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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속 인공섬 부유물 제거 묵인”…경찰, 의암호 사고 인재(人災) 결론

중앙일보 2020.11.20 14:21
지난달 강원 춘천시 의암호에서 지난 8월 6일 떠내려가 파손된 인공수초섬 일부를 중도 배터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강원 춘천시 의암호에서 지난 8월 6일 떠내려가 파손된 인공수초섬 일부를 중도 배터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여름 집중호우 때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강원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를 조사한 경찰이 담당 공무원과 수초섬 관리 업체의 부실한 대응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춘천시 공무원·업체 관계자 등 8명 송치
사고 전 수초섬 고정작업 규정 안 지켜
춘천시는 임시계류때 안전점검 미이행

 
 강원지방경찰청은 20일 “춘천시 공무원과 인공수초섬 업체 관계자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춘천시청 공무원 6명, 업체관계자 2명인 이들에 대해서는 증거인멸과 도주의 위험이 적다고 보고 불구속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
 
 의암호 사고는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월 6일 의암호 인공수초섬 결박작업을 하던 민간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환경감시선, 경찰 순찰정 등 선박 3척이 수상통제선에 걸려 전복되면서 발생했다. 급류에 휩쓸린 업체 관계자와 기간제근로자, 경찰, 시청 공무원 등 7명이 실종돼 이 중 1명이 구조되고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자 1명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강원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춘천경찰서 경찰관 등 36명으로 ‘의암호 조난사고 수사전담팀’을 꾸려 3개월 동안 수사를 했다. 조사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은 “수초섬 고정작업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초섬 업체 직원들은 “시청 직원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는 상반된 주장을 해왔다.
지난 8월 31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남이섬 인근 북한강 일대에서 지난 8월 6일 의암호에서 3척의 선박사고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1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31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남이섬 인근 북한강 일대에서 지난 8월 6일 의암호에서 3척의 선박사고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1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인공수초섬을 고정하는 과정에서 선박이 차례로 뒤집어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일 오전 11시29분쯤 시공업체 관계자가 의암댐 상류 500m에 설치된 수상통제선에 로프를 걸어 인공수초섬 결박을 시도했으나, 수상통제선 튕기면서 경찰정이 먼저 전복됐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춘천시청 환경감시선은 경찰정 구조를 위해 이동하던 중 수상통제선에 엔진 하부가 걸리면서 전복됐다. 시공업체 보트는 물에 전도된 경찰 순찰정을 구하려다가 의암댐 수문으로 빨려 들어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수초섬이 규정대로 고정되지 않았고, 안전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의암호 인공수초섬은 애초 지난 7월 준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설치가 지연되면서 10월까지 의암호 중도선착장 부근에 임시계류 조처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공업체는 임시계류라 할지라도 닻 8개를 대칭으로 설치해야 했으나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춘천시청은 장기간 임시계류 결정에도 인공수초섬에 대한 안전진단과 현장점검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춘천시의 도시 브랜드인 하트 모양을 담은 인공 수초섬이 삼천동 옛 중도 선착장 인근에 고정돼 있다. 인공 수초섬 2개 중 1개는 완공되기 전인 지난 8월 6일 의암호의 급류에 휩쓸렸고, 이를 고정하려는 작업을 진행하다가 인명피해가 났다. 뉴스1

강원도 춘천시의 도시 브랜드인 하트 모양을 담은 인공 수초섬이 삼천동 옛 중도 선착장 인근에 고정돼 있다. 인공 수초섬 2개 중 1개는 완공되기 전인 지난 8월 6일 의암호의 급류에 휩쓸렸고, 이를 고정하려는 작업을 진행하다가 인명피해가 났다. 뉴스1

 
 경찰은 춘천시와 업체가 8월 초 집중호우와 북한강 수계댐 방류 등으로 의암호 내 유속이 빨라 위험 발생이 예상됨에도 부유물 제거작업을 지시 또는 묵인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사고가 나기 사흘 전 춘천시 관계자의 지시로 시공업체와 기간제근로자 등은 인공수초섬을 이동시키고, 부유물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사고 당일인 8월 6일에도 시공업체 직원 3명이 오전 9시12분쯤 시청 관계자를 만난 후 인공수초섬 부유물 제거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33분쯤 수초섬 로프 6개가 끊어지며 유실되자 이를 결박하려다 참사로 이어졌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 결과를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과 공유하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엄정한 안전관리대책 마련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춘천=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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