’은 폐기

중앙선데이 2020.11.21 00:34 712호 10면 지면보기

[최익재의 글로벌 이슈 되짚기] 바이든 시대 한반도 정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윌밍턴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윌밍턴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근 미국 하원에서는 바이든 시대 한반도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한반도와 관련해 발의된 두 종류의 결의안 중 하나는 통과되고 다른 하나는 폐기된 것이다. 이들 결의안의 취지는 유사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었다. 그럼에도 한·미 동맹과 관련된 결의안들은 하원 전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반면 종전선언 관련 결의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북 가시적 비핵화 조치 없으면
한반도 종전선언 시기상조 판단
문 정부 ‘평화프로세스’에 영향

방위비 분담금 관련 내용도 채택
다년 계약 체결 등 미 양보 시사

지난 18일(현지시간) 하원을 통과된 두 결의안은 민주당의 톰 수오지 의원과 아미 베라 의원이 각각 제출한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한국계 미국인의 공헌 평가 결의안’과 ‘한·미 동맹을 상호 이익이 되는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전환하기 위한 결의안’이었다. 골자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한·미 동맹 강화였다. 수오지 의원은 하원의원 중 바이든 지지를 가장 먼저 표명한 측근으로 새 정부 외교 정책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인물로 꼽힌다.
  
바이든 측근, 한·미 동맹 결의안 제출
 
반면 로 칸나 민주당 의원이 마련한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회기 만료로 사실상 폐기됐다. 내용은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 정착을 위해선 6·25 전쟁을 종식하는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언뜻 보면 두 결의안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돼 통과될 만했다. 하지만 미 하원의 판단은 달랐다. 둘 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조치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었다.
 
특히 정책 우선순위가 달랐다. 미 의회는 종전선언을 시급한 조치라고 평가하지 않았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의 가시적인 성과가 보일 때 거론될 수 있는 문제임을 확인한 것이다. 오히려 종전선언보다는 다소 느슨해진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봤다. 이런 이유로 동맹 결의안은 받아들여진 반면 종전선언 결의안은 사실상 거부됐다.
 
미 의회의 외교 정책은 행정부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의회가 국가 간 조약 등을 비준하고 대외 정책 관련 예산도 심의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의회 다수당의 파워는 막강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하원 다수당은 민주당이다. 2018년 11월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한 이후 다수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일 대선과 함께 치뤄진 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했다. 따라서 내년에 시작되는 새로운 회기에서도 민주당의 다수당 지위는 유지될 것이다. 민주당 출신인 조 바이든 당선인이 그동안 보여준 대북 정책 기조도 현재 하원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압박에 방점을 두고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종전선언 결의안은 ‘진보 코커스(CPC)’가 추진했다. 1991년 시작된 민주당 내 소수 진보파 의원들 모임이다.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여기에 속해 있다. 현재 하원 의원 435명 중 95명이 참여하고 있다.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은 이보다도 적은 52명이었다. 재선에 성공한 한국계 하원의원 앤디 김도 이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종전선언 외에 남북 경협에도 적극적이다. 이는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가 요구되는 사안으로, 이들의 주장이 의회 내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CPC는 내년에 다시 종전 결의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보 진영의 한계를 넘어 지지 세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통과된 한반도 결의안은 동맹 외에도 다양한 이슈를 품고 있다. 결의안은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에서 난항을 겪었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언급했다. “상호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다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했다. 동맹 강화를 위해 미국이 양보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한국이 지난해 기존 분담금인 1조389억원 대비 13%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협상이 재개돼 원만히 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초 한·미 연합훈련이 시금석
 
이외에도 결의안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한·미 동맹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는 문구도 담겨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한 중국 압박에 한국도 적극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시대의 한·미 동맹을 평가할 첫 시금석은 내년 초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될 것이다. 통상적으로 양국은 매년 3~4월 키리졸브(KR) 연습을 실시해 왔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있지만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연합훈련을 실시하느냐에 따라 트럼프 정부와의 차별화가 평가될 것이다.
 
워싱턴 조야에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효율적으로 진전되기 위해선 바이든 행정부의 비핵화 정책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지지를 보내긴 하겠지만 독자적으로 너무 앞서 나가는 것에는 동조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곁들여진다. 종전선언도 마찬가지다. 미 하원의 분위기에서 보듯 북한의 합당한 조치가 없다면 종전선언이 가시화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최익재 기자

최익재 기자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관련기사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