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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넘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 방송사에 몰아주는 과기부

중앙일보 2020.11.20 17:1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오용수 전파정책국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주파수 재할당 방안 공개 설명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오용수 전파정책국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주파수 재할당 방안 공개 설명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동통신 3사에 최소 3조2000억원에 달하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요구한 가운데, 이렇게 거둬들인 주파수 사용료를 어디에 쓰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신사에서 지불한 비용이니, 통신 이용자 편익을 높이는 데 써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내는 주파수 할당 대가는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에 55%,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에 45%씩 분배된다. 과기정통부가 두 기금의 사업 예산을 세운 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위원회(KCA)에 위탁해 운용한다.  
 

통신사가 낸 주파수 사용료, 정진기금·방발기금에 분배 

지난해 지출된 정진기금은 1조2731억원이다. 이중 통신사가 낸 주파수 할당 대가는 절반에 가까운 6210억원이었다. 정부 내부 수입과 여유자금 회수를 제외하면 거의 전액이 주파수 할당 대가로 채워졌다. 방발기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지출한 1조2731억원 중 주파수 할당 대가가 5081억원, 방송사 분담금이 1792억원이었다.  
 
통신업계는 두 기금의 사용처가 주로 방송 콘텐트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지원에 쏠려있다고 불만스러워한다. 정보통신 관련 기술 연구개발, 인력 양성, 기술 표준화, 산업기반 조성 등 방송과 통신·ICT 업계 전반에 쓰이는 예산을 제외한 '산업별 지원금'을 뜯어보면 통신사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방송 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5G 기지국 구축 수에 따른 주파수 재할당료. 2022년까지 5G 기지국을 15만국 이상 구축하면 3.2조원을 내면 된다. 현재 이통3사는 각 사별로 5만국 정도 구축해 4.1조원을 내야 한다. [과기정통부]

5G 기지국 구축 수에 따른 주파수 재할당료. 2022년까지 5G 기지국을 15만국 이상 구축하면 3.2조원을 내면 된다. 현재 이통3사는 각 사별로 5만국 정도 구축해 4.1조원을 내야 한다. [과기정통부]

재원은 통신사, 지원은 방송사·ICT 기업 

특히 방발기금은 주요 재원의 70%가 통신사의 주파수 할당 대가이고 방송사 분담금은 30%에 그친다. 하지만 주요 사용처는 방송 인프라 지원(825억원·올해 기준), 미디어 다양성 및 공공성 확보(680억원), 시청자 권익 보호 및 참여 활성화(215억원), 방송 콘텐트 경쟁력 강화(78억원) 등에 쏠려 있다. 방송 인프라 지원금은 EBS가 283억원, 아리랑국제방송 354억원, 국악방송 67억원, KBS 78억원, 지역 중소 방송국 40억원씩 지원받는다.  
 
안전한 인터넷 생활기반 구축 등 ICT 사업에 들어간 지원금은 112억원이었다. 반면 소외계층 통신 접근권 보장 등 통신복지에 사용된 금액은 18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국악방송TV 개국 기념음악회의 모습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지난해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국악방송TV 개국 기념음악회의 모습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정부 "과도한 지적", 전문가 "통신이용자 실익에 써야" 

과기정통부는 "기금 지원이 방송에 쏠린다는 것은 과도한 지적"이라고 반박한다. 서성일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과장은 "이미 방송과 통신의 산업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친다. 특히 IPTV 등 미디어 분야 지원은 통신사에 상당 부분 돌아간다"면서 "기재부의 기금운영평가를 통해서도 여러 산업영역에 고루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신사가 지불하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로 운영되는 기금이 실제로 방송사는 물론 네이버 등 ICT 기업 지원에 흘러 들어가고, 정작 통신사를 향해서는 품질 평가나 경쟁 상황 모니터링과 같은 규제 용도로 사용해온 건 알려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기금을 이용해 통신비 인하를 책임지고 통신사에는 제값에 팔게 하는 등, 통신사와 통신이용자 실익을 높이는 용도를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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