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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연합 반발, 독과점…겹겹 난기류 휩싸인 ‘공룡항공’

중앙선데이 2020.11.21 00:21 712호 12면 지면보기
지난 13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한 데 이어, 16일 KDB산업은행이 두 대형항공사의 통합 추진 결정을 밝힌 후 항공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항공산업이 난기류에 휩싸인 가운데 통합 대형항공사가 출범하면 항공 업계 판도에도 태풍급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추진 파장
산은·조원태 활로 찾으려 의기투합
“성과 미흡하면 경영진 교체·해임”

3자 연합, 법원에 가처분 신청 반격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도 이의 제기

두 회사의 노선·인원 등 구조조정
배수진 친 조 회장, 실적 입증 과제

특혜 시비 등에도 두 항공사 통합안은 아시아나의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에는 각자의 골칫거리를 해소할 묘안이다. 산은은 올 6월 기준 부채비율 2291%, 1년 내 상환 의무가 있는 유동부채 4조7979억원인 아시아나를 정리할 기회다. 산은으로선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아시아나 인수가 최종 무산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였다.  
 
산은은 조원태 회장 측에서 아시아나를 인수할 수 있도록 8000억원(한진칼 유상증자 5000억원, 교환사채 인수 3000억원)을 지원하되,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조 회장이 담보로 제공하는 한진칼 지분 등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는 계약 조건을 달았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해마다 경영 성과를 평가해 미흡하면 경영진 교체와 해임 등의 계획이 있다”고도 밝혔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룹 경영권을 놓고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강성부펀드(KCGI)·반도건설)과 분쟁 중인 조 회장은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업 사수라는 명분을 앞세워 배수진을 치고 조건부 지원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경제가 살아나 항공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3자 연합의 반발, 통합 항공사 인력 구조조정 등 논란거리도 수두룩하다.
 
▶3자 연합 반격 카드는=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연합의 KCGI 측은 18일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해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현재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총 45.24%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41.14%)보다 높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 후에는 둘 다 이보다 낮아진다. 특히 산은이 한진그룹 지원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율 10.66%를 차지하게 돼서 3자 연합은 불리해진다.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1일 무렵 나올 전망인 법원 결정에 따라 3자 연합이 승기를 쥘 가능성도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이나 대법원 판례상 경영권 분쟁 기업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위법 소지가 있다”며 “한진칼 이사회가 충분한 주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주 발행을 강행한 점도 참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대현 부행장은 19일 “다수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 인용 여부를 검토했다”며 “법원의 가처분 인용 때는 거래가 무산될 수밖에 없으며 매각까지 무산되면 채권단 관리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대안을 밝혔다.
 
3자 연합은 19일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도 요구했다. 주주를 상대로 통합에 대한 의견을 물을 계획이다. 한진칼 이사회가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거부하더라도 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소집할 수 있다. 공정위 판단도 변수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두 항공사 통합에 대해 “원칙과 법에 의거해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국내선 점유율 합계가 62.5%로 높아져 독과점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17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특정 오너를 정부가 도와주는 식의 모습이 보여 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박용진·민형배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두 회사 통합 추진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구조조정은 정말 없을까=조 회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수해도 (두 회사 인력의)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며 “최대한 빨리 (양사 노조를) 만나 상생 해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항공업 독과점 우려로 가뜩이나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악재에 미리 선을 그은 것이다. 그렇지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를 인수하면서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은에 따르면 두 회사는 정비직과 승무원을 제외한 중복 인력이 8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20일 “노선 통폐합이 아닌 시간대 조정 등으로 중복 노선 합리화를 하고, 수익성이 좋은 화물 사업에 인력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수는 산은의 조건부 지원이다. 산은은 통합 항공사의 경영 성과에 따라 조 회장의 거취를 정할 수 있다. 조 회장이 당장은 생각이 없더라도 나중에 경영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구조조정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조원태는 끝까지 웃을 수 있을까=배수진을 친 조 회장은 실적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산은은 이를 엄격히 보되 경영 자율성은 보장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여객과 화물 운송 실적으로 대한항공은 세계 19위, 아시아나는 29위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이 기준 세계 7위의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된다. 국제 여객 수송 인원수로만 따져도 세계 10위. 총 매출 약 20조원, 총 자산은 40조원 규모다(각각 지난해와 올 2분기 기준). 다만 항로는 난기류 투성이다. 코로나19 탓에 대한항공 매출은 올해 7조원대에 그치고(지난해는 12조6824억원), 영업이익도 급감할 전망이다.
 
적자에 허덕이는 아시아나 상황은 더 나쁘다. 다만 아시아나는 올 2분기 23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하는 등 수익성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시아나가 화물 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어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심하진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여객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인데, 두 회사가 보유한 저비용항공(LCC)의 노선 중복이 심해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약 두 달 동안 아시아나 실사를 진행해 현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항공료 인상, 마일리지 소멸 등 불이익 우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항공 운임의 대폭 인상이나 기존 아시아나 마일리지 소멸 같은 불이익을 당할까. 이에 대해 조원태 회장은 일단 선을 그었다. 조 회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그런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절대로 고객 편의(의 저하), 가격 인상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일각에서는 국내 유일의 대형 항공사 체제가 될 경우 가격 결정권을 가진 대한항공이 항공 운임을 대폭 올릴 수 있다며 우려했다. 대한항공이 한때 단독 운영했던 몽골 노선이 거리는 짧지만 유럽 노선만큼 운임이 비쌌고(성수기 기준 100만원 수준), 이후 지난해 7월 아시아나의 몽골 노선 취항 후에야 운임이 10%가량 내려간 사례도 있었다. 다만 조 회장의 생각과 별개로 정부 역시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며 선을 긋고 있다.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현재 외항사의 국내 항공 시장점유율이 33% 이상이라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운임을) 올릴 수 없다”며 “단독 노선에서 과도한 운임을 받거나 하면 (정부도) 운수권 배분 등의 조치로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가 따로 운영하던 마일리지도 통합 운영이 유력하다. 하지만 두 회사의 마일리지 가치가 동일하게 책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도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시장에서 아시아나 마일리지보다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한 신용카드의 경우 대한항공은 1500원당 1마일씩 적립해줘 아시아나(1000원당 1마일)와 차이가 크다.  
 
두 회사가 마일리지를 공유하는 글로벌 항공 동맹을 다르게 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대한항공은 에어프랑스(프랑스)·델타항공(미국) 등과 함께 ‘스카이팀’ 소속, 아시아나는 루프트한자(독일)·유나이티드항공(미국) 등과 함께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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