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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 … 』는 마음으로 듣는 책

중앙선데이 2020.11.21 00:20 712호 21면 지면보기
인생에 한번은 차라투스트라

인생에 한번은 차라투스트라

인생에 한번은
차라투스트라
이진우 지음
휴머니스트
 
철학자 이진우 포스텍 교수(전 계명대 총장)가 니체의 대표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번역서와 해설서를 동시에 출간했다. 평생 니체를 공부해온 저자가 포스텍의 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바탕으로 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인생의 의미를 한 번쯤 물어보게 된다. 나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다른 사람들과 다른 나의 개성은 무엇인가? 저자에 따르면, 니체의 철학이 이런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헬조선’이라는 표현에는 오늘날 한국의 젊은 세대가 겪는 고통과 불안이 담겨 있다. 오늘의 삶이 내일 반복되고, 내일의 삶이 모레 반복될 것 같은 불안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가 21세기 한국에서 니체를 다시 읽으며 던지는 질문이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주인공 차라투스트라가 속세를 떠나 산으로 들어가서 10년 동안 수행한 이야기다. 이런 말로 책은 시작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서른이 되자 고향과 고향의 호수를 떠나 산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정신과 고독을 즐기며, 십 년 동안 싫증을 느끼지 않았다.” 여느 철학서와 사뭇 다른 느낌이다. 니체의 철학책은 논리와 추론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비유와 상징의 각종 잠언으로 가득 차 있다. 문학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저자는 니체의 책을 “마음으로 듣는 책”이라고 했다.
 
서양의 형이상학과 기독교 전통을 전복한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사진 휴머니스트 ]

서양의 형이상학과 기독교 전통을 전복한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사진 휴머니스트 ]

니체의 분신인 차라투스트라는 산속에서 도를 닦은 후 속세로 내려와 자신의 깨달음을 설파하는데 그 주요 내용이 ‘초인(超人)’, ‘권력에의 의지’, ‘영원회귀’ 사상이다. 니체가 ‘신의 죽음’을 선포하면서 그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초인 사상이다. 다른 번역서에는 초인을 독일어 발음인 ‘위버멘쉬’ 그대로 옮겨 놓기도 하는데, 저자는 초인이란 번역어가 괜찮다고 했다. 독일어에서 ‘뛰어넘는다’는 의미가 초인이란 번역어에서 살아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초인을 영어권에서 한때 번역어로 썼던 ‘수퍼맨(superman)’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초인은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 것을 가리키지, 인간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니체가 활동한 19세기 중후반에 유럽에선 동양학 열기가 대단했다. 어지간한 동양 고전은 다 번역이 되었다. 독서광이었던 니체는 그 영향을 받았다. 고대 페르시아의 현자로 알려진 차라투스트라의 이름을 빌려 니체는 서양의 형이상학과 기독교 전통을 뒤집어엎었다. 저자는 이 책을 “기독교 성서에 대한 니체의 패러디”라고 했다.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는 신으로 대변되는 기존 가치관과 통념에서 벗어나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성찰하라고 독자를 유혹하고 있다. 결국엔 차라투스트라에게서도 떠나야 한다. 신이나 기존 가치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자가 초인이다.
 
차라투스트라가 아무리 외쳐도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하고 오히려 조롱할 뿐이다. 실망한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산으로 돌아가서 내공을 쌓다가 다시 속세로 내려오길 반복한다.
 
초인의 목소리는 어느 날 문득 익숙한 음악처럼 들려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초인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편협한 인간의 관점을 초월할 때 보이는 것이 바로 초인”이라고 했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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