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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깊은 치유력, 나와 남을 살린다

중앙선데이 2020.11.21 00:20 712호 20면 지면보기
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아서 P. 시아라미콜리,
케서린 케첨 지음
박단비 옮김
위즈덤하우스
 
가족의 죽음은 남은 가족의 삶을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킨다. 남은 사람에겐 어떤 죽음에나 자책과 고통과 슬픔이 따르고, 그래서 죽음은 망자의 삶의 모습보다 더욱 강렬하게 각인된다. 모든 죽음 중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히는 죽음은 ‘자살’이다. 가족의 자살이 남은 가족의 삶을 어떻게 황폐하게 하는지의 증언은 도처에서 나온다.
 
이 책, 『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은 동생의 자살로 고통스러운 세월을 넘어온 심리학자의 자기고백이자 성찰의 결과를 담고 있다. 저자는 하버드대 의대 임상심리학 교수인 아서 P. 시아라미콜리 교수다. ‘공감’ 연구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그를 대가로 만든 ‘공감’ 연구의 출발이 동생의 자살이었음을 고백한다.
 
대학원 박사과정 중 닥친 동생의 자살은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낯설게 했고, 동생이 왜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게 되었는지 끝없는 의문을 갖게 했다. ‘그때 내가 이렇게 했더라면…’ ‘나는 왜 그때 그렇게 얘기했을까’ 등으로 밀려드는 자책감, 성경부터 힌두교, 불교, 도교, 수피교 등 각종 종교 서적을 섭렵하고 심리학 수업을 통해 배우는 편집증, 조울증 등 각종 병명의 무상함에 괴로웠던 나날들…. 그는 이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 ‘공감의 힘’이었단다. 공감은 가장 깊은 상처까지도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다정한 말이나 도움의 손길은 상대에게 위로받고 이해받고 있다는 시그널로 작용하고, 답을 내놓기보다 질문을 통해 상대를 성찰하게 하고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래서 선의의 공감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사람의 공포를 조작하는 악의의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만큼 인간에 내재한 공감의 힘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확장할 수 있을만큼의 힘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선 정직·겸손·용납·관용·감사·믿음·희망·용서 등 공감의 힘을 키우는 키워드도 알려준다. 남을 살릴 수 있는 비법은 나도 살릴 수 있다. 공감이 그런 비법인 듯하다.
 
양선희 대기자 su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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